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교장공모제를 추진했는데, 교육청이 공모에 응했던 교장 후보들에 대해 3차 심사까지 마친 뒤 '지정 학교 취소'를 통보해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31일 경남도교육청은 거창 북상초등학교에 대해 '교장공모제(5차)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 통보를 했다. 취소 통보 공문은 30일 권정호 교육감의 결재를 받아 31일 해당 학교에 전달되었다. 교장공모제 학교로 지정되었다가 취소되기는 경남에서는 처음이며,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 교장공모제 운영학교를 지정해 그동안 공모교장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였다. 도교육청은 다른 학교의 경우 3차 심사를 통과한 교장 1순위자한테 30일과 31일 사이 인사기록 자료 제출 등을 통지했다. 1순위자들은 앞으로 교장 연수 등의 과정을 거쳐 8월 말경 교장으로 임명받게 된다.
전교생 43명... 학부모 요청으로 교장공모제 추진
북상초교는 전교생 43명으로, 학부모와 운영위원들이 학교를 살리자는 취지로 교장공모제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교장공모에는 모두 4명이 신청했는데, 북상초교 소속 신청자가 있어 심사 업무는 거창교육청에서 맡아서 했다.
교장공모 심사는 모두 3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신청자 4명 가운데, 1차(서류)와 2차(면접) 심사를 거치면서 1명이 탈락하고, 점수순위는 A씨와 B씨, C씨 순이었고, 3차(면접) 심사를 거친 뒤 전체 순위는 B씨가 A씨보다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A씨가 심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거창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심사과정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며, 30일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 결정을 한 것이다.
도교육청은 "교장공모 대상학교로 지정하여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원자 중 1인이 일부 심사위원에 대한 불공정성을 제기하고, 지역사회와 언론을 통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는 등 물의가 야기됐다"면서 "교육청에서 진상을 조사한 결과 학교경영 정상화와 교장공모제의 발전적 차원에서 간과할 수 없는 흠결이라 판단해 지정 취소한다"고 밝혔다.
운영위 "학교 존폐 문제 달린 것"... 도교육청 "조사 거쳐 취소"
이에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교장공모제 지정 취소 철회'를 위해 도교육청 항의방문과 단식 등을 계획하고 있다.
북상초교 운영위원회 서원 위원장은 "교장공모제는 도교육감이 가지는 인사권을 지역민과 학부모들에게 일임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심사에서 2등한 신청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가 되었다고 해서 취소한다는 것은 교장공모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며, 지역민에게 주었던 인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학교가 존폐 위기에 놓여 있고,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중심인 학교가 있느냐 없어지느냐의 문제이기에 주민들이 힘을 모아 교장공모제를 신청했던 것"이라며 "얼마 전 2등한 신청자를 만나 교장공모제가 취소되거나 무효화될 경우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부형들이 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할 것이며, 저는 운영위원장으로서 원상회복되기까지 단식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며 "운영위원과 학부모들은 교장공모제 지정 취소가 철회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담당장학관은 "교장공모제의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심사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어 자체 조사를 거쳐 취소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북상초교 교장은 교육감이 임명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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