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유통재벌의 SSM(기업형 슈퍼마켓)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은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민주노동당 이용규 인천시당위원장을 만나 준비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자 주>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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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민주노동당에 생기가 돈다"
지난 4월 29일 치러진 재선거 이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과 6월 '비정규직법 개악 정국', 7월 '언론관계법 날치기 정국' 등을 거치면서 사실상 정국 주도권은 여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해 5월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정국'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강달프'라는 네티즌들의 애칭을 받을 정도로 당시 촛불정국의 한복판에 있었다. 하지만 올 4월 재선거 이후 정국에서 민노당은 소수정당의 한계로 정국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전국 각지에서 유통재벌의 SSM 무차별 확산에 맞선 자영업자들의 투쟁이 전개되면서 민노당은 다시 활력을 찾고 있는 분위기다. 자영업자와 함께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온 민노당이 '지역 상권을 잠식하는 유통재벌에 첫 제동'을 걸어 전통적으로 여당을 지지했던 자영업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게다가 온 국민의 관심의 대상인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민노당은 중앙당사를 쌍용차 정문 앞으로 옮겼다. 강기갑 대표와 의원을 비롯한 모든 당직자들은 쌍용차 사태 해결에 당력을 집중키로 하고 7월 28일을 기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분당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민노당은 이 같은 '원외정치'를 통해 비록 낮은 지지율이기는 하지만 6~8%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으며, 최대 13%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민노당 인천시당 이용규 위원장은 "신자유주의 확대 이후 비정규직은 급속도로 늘었고 자영업자는 폐업과 실직으로 내몰렸으며, 청년실업은 늘고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그래서 진정한 '민생'이 필요하다. 민노당은 원내외에서 꾸준한 민생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최근 유통재벌에 첫 제동을 건 뒤 자영업자들이 우리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처럼 당에 생기가 도는데, 당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MB정부 등장 이후 안 싸우는 곳이 없다. 민노당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을 살리려 하기 때문에 평택으로 슈퍼마켓으로 뛰어다녔던 것"이라며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 도시서민과 노동자, 농민, 대학생의 삶은 더 어렵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신자유주의를 심화시키는 'MB'와는 당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동시에 민생을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는 세력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하반기 인천부터 '민생정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용규 인천시당위원장과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9월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 민생국회"
▲ 인천 상인들이 민노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고무적일 것 같은데.
△ "천막 하나 없는 농성장, 7일 밤을 지켰다."
상인들과 같이 투쟁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대형마트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1.5%대인데 비해 자영업자는 3~4%대다. 최소한 대형마트와 동일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도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드수수료율 인하운동을 전개하면서 상인들과 처음으로 관계를 형성했다.
당시 대형마트 규제와 카드수수료율 인하,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인천에서 상인단체와 제 시민사회단체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를 구성했는데 민주노동당 인천시당도 여기에 적극 결합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시장을 찾는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처음부터 대형마트 규제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라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정책을 연구하고 상인들을 만났다. 그것이 최근 상인들의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수구와 부평구에서 유통재벌의 SSM 입점을 막아냈을 때 상인들이 정말 고마워했다.
연수구에서 8일, 부평구에서는 7일을 꼬박 밤샘농성을 했다. 장대비가 쏟아질 때도, 천막하나 없는 노상에서도 민노당 지역위원장과 당원들이 가장 헌신적으로 농성에 참여했다. 정책조언뿐만 아니라 업체 측이 입점을 시도하면 몸을 던져 막아냈다. 그 모든 과정을 상인들이 지켜봤기 때문에 신뢰를 보내는 것 같다.
▲ 어떻게 유통재벌에게 첫 제동을 걸 수 있었나?
△ "끝까지 버틴 상인 있어 가능했다."
민주노동당이 결코 다했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이 싸움을 시작했고, 3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부평에서는 민주당도 많은 힘을 보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심은 상인들이었다. 상인들이 끝까지 투쟁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연수구와 부평구에서 민노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정말 헌신적으로 이 일에 복무했다. 이 일에 사심이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적 사심 없이 일했다. 정말로 지역 상권을 지키고 자영업자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밖에 없었다. 이는 상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자영업자 붕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사업조정제도를 알았다. 면밀하게 검토한 뒤 신속하게 대처했다. 지금도 동구와 서구, 연수구 등에서 사업조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민생과제로 대형마트와 SSM의 문제를 채택했다.
△ "말로만 민생 아닌 진정성 담긴 민생정치 펼쳐야"
민노당은 유통재벌이 운영하는 SSM의 무차별 확산을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은 지역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선순환구조를 파탄낸다. 단순히 상인만의 몰락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규제해야한다.
입점업체와 납품업체에 가해지는 횡포와 불공정거래, 비정규직의 양산, 지역 내 부의 역외 유출 등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 모두가 민생과 직결돼 있다. 그래서 국민여론도 유통재벌의 무리한 사업진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7월 25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SSM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75.8%로 나타났다.
이(유통재벌의 SSM 확산) 문제가 오죽 심각하면 한나라당도 민생 5대과제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골자가 등록제다. SSM을 등록제로 하면 대형마트 등록제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게 바로 말로만 민생이다. 진정한 민생을 하려면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9월 국회가 다가오고 있다. 시급한 민생과제가 많다. 그중 자영업자에 있어 대형마트와 SSM 규제는 절박한 과제다. 소수정당의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전국상인들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외에서 상인들과 함께 공조해 국회가 '허가제'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초당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할 것이다.
"고용안정, 등록금 이자지원, 사회안전망 구축"
▲ 하반기 민생정치 대장정은 어떻게?
△ "쌍용차는 오늘날 전체 노동자의 현실"
지금의 쌍용차는 오늘날 전체 노동자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민노당은 당력을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인천도 GM대우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쌍용차와 GM대우 둘 다 위기는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됐다. 쌍용차는 먹고 튄 거고 GM대우는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GM대우 역시 쌍용차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GMC(뉴GM, Genaral Motors Company)와 GM대우 모두 서로가 필요한 시기라서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자금흐름과 상식밖의 파생상품손실, GMC가 출범 후 밝힌 전략은 여전히 GM대우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쌍용차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쌍용차 문제 해결은 물론 GM대우의 위기 극복과 관련해서도 고용안정에 중점을 둔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할 것이다.
▲ 7월 들어 인천도 비정규직의 해고가 늘고 있다.
△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 해고 심각한 문제"
지난 6월 국회 때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을 개악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민생은 정치논리가 되면 안 된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일했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당시 한나라당은 개정하지 않을 경우 실업대란이 온다고 했다. 그렇게 됐나? 안됐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기업은 차분하다.
정부정책의 기본방향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25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78.9%로 '법 적용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14%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해고하고 있다. 인천도 예외가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인천중앙병원에서 해고를 단행했고, 공항공사ㆍ인천지하철공사도 비정규직을 해고했다. 말로만 민생을 외치고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법안에만 혈안돼 있다.
경제 불황 시기일수록 고용안정이 중요한데 정부정책은 거꾸로만 간다. 그러니 지방정부의 공공기관도 비정규직을 해고한다. 정부가 끝까지 해고 위주의 정책을 고집한다면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원칙은 공공기관이든 일반기업이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다른 건 외국모델 벤치마킹 잘 하면서 왜 이런 분야는 안하나?
▲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제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등록금 상한제 도입과 시 차원의 학자금 이자지원 절실"
등록금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휴학생이 8만명 이상으로 늘고, 학교를 졸업하면 채무자와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인천시당은 주민발의를 통해 '인천시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현재 시민들로부터 청구인 서명을 받고 있다. 인천시가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유인즉 정말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이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천시만의 대책으론 안 된다. 등록금 상한제와 더불어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 역시 국회법으로 가능하다. 그래서 9월 국회가 정말 중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민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
이밖에도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곽정숙(민노당 비례대표) 의원과 함께 기초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인천은 16개 광역시도 중 경기 변동 국면에서 가장 취약한 모습을 나타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실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태조사를 토대로 인천시 차원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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