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할 때가 아니라 많이 묻고 배울 때입니다. 서민을 진정으로 위하시는 김문수 지사께 자문만 구했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 분야 전문가이신 교육위원님들과 도의원님들의 의견만 구하셨어도 이런 난리는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2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나온 장윤영 한나라당 도의원의 말이다.
졸지에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난리'로 규정됐다. 그리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나서는 사람으로 격하됐다. 반면 김문수 도지사는 "서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으로 격상됐다.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도교육위원, 그리고 도의원들은 전문가의 반열에 올랐다.
결국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정책인 무상급식은 연내 실시가 불가능해졌다. 경기도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2009년도 제2회 경기도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을 재석의원 92명 중 92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도의회 한나라당의 힘... '무상급식 예산 100% 삭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도의원들은 표결 직전 "무상급식비 삭감하는 한나라당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졌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디서 박수야! (경비를 향해) 다 끌어내!"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이 수립한 무상급식 예산 171억 원은 전액 삭감됐다. 대신 저소득층 자녀 중식지원비로 101억6285만 원이 증액됐다. 김 교육감의 정책은 사라지고 대신 한나라당 정책만 남은 셈이다.
경기도의회는 전체 117명 중 한나라당 101명, 민주당 12명, 민노당 1명, 무소속 의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반MB 교육'을 기치로 주민 직선에서 당선한 '김상곤호 경기교육'은 처음부터 험난한 길이 예상됐다.
이번 경기도의회 결정으로 김 교육감은 한나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그 어떤 정책도 쉽게 추진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이날 김 교육감은 핵심정책만 좌초된 게 아니라, 인간적 '모욕'에 가까운 언사까지 들어야 했다.
특히 장윤영 한나라당 도의원(성남)은 김 교육감을 "양치기 소년" "주민소환 대상" 등으로 비유하며 맹공격했다.
장 의원은 "학교급식이 시작된 이래 경기도에서는 과거나 현재나 단 한 명도 점심시간에 굶는 아이들이 없다"고 전제한 뒤 김 교육감을 향해 "(그럼에도) 경기도에는 학교급식 시간에 아이들 밥을 가지고 인권을 유린하는 선생님들과 교육공무원들이 있다고 외쳐대는 세력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은 "무상급식 예산의 진짜 수혜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 이번 문제의 핵심이다"며 "이번 추경 예산과 내년에 확보하겠다는 수천 억 원의 예산 수혜대상은 저소득층이 완전히 배제된 먹고 살 만한 분들을 위한 것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또 장 의원은 경기도 내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 실시에 대해 "결국 입금자의 이름이 '김상곤'이라고 적혀있지 않을 뿐 불특정 다수인 78만 명(경기도 전체 초등학생 수)에게 수천억 원을 살포함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양치기 소년" "수천억 살포"... 정책 좌절이어 모욕까지 당한 김상곤 교육감
장 의원은 "김 교육감은 경영학을 전공한 경영전문가 아닌가, 그러나 교육은 경영자의 시각이 아닌 열린 마음의 진정어린 눈높이 맞추기에 달려 있다"며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할 때가 아니라 많이 묻고 배울 때다, 배움에 때가 있을 리 없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장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한나라당 좌석 쪽에서는 "잘했어!" "시원하게 말 잘하네!"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 교육감은 본회의장 왼쪽 맨 앞에 앉아 이 모든 발언을 묵묵히 들었다.
김 교육감의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추경예산안 표결처리가 끝난 뒤 본회의장 발언을 통해 "존경하는 의원님들의 이번 추경예산안에 대한 심사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제한 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도민들께 약속한 공약인데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몇몇 한나라당 의원은 발언이 끝난 뒤 자리로 돌아가는 김 교육감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말로만 존경한다고 하면 다야!"
이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5분 발언과 토론을 통해 "무상급식 예산삭감 부활"을 요청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임종성 민주당 도의원(광주시)은 "김 교육감이 추진하는 정책은 무조건 안 된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한나라당은 도민들의 머리 위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한편 경기도 지역의 학부모 및 시민사회단체는 본의회가 끝나자마자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당론 결정을 통해 민심 반영은커녕, 교육위원회까지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며 "정치적 잣대로 도민의 염원을 무시한 한나라당 도의원들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앞으로 '무상급식 실현 경기추진본부'를 구성해 대중적인 경기도민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육감 역시 무상급식 정책을 다시 다듬어 추진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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