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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부터 24일까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는 "지역 통합: 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 란 제목으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회원국(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정부와 각 대륙의 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하는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김애화 한국진보연대 국제연대 위원장(새세상연구소 객원연구원)이 현장에서 소식을 직접 전한다. <편집자말>
 월든 벨로우와 대화를 나누는 필자(사진 오른쪽)와 민주노동당 이승헌 대협실장(사진 왼쪽)
월든 벨로우와 대화를 나누는 필자(사진 오른쪽)와 민주노동당 이승헌 대협실장(사진 왼쪽) ⓒ 김애화

메루코수르 정상회담이 있기 전, 2일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유럽에서 온 사회단체와 정치활동가 등의 참가자들이 모여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지역통합의 필요성과 그를 위한 과정에 대한 토론 등이 오고 갔다. 크게 8개의 주제가 진행되었는데, 그중 핵심적인 몇 가지 이슈에 대하여 소개해 보고자 한다. 

 

현 위기에 대한 진단

 

우선 참가자들은 작년부터 심화되어 보여준 전지구적인 위기가 구조적 위기라는 것에 동의했다. 즉 이 위기의 성격이 금융적인 위기로 제한되고, 일시적인 성격의 위기가 아닌 자본주의가 발생시킨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위기에 대한 대응은 단기간적 처방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며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을 주장했다. 

 

필리핀의 석학이며 현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월든 벨로우는 현 자본주의의 위기가 회복할 수 있다고 보지 않으며, 자기 통제를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현재 대응이 국가별 상호경쟁적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현재 위기의 대응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양상이 있는데, 그 하나가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는 사민주의적 대안으로서, 오바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고, 우익의 대안은 대표적인 것이 유럽연합의 의회 대안이며,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대응은 대단히 경쟁적이며 파괴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일어나는 지역통합의 흐름에 긍정성을 강하게 표현했다. ALBA의 경우, 베네수엘라의 기름, 쿠바의 전문인력, 볼리비아의 콩을 교역함으로써 상호 보충적이다.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카리브 지역에 기름을 특별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은 바로 민중적이며 상호보충적인 지역통합의 모델을 보여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2006년 차베스가 제안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가스 파이프 라인 건설은 원주민 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남미 모델과 달리, 다른 지역의 지역통합이 갖는 한계를 또한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남아시아경제공동체인 SAARC은 자기 기능을 못하고 있다. ASEAN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전체적으로 지역통합이 가지는 과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사회, 경제적으로 협조의 범위를 넘어선 공동의 농업 정책과 상호보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은 개발도상국이 담당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은 선진국이 담당하는 기존의 노동 분업체계에서 벗어나서 어떻게 상호보충 체계를 만들 것인가라는 과제이다.

 

두 번째 과제는 지역내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내에서도 국가별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다.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지역주의는 기술적인 이슈가 아니라 민주주의적 이슈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적 과정을 통하여 조직되고 구성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국가주의를  극복하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와 마지막으로 지역통합 과정은 바로 자본주의 논리를 극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을 제안했다.

 

위기에 대한 지역적 대응

 

현 지구적 위기에 대한 지역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했는가를 분석하는 자리에서 쿠바에서 온 호세 미겔 에르만데스(Jose Miguel Hernandez)는 지역통합에는 한 가지 고정적인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민중의 능력이다. 위기에 대응하고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민중의 능력에 따라서 지역통합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필리핀 남반구포커스에서 일하는 조이(Joy Chavez)는 아시아의 대응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우선 북부(서유럽과 미국)와 달리 아시아는 큰 규모의 구제금융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시아에는 구제금융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업을 위한 조세 정책(조세 감면 등)이 있었으나, 사회적 부문에 대해서는 보호장치가 없었다.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심각한 소득감소와 일자리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거의 강제적으로 본국으로 귀환해야 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위기 대응을 보면서 조이는 다음과 같은 지역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첫째, 해외자본의 이해가 아니라 국내 또는 내부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지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핵심적인 사안 중의 하나가 아시아의 금융을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의 경우, 미달러/서구 화폐 구조를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며 아시아 지역의 AMF 논의가 실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국가들간의 가능한 기금을 조성하여 지역적 금융을 현실화하여 서구적 금융 중심, IMF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식량 안정을 위한 지역적 저장,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바로 정부의 능력만이 아니라 민중, 공동체의 힘을 근거로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루고 대통령과 대화하는 국제회의 대표자들
루고 대통령과 대화하는 국제회의 대표자들 ⓒ 김애화

 

개발모델에 대한 재고 : 경쟁 대 보충, 비균형 대 통합

 

부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최측과 참가자들은 현재 전지구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경제모델이 경쟁중심이며 비대칭적인 힘의 관계를 기초로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모델을 상호보충적이고 통합적인 모델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여성운동가 그라시엘라(Graciela Rodriguez)는 우선 사회운동 간에 공동의식이 부족하며, 국가별, 지역적 긴장이 팽배해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은 공동적인 노력과 공동적인 목표하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말레이시아의 국회의원이며 사회운동가인 찰스 산티아고는 "현재 위기에 의한 소득 분배의 심각함은 극에 달했다. 국가별 경쟁이 허구인 경우가 많다. 국가의 자기 결정권이 약화되고 있다. 자원에 대한 통제권도 잃어버렸다. 초국적기업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국가별 경쟁이 아니라 초국적 기업간의 경쟁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부채에 의해서 추진되는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인프라 구축, 사회적 토대를 투자함으로써 산업생산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부채는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빚으로 생산하고 빚을 낳는 산업모델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작은 국가일수록 국가 독자적 힘으로 이런 지구적 경쟁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지역통합이 필요하다. 지역적 통합은 지구적 통합보다는 낫다. 그러나 사회적 다방면적 측면에서 다른 조건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남아공의 무역전략센터에서 온 돝 킷(Dot Keet)은 "아프리카인들은 아프리카 통합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사실상 아프리카 국가가 생긴 지 50년 정도밖에 안되었다. 그래서 일반 민중들은 기존의 부족생활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인위적인 국경을 중심으로 한 경쟁은 민중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분쟁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적 선택이 필요하다. 분쟁 해결에 대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적 통합은 협조, 코디네이션, 조화의 과정이다. 그리고 유연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역과 관련해서는 특혜무역, 특혜 금융지원이 필요하며, 작은 정부를 우대하는 협조와 협상이 필요하다. 남아공의 경우, 아프리카 남아공이 아프리카 총 GDP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 남아공이 아프리카에서 갖는 헤게모니적 위치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 지역적 해결을 위한 과제

 

월든 벨로우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서 탄소 배출과 관련한 이슈는 중요하다. 탄소가스 배출이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탄소가스 배출에 대하여 세 가지 방향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우선 미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 과감한 탄소배출의 삭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반구가 한 가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코펜하겐 회의에서 남반구가 공동의 입장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각국에서 노력이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 한 참가자는 북반구의 강한 책임론 제기에 계급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신기술 개발이 새로운 경제적 의존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제조업보다 농업이 더 지속가능하다. 지역통합의 주요한 기동력은 제조업이 아니라 농업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농업도 단일경작의 기업농인 경우 현재 환경, 생태계 파괴에 결정적이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리고 농업이란 산업적 측면보다는 가족농 중심의 농업이 지속가능하다. 그리고 참가자들 대부분은 에너지는 지역통합의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동의했다.

 

지역적 평화, 민주주의, 인권

 

민주노동당의 이승헌 대협실장은 발제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직결되어 있으며,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로서 경제공동체는 평화를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 세션으로 각 정부 관료가 참가하는 라운드 회의가 진행되었다. 국제회의 대표자들의 질문과 이에 대한 메르코수르 정부 대표들이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국제회의의 대표자들은 온두라스 상황에 대한 메르코수르 정상들의 강한 의지, 실제적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서 메르코수르 대표들은 온두라스 쟐라이 대통령에 대한 복귀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확고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참가자들은 자원주권을 옹호하는 메르코수르가 지지하며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자원에 대한 일방적인 경쟁적인 수탈에 대하여 메르코수르 내에서의 책임있는 입장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서 참가 정부대표들은 응답을 회피하였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남미은행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 입장을 물었다. 베네수엘라 대표는 자신들이 아직 공식적인 회원국이 되지 않은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회원국 4개국의 의회에서 비준되어야 하는데, 아직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의회에서 비준되지 않았다. 브라질 의회가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것에 간접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지역적 통합에 대해서 브라질이 미온적이라는 입장이었다. 또한 베네수엘라 대표는 남미 은행내에서의 의사 결정권에 대해서 다른 나라와 달리 남미은행에 투자한 양에 관계없이 일국 일표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사회변화를 위한 또 다른 프레임워크

 

이상으로 2일 동안 회의의 주요 이슈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다. 2일 동안의 국제회의에서 필자가 느낀 것은 아주 새로운 전환이 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에 사회운동들이 생각해왔던 기존의 사회변화 전략과는 다른 것이었다. 전통적인 방식은 일국적 진보적 변화와 국제적 연대가 기본 프레임워크였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제기되는 지역통합에 대한 구상과 그 진행은 새로운 프레임워크이다. 이러한 새로운 구상에 대하여 한국 실정에 맞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현재 위기 진단과 그 해결에서 자본주의적 해결을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면서, 대안으로 제출되는 지역통합에 대한 명확한 상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리고 지역통합에 대한 개념적인 혼란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통합과 지역협조간의 차이에 대한 혼란이다. 참가자들의 지역적 배경이 다른 것도 그 혼란을 증폭시켰는데,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참가자들은 지역통합에 대한 실제적 경험 때문인지, 지역통합에 대하여 다른 지역 참가자들에 비해 강한 신념이 엿보였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어느 때보다 지역적 협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위기가 일국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구조적이며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이 지역적 협력 수준이든 지역적 통합의 과정이든 지역적 해결방식은 민중적인 힘, 민중적인 요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핵심일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시민사회가 지역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지역통합 #월든 벨로우 #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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