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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에 효자드라마가 있다. 물론 시청률이 일단 나와야 하며, 시청자들의 의견이 좋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방하다. 일단 시청률이 오르면 광고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각 방송사에서 효자드라마로 일일드라마를 뽑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일드라마에 애착을 갖는 몇 가지 이유

 

 <아내의 유혹>으로 SBS 뉴스의 시청률 상승이라는 효과를 거두어 역시 방송사가 일일드라마에 사활을 거는 이유를 입증시켰다.
<아내의 유혹>으로 SBS 뉴스의 시청률 상승이라는 효과를 거두어 역시 방송사가 일일드라마에 사활을 거는 이유를 입증시켰다. ⓒ SBS

그 이유는 일일드라마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우선 일일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으면 당연히 광고수익이 많아지는데, 일일드라마다 보니 주5일 방영이 되어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보다도 더 큰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30분가량으로 방송이 되고, 소위 잘 자나가는 A급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아 제작비가 보통 드라마보다 높지 않아 순이익이 크다. 그래서 일일드라마가 성공하면 방송사의 이익이 상당하게 보장되는 셈이다.

 

가령 미니시리즈에 한류스타가 등장해 개런티 부분이 높아져 제작비가 상승되어 그마한 효과를 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대신 안정적인 연기를 갖추고 스타급이지만 왕년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일일드라마에서는 일단 개런티 문제로 제작비가 상승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기에 일일드라마의 성공은 여타의 프로그램 시청률에도 도움을 준다. 일종의 가교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보통 일일드라마가 뉴스가 방송되기 전에 시작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얼마 전 국민드라마 시청률에 버금갔던 <아내의 유혹>이 성공하면서 SBS뉴스가 모처럼 주목을 받았다. 물론 종영된 지금 다시금 시청률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그래서 일일드라마가 성공하면 함께 윈윈하는 관계가 되어 방송사는 알게 모르게 일일드라마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역시 기업이 이윤을 내야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시청률에 의존하다보니 소위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막장드라마가 넘쳐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이 실제로 인기를 얻으며 방송사에 효자 드라마로 칭송받고 있다.

 

막장드라마의 항연, 국민드라마

 

 불륜, 폭력, 기억상실증으로 모든 막장 요소를 집어 넣은 <밥줘>는 일일드라마를 평정했다.
불륜, 폭력, 기억상실증으로 모든 막장 요소를 집어 넣은 <밥줘>는 일일드라마를 평정했다. ⓒ imbc

일일드라마는 MBC와 KBS에서 줄곧 방영되어왔고, 얼마 전 폐지되었던 SBS에서 일일드라마를 부활시키며 치열한 삼파전이 일어났다.

 

그러나 KBS에서 몇 년간 인기를 독주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당시 KBS 일일드라마는 인기에 힘입어 식상한 내용을 재탕해왔다.

 

그러던 중 SBS는 일일드라마를 부활시키며 막장드라마로 카드를 내밀었다. <그 여자가 무서워>라는 복수극을 내세우며 연이어 <애자 언니 민자>가 방영되었고 드디어 <아내의 유혹>으로 일일드라마 평정에 성공했다.

 

그 사이 역시 MBC에서는 <사랑해 울지마>라는 드라마로 조용히 인기몰이에 나섰다. 물론 이 드라마의 출발은 호평이 일색이었고, 명품드라마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의 유혹>이 종영되고 KBS와 경쟁에 돌입하면서 서서히 <사랑해 울지마>의 스토리도 막장드라마로 흘러갔다. 그리고 드디어 약 4년 만에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며 일일드라마 왕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현재 MBC와 SBS는 경쟁 양상을 띠고 있는 상황이다. KBS에서는 <집으로 가는 길>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종영한 뒤 <다함께 차차차>라는 경쾌한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지만 현재 MBC의 <밥줘>와 SBS의 <두 아내>에 밀리는 현상이다.

 

그리고 역시나 매회 시청률을 상승하고 있는 <밥줘>와 <두 아내>는 도저치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막장드라마로서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후발주자인 <밥줘>의 경우는 <두 아내>의 시청률을 역전하며 현재 일일드라마를 평정한 상태이다.

 

기억상실증으로 점철된 막장드라마 <밥줘> VS <두 아내>

 

 <두 아내>는 전작 <아내의 유혹>에 탄력을 받아 제작되어 막장드라마로 분류되었지만 전작의 인기를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두 아내>는 전작 <아내의 유혹>에 탄력을 받아 제작되어 막장드라마로 분류되었지만 전작의 인기를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 SBS

두 드라마가 점점 인기를 얻으며 일일드라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밥줘>와 <두 아내> 모두 막장드라마로서 점철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두 드라마 모두 불륜과 기억상실증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단골소재를 카드로 내밀었다. 그리고 두 드라마를 보는 모든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아내>는 영희(김지영)와 철수(김호진)는 행복한 부부로 살아갔지만 역시나 철수가 외도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내연녀 지숙(손태영)과 결혼을 감행하려 한다. 결국 영희는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고 철수는 이혼을 감행하고 지숙과 결혼한다.

 

그 사이 철수가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현재의 아내 지숙을 기억하지 못한 채 전 부인 영희를 사랑한다. 언뜻 보기엔 색다른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역시 불륜이란 소재에 기억상실증을 꿰어 맞췄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지 <아내의 유혹>이 색다른 불륜 스토리를 펼쳐 인기를 얻은 것에 탄력을 받은 결과물일 뿐 <두 아내>는 여전히 막장드라마로서 식상한 모습을 선보인다. 여기에 이미 <아내의 유혹>으로 '불륜스토리도 저렇게 바꿀 수 있구나'를 경험한 시청자들은 과거 <아내의 유혹>에 열광했던 것처럼 호응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반면 <밥줘>는 10년을 넘게 살던 영란(하희라)과 선우(김성민). 선우가 결혼하기 전 여인 화진(최수린)과 불륜을 저지르고, 영란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역시 색다른 불륜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남편 선우와 화진은 그저 로맨스를 즐기고 싶어하고, 결혼을 감행하지 않는다. 또한 남편 선우는 남성의 소유욕이라는 본능을 내세워 영란과 화진 모두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막가파식 남편을 선보여 시청자를 분노케 한다.

 

그 사이 화진이 기억상실증세를 보이며 또 다른 국면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여전히 내연녀를 대처하는 아내의 그의 식구들은 무작정 들이닥쳐 폭력을 일삼는다. 분명히 불륜을 잘못이지만 그녀를 향해 폭력을 선보이는 것도 역시나 잘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밥줘>에서는 매회 폭력을 등장시키며 시청률을 올려왔고, 현재는 영란의 맞바람으로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고자 한다. 사실상 이 모든 스토리는 예나 지금이나 봐왔던 것이다. 그것은 이미 불륜에 친숙해질 대로 친숙해진 시청자들을 잡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불륜에 색다른 옷을 입혀 포장한다. 그리고 예측이 불허하는 상식을 넘어선 행태들을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다.

 

결국 방송사들은 인기를 얻기 위해 공감얻지 못하는 일일드라마를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분노하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고 시청률은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재차 반복되고 있는 현상으로 안타까운 한국 드라마의 현주소가 아닐까.


#밥줘 #두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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