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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장관님은 안녕하실지 모르지만 장관님의 부처와 직접 관계가 깊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지금 안녕하지 못합니다.

 

노동부는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안녕과 안정을 위해 일 하는 부처로 알고 있는데 최근 이영희 장관님의 비춰지는 모습은 그렇지 못해서 몇 말씀 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제가 이영희 장관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70년대 중반쯤입니다.  그러니까 70년대 중반에 제가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청계천 평화시장에 다니면서 고 전태일의 뜻을 받들어 그의 뜻을 실현키 위해 만들어진 청계피복노조 간부들한테 장관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배들한테 당시 '이영희 선생'에 관해들은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1970년 11월 전태일 분신 때 '이영희 선생'은 서울대 법대 학생운동 출신으로서 노동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노총 간부로 재직 중이셨다고 합니다. 당시 '이영희 선생'은 의식 있는 노총간부로서 전태일사건에 충격을 받고 전태일의 뜻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특히 청계피복노조 결성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이후 '이영희 선생'은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노조간부 교육에도 관계하시다가 제가 평화시장에 들어갈 무렵 외국유학을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영희선생'이라는 분을 직접 뵌 적은 없었지만 선배들로부터 장관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이영희 선생'은 전태일의 숭고한 뜻을 실현하고자 하는 참 훌륭하신 분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70년대 민주노조간부들한테 큰 영향을 준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노동교육을 하셨으니 직접 뵙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존경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70년대 후반으로 기억되는데 장관님께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당시 장충동에 있는 크리스챤아카데미 사무실로 선배들을 따라 장관님께 인사드리러 갔었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장관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당시 '이영희 선생'으로부터 들은 말씀은 "노동운동은 예를 들자면 농부가 우유를 계속해서 짜기 위해서는 젖소를 죽일 정도로 젖을 과도하게 짜면 안 되고 계속 젖을 짜기 위해서는 소를 살려가면서 짜야 한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그 말씀을 듣고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그 정도로 과격하거나 성장하지 않았는데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하고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셔서 국내 현실을 아직 잘 모르셔서 그런 말씀하시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청계피복노조 선배들이 고마워하는 '이영희 선생'은 대학교수로 재직하셨고, 그 사이 우리 청계피복노조는 목숨을 건 투쟁이 이어졌고 끝내는 전두환 정권에 의해 1980년 강제로 해산 당했습니다. 이에 또 우리는 노조를 부활시키면서 자주적인 노조를 지켜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구속, 수배, 해고, 구류 등을 살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70, 80년대 민주노조운동은 죽지 않고 지켜졌습니다.   

 

'이영희 선생'은 대학 교수로서, 우리들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 중심에서 살아온 것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87년 이후 절차적 민주화도 달성되고 노동계급도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식대로 살면서 잊고 있던 '이영희 교수'께서 언젠가 지금 한나라당의 전신인 정당의 '여의도 연구소 소장'님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갸우뚱 해 본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더욱 뜻밖인 것은 친 기업 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영희 선생님'이 노동부 장관으로 거명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때만 해도 저는 이렇게 생각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친 자본가 정부라 해도 그래도 이영희 노동부장관님은 전태일을 잘 알고 한때는 전태일의 뜻을 이루고자 했던 분이라 뭔가 다를 것이다"라고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언론보도에 이영희 장관님의 재산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때에도 사실 저는 언론이 과장 과도한 보도를 한 것이길 바랐습니다.

 

장관님은 어쨌든 노동부장관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노동부장관님이 되신 '이영희 선생'은 과거 전태일사건을 통한 노동운동을 거론하시고 또 장관이 되자 바로 청계천 전태일기념사업회에 계시는 이소선 어머니께 인사까지 오셨습니다.

 

노동부 장관이 되어서 젊은 시절 정의를 부르짖던 현장에 찾아오신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그렇다면 그 현장에서 정치적인 행동이 아닌 초발심을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으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장관님께서 장관이 되신 일성으로 전태일을 들먹이셨으면서도 전태일의 뜻과는 정 반대의 정책을 펴고 계십니다. 노동부는 기업의 입장이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 부처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관님은 장관님이 되시고 난 뒤에 노동자 입장에서가 아니라 기업주 입장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운운하시고, 이어 비정규직법 개정 등을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법 개정을 앞장서온 장관님은 언론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인지 노동부장관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장관님은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정책을 펴는 모습입니다.  제가 장관님에 혹시나 하면서 거는 일말의 기대마져도 무너져버렸습니다.

 

 

이영희 노동부장관님! 

 

정작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과 절망과 절규를 모르십니까? 지금 비정규직은 고용의 불안과 차별대우 등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정책의 주무부서인 노동부에서는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한 정규직 전환이라든지, 비정규직노동자 해고의 최소화라는 정책을 앞장서서 시행 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님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비정규직 기간연장을 위한 법 개정에만 몰두하셨습니다. 비정규직 법을 개정하기 위해 장관님께서는 100만 해고 대란설을 유포하여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장관님이 거론하시는 전태일의 뜻과는 정 반대로 장관님은 행동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전태일은 늘 가장 약한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위해 동정하고, 대신 일 해주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재단사가 되어 업주와 맞서기도 하고, 마침내는 스스로 각성하고 싸우기 위해 조직적으로 투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나약한 나를 다 버리고" 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태일은 당시 가장 약한 어린 연소노동자인 시다들을 위해 그들의 곁에 영원히 있기 위해 자신을 불태웠습니다. 지금 전태일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곁에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전태일정신은 당연히 비정규직을 비롯 더 약한 노동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장관님께서는 비정규직 기간연장은 비정규직의 해고를 막기 위한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장관님의 주장을 노동계 전체가 반대합니다. 반면 장관님의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은 기업주들입니다. 이래도 장관님의 주장을 비정규직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비정규직법 개정이 무산됨으로서 현행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아 할 것이며, 비정규직의 해고를 최소화하려는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보기에 노동부에서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오히려 정부에서 100만 해고 대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기업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해고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최근에는 정부 여당에서 비정규직법개정이 무산되었으니 비정규기간연장에 연연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더니 이런 말을 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비정규직법 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말합니다. 장관님, 현 정권은 어찌 이렇게 철저하게 자본가의 입장에서만 노동정책을 편단 말입니까?  이에 노동부가 앞장서니 노동자를 위한 주무부서는 과연 어떤 부서입니까?

 

장관님  전태일의 뜻을 운운하면서 더 이상 전태일을 욕되게 하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영희 노동부장관님!

 

지금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이 무더운 날에 물과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도 못하면서 70여일 이상을 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질서 운운하면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권마저도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의 해법이 과연 무엇일까 저로서도 명쾌한 답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요. 또 노동부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록 노사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는다 해도 최선을 다 해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노동부에서 막후에서 기울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쌍용자동차 문제를 정부는 방치하고 오직 공권력으로 해결하려는 모습만 보입니다. 

 

앞에서 열거한 것들만 보더라도 노동자 입장에서나 전태일정신에 입각해서도 이영희 장관님은 전태일의 뜻을 져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전태일의 순수하고 숭고한 뜻은 수준 낮은 정치적 장식물이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드린 말씀이 사적(私的)으로는 매우 무례한 말씀일 수 있습니다. 이 무례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이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청계피복노조 위원장,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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