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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7월 28일 새벽 3시 42분, 고요히 잠들어 있던 인구 100만의 공업도시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는 리히터규모 7.8 강진의 급습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탄광에서 공사 중이던 광부들은 그대로 생매장되었으며 1차 지진으로만 8만 명이 죽고 이어진 여진으로 중국정부 집계 총 24만2400명이 사망하고 16만여 명이 부상당했다.

 

문화대혁명(1966-1976) 말기 최고지도부 사인방(四人幇)은 계급투쟁에만 전념하며 수차례의 지진 전조를 무시하고 지진 발생 당시 사건을 은폐하다가 21시간이 지나서야 지진발생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가 하면 일체의 외국 원조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10년간 탕산에 외국인 출입을 금지하였다.

 

이런 늑장 대응과 미숙한 사후 조치들은 탕산대지진의 실제 사망자 수가 60만에서 8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무성한 추측을 불러왔으며 중국 내부적으로도 재난대응 방식에 대한 자성의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2008년 5월 12일, 8만 7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촨(文汌)대지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진 조기경보시스템은 일당독재의 관료주의시스템 하에서 여전히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다만 2005년 9월, 중국 국가보안당국이 밝힌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는 더 이상 국가기밀이 아니다'는 뒤늦은 선언 이후 지진 상황이 신속히 언론에 보도되고 적극적인 대외원조를 받아들인 것이 그나마 달라진 점이었다.

 

탕산대지진과 원촨대지진 각각 1976년 2008년 발생한 두 대지진은 여러가지면에서 닮아 있는 점이 많다.
탕산대지진과 원촨대지진각각 1976년 2008년 발생한 두 대지진은 여러가지면에서 닮아 있는 점이 많다. ⓒ 김대오

1976년과 2008년, 비교적 최근에 각각 발생한 탕산과 원촨 두 지진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탕산대지진은 중국현대사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1976년에 일어났다. 1월 8일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사망한 이후 그를 추모하는 1차 톈안먼(天安門)사건이 4월 4일 발생한 후 일어났고 원촨대지진은 중국 백년의 꿈 올림픽이 거행되는 2008년에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3월14일 티베트 라싸(拉薩)에서 봉기 50주년을 기념한 분리독립 요구 시위로 20 여명이 사망한 직후 발생했다.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몇 몇 징후들이 관측되고 상부에 보고되었지만 1976년 탕산은 계급투쟁을 통한 권력욕에 눈이 먼 사인방에 의해 무시되었으며 2008년 원촨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무시되었고 곧바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2006년 7월 28일, 탕산대지진 30주년을 맞아 탕산시에는 항진기념비가 건립되고 대참사의 아픔을 소중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자는 논의가 무성했지만 원촨대지진이라는 대참사는 시간과 공간을 달리했을 뿐 또 다시 많은 중국인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원촨대지진 기간 고통 받는 이재민들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는 펑샤오강(馮小剛) 감독은 영화 <탕산대지진> 제작에 들어갔으며 2010년 7월 28일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는 1556년 산시(山西)대지진으로 83만 명이, 1920년에는 간쑤(甘肅)대지진으로 18만 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인간의 지혜와 노력은 대자연을 이긴다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이라는 말이 있지만 과학적인 조기경보시스템과 정부의 효율적인 대처능력이 없다면 갑작스런 대재앙으로부터 인간이 온전히 승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정부는 많은 희생자를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고 과학적인 조기경보시스템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료적 타성에 젖은 막힘의 구조를 일소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탕산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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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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