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2일 오후 2시 56분]쌍용자동차 노사의 막판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쌍용차 사측은 2일 오전 10시 평택공장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자간 협의를 더 진행할 의미가 없다"며 결렬 선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박영태·이유일 법정관리인은 무급휴직 290명을 내건 최종안을 제시하면서 "사측 최종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대화는 하지 않고, 청산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을 신청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박영태 관리인은 "사태가 지속될 경우 청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노조 측을 압박했다. 그간의 교섭과정에 대해서도 "노조가 '총고용 보장' 원칙만 고수하면서 파업 농성자만을 위한 협상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것을 얻으려고 70일 넘게 파업한 것이 아니다"면서 수용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노조는 "노조가 대폭 양보한 '6개월 무급휴직' 안은 거의 타결에 도달했는데, 사측이 '50%에 한해 무급하겠다'고 번복하고 일방적으로 협상파기를 선언했다"고 맞섰다. 타결 직전에 회사가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이로써 무박4일간의 마라톤협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쌍용차 사태는 다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노사가 세부사안에는 합의한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순환휴직' 놓고 끝내 평행선 이날 쌍용차 사측은 ▲무급휴직 확대운영(290명) ▲영업직군 신설을 통한 영업직 전환(100명) ▲분사를 통한 재취업 기회 제공(253명) ▲희망퇴직(331명) 실시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최종안을 제시했다. 무급휴직자 및 희망퇴직자에 대해서는 취업알선, 직업훈련, 생계안정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회사에 인력수요가 생길 경우 고용기회를 재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앞서 이날 새벽 5시 보도자료를 내고 ▲정비직영분사 및 노조가 동의하지 않는 공장 내 분사계획 철회 ▲희망자에 한해 영업파견제 실시 ▲그 외 인원에 대해서는 8개월간 무급휴직 후 순환휴직 실시, 주간연속 2교대제 실현 ▲사내 협력업체 소속인 비정규직 직원고용승계에 대해 이미 노사가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1일 오전 6:4의 비상인력운용 배분을 들고 나오면서 협상장의 분위기가 뒤집혔다는 것. 금속노조 측에서도 "1일 밤 12시께 노사 양쪽이 무급순환휴직에 대해 의견을 좁혀 구체적 문안까지 정리했다는 말을 듣고 기대가 컸는데 갑자기 회사가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사측은 핵심쟁점인 '순환휴직'과 관련, "인력구조조정이 마무리된다 해도 약 700여 명의 잉여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리해고자 전원 순환휴직을 받아들인다면 회생절차 진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추가적 임금 저하에 따른 조합원간 갈등 확대 ▲업무전념도 감소에 따른 저생산성 구조 ▲이미 희망퇴직한 직원 1800여 명과 형평성 문제 등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이미 정리해고가 진행된 상황에서 '총고용 보장'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규직 뿐 아니라 비정규직을 포함해 2000여 명이 실직했으며, 사측은 70% 이상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970여 명 농성자 전원이 무급휴직을 해도 연간 추가비용은 72억원이다"고 주장했다.
사측, 공장 진입 계획도... 전기 끊긴 농성장, 고립 위기 사측이 협상결렬을 선언하면서 쌍용차 평택공장의 긴장감은 다시 높아졌다.
회사는 "법률적 노력은 다했고 공권력 투입만 남았다"면서 "공권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4600명 임직원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을 주동한 노조 집행부뿐만 아니라 외부세력, 끝까지 파업에 참가한 인원에도 원칙에 따라 법적 책임이 집행되도록 조처한다는 강경 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낮 12시 10분부터 파업노동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도장공장의 전기가 끊긴 상태다. 농성장 안은 암흑으로 변했으며, 노트북이나 휴대폰 배터리 충전도 더 이상 불가능해 언제 외부와 통신이 차단될지 알 수 없다. 이날 기자회견도 공장 바깥 앰프에 휴대폰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힘들게 이뤄졌다.
사측은 선무방송을 통해 "아직도 늦지 않았다, (농성장을 이탈하면) 조사만 받고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고 이후 협력업체에도 취업할 수 있다"면서 파업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있다.
회사 직원들이 농성장에 진입을 시도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고, 공권력 투입으로 인한 대형참사 위험도 피할 수 없다. 한상균 지부장은 "공권력이 들어오면 악만 남은 노동자들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하기조차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희망은 남아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측 역시 협상결렬을 선언하면서도 공장 진입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명확한 시기를 못 박지 않고 회사 최종안에 대한 노조 측 답변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사측의 협상 결렬선언이 노조를 압박하는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현장에서 농성 중인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사측에 교섭 재개를 요청했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오후 1시 30분 기자회견에서 "사측은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오라, 이를 거부하는 것은 쌍용차 전체를 죽이는 '파산선언'에 다름 아니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