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호선매표소 매표소 폐지, 승객들은 자동발매기를 이용하고 있다.
4호선매표소매표소 폐지, 승객들은 자동발매기를 이용하고 있다. ⓒ 김솔미


매표소 폐쇄 "자동발매기를 이용하여 주십시요."
매표소 폐쇄"자동발매기를 이용하여 주십시요." ⓒ 김솔미

"폐쇄, 맞은편 자동발매기를 이용해 주세요."

지하철 매표소가 폐쇄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지난 6월 12일 수도권 지하철의 매표소가 전면 폐쇄된 지 두 달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알려지지 않았다.

매표소로 향하던 시민들은 '폐쇄'라는 문구와 함께 막아놓은 매표창구를 보고 발길을 돌린다. 캄캄한 매표소의 전경은 활기찬 역내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면서 역내 한 쪽 구석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무원들이 개찰구로 나와 승객들을 안내하고 일일교통카드판매기의 이용을 돕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서 폐쇄된 매표소의 활용방안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었다. 서울메트로의 김정환 보도 차장은 "휴대폰을 충전하거나 외국인을 안내할 수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 시기는 "일일 교통카드 판매기의 사용이 정착됐을 때"라고 밝히며 "매표소가 다시 개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도시철도공사 홍보담당 관계자는 "고객서비스센터나 다른 업체에 임대할 수도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역무원들은 불안한 심경을 내비쳤다. 4호선에서 근무하는 역무원 A씨는 "지금은 매표 안내를 하느라 바쁘지만 이러한 무인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측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하지만 "업무가 줄어드는 데 당연히 불안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7호선에서 근무하는 역무원 B씨는 "그동안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사퇴한 300여 명의 직원들도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사측의 '인력감축은 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고 전했다.

7호선 매표소 왼쪽의 어두운 곳은 폐쇄된 매표소, 오른쪽은 역무실이다.
7호선 매표소왼쪽의 어두운 곳은 폐쇄된 매표소, 오른쪽은 역무실이다. ⓒ 김솔미

서울메트로 "남는 인력은 고객서비스에 주력할 것"

역무원들과는 달리 서울메트로 측은 "걱정할 것 없다"고 단언한다. 김정환 차장은 "역무원들이 매표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고객센터를 만들면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시스템이 9호선과 같이 무인화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는 인력이 고객서비스에 주력할 수 있으니 시민들에게도 더 이로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안전 문제도 오히려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서울메트로 측은 2010년까지 전체인력의 약 20% 감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 차장은 이에 대해 "그 발표는 그 당시 상황에서였다"며 "무인화 기술을 우리만 마다할 수는 없지 않냐"며 "대신 (기존의 인력이 투입될) 파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역무와 관련 없는 '고객서비스' 업무만을 늘린다면 기존의 정식 직원이 아닌 단순 서비스업을 담당할 수 있는 비정규직의 채용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차장은 "그렇지 않다"며 "질 좋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고 전했다.

지하철노조 "인력 줄여 경영개선? 언발에 오줌누기"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측도 사측의 경영개선 방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조동희 노조 정책실장은 "고용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역무 일은 줄겠지만 유지보수에 관한 업무는 더 많아 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력을 줄여서 경영개선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말하며 "사측도 (우리와) 어느 정도 인식은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단, "사측의 태도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견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서울메트로 측이 밝힌대로 폐쇄된 매표소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킬지는 지켜볼 일이다. 무인화 되는 시스템이 정착되는 가운데 생겨나는 우려도 불가능한 일 만은 아니다. 노·사간의 배려와 타협이 요구된다.  

매표소 유리에 붙어 있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라'는 친절한 안내문에 시민들은 불편하다. 판매기 옆에는 사용법이 버젓이 붙어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나 외국인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일일 교통카드를 구매하려던 한 50대 여성은 "할 줄 모르는 데 어쩌냐"며 "사람이 있을 곳에는 사람이 있어야지"라며 폐쇄된 매표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매표소#매표소폐쇄#자동발매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