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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원하는 교장공모제 하기가 이렇게 힘듭니까?"

 

3일 밤 경남도교육청 민원전용실에서 만난 서원(45) 거창북상초교 운영위원장이 한 말이다. 서 위원장은 '교장공모제 취소 철회'와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의 면담 등을 요구하며 이날 낮부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북상초교 학부모들은 지난 6월 교장공모를 신청했고 도교육청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4명이 교장 후보로 신청했는데, 3차 심사가 끝난 뒤 신청자 가운데 1명이 '심사의 불공정성'을 제기했고 거창지역 7개 신문사 가운데 1곳에서 이를 보도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달 31일 '물의가 야기됐다'는 이유로 '교장공모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들은 심사에 담합이나 금품수수, 청탁 등 부정의혹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 위원장은 3일 오전 2명의 거창군의원을 포함한 학부모 20여 명과 함께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장공모 취소 철회'를 요구했다. 서 위원장은 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삭발한 뒤, 교육감 면담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권정호 교육감은 3일 외부 일정을 이유로 서 위원장을 만나지 않았으며, 4일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갔다. 서 위원장은 3일 오후부터 도교육청 민원전용실에서 지내고 밤을 새운 뒤, 4일 아침 7시경 나왔다. 그는 현재 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거창 북상면 학부모들이 릴레이로 동조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서 위원장은 3일 점심부터 죽염과 물만 먹으면서 단식하고 있다. 이날 저녁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과 창원지역 전교조 교사들이 격려방문을 오기도 했다.

 

다음은 서원 위원장과 3일 밤 경남도교육청 민원전용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거창 북상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서원 위원장은 '교장공모제 취소 철회'를 요구하며 3일 오후부터 경남도교육청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다.
거창 북상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서원 위원장은 '교장공모제 취소 철회'를 요구하며 3일 오후부터 경남도교육청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다. ⓒ 윤성효

- 교육감은 만났는지?

"못 만났다. 어제 오전 기자회견 하고 현관 앞에서 삭발한 뒤부터 교육감실 앞 복도에서 2시간30분 가량 기다렸지만 못 만났다. 거창에서 함께 왔던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들은 복도에서 점심을 시켜 먹었다. 어제는 다른 일정이 있다 했고, 오늘부터 여름 휴가라고 했다. 어제는 교육감 부속실을 통해야 한다기에 문을 열려고 했지만 오랫동안 닫혀 있었다. 직원 10여 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후 부교육감을 면담하고, 이후부터 민원전용실에 있다."

 

- 사전에 교육감 면담을 신청했는지?

"교장공모 취소 통지를 받은 게 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7월 31일이었다. 오전에 곧바로 부속실에 전화했더니 부속실장은 '확인해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기다려도 전화가 오지 않아서 전화를 걸었더니 같은 대답이었다. 어제(3일) 아침 거창에서 창원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9시경 전화를 했더니 회의 중이라며 10시경 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내내 기다렸는데도 전화가 오지 않아 걸었더니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 교육감이 왜 만나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교육감이 일부러 피한다는 생각보다는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감은 여러 일정이 있겠지만, 일에 있어 경중이 있을 것이다. 학부모들을 만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이 일이 더 심각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이다. 교육감께서 다른 중요한 일정을 보고, 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만나 줄지 모르겠는데, 그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처음 요구 사항은 교장공모제를 원상회복시켜 달라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교육감 면담이 추가된 것이다."

 

- 다른 실무자를 만나도 될 것인데, 왜 교육감을 만나야 한다고 보는지?

"교장공모제 취소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교육감이다. 취소 결정을 철회할 수 있는 사람도 교육감이다. 취소 결정을 내리기까지 학부모들이 내세웠던 정보가 교육감한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교장공모 지원자 1명이 주장하고, 거창지역 7개 신문사 중에 1곳에서만 보도된 내용을 갖고 교장공모제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주장이나 보도들에 대해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응을 자제했던 것이고, 반론을 펴는 게 잡음으로 비춰져 결국 물의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봤던 것이다."

 

- 교장공모 취소 결정 통지가 왜 늦었다고 보는지?

"지원자 1인이 심사의 불공정을 제기하고, 1곳의 지역신문에 나온 뒤 교육청에서 감사를 벌였다. 감사를 벌인 지 상당한 날짜가 지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장학관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결정 난 게 없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임용 예정자 1명을 결정하고 교육부에 임용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없는데, 결정이 늦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달 31일 학교에 전화를 했더니 통지가 왔다고 했는데, 결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교장공모 취소 결정'을 듣고 분노했다."

 

- 교장공모 취소는 처음이라는데?

"정말 어렵게 얻어낸 교장공모제였다. 우리의 어린이와 지역의 미래를 꼭 필요했다. 심사 불공정을 제기했다는 신청자 중 1인한테도 이야기를 했다. 어린이와 지역을 위해 부탁한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선례가 되어서는 안된다."

 

- 교육청의 취소 결정이 왜 납득이 가지 않는지?

"거창의 한 신문에 나오고 신청자 중 한 사람이 이의제기를 했다는 게 교육청의 주장이다. 교육청에서 조사했지만 심사위원들의 담합이나 금품수수, 청탁, 향응제공 등 어떠한 불법,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다. 적법하게 심사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심사 결과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정보공개청구나 법적으로만 공개가 가능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어떻게 언론이 알려졌는지 의문이다. 비밀유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거창북상초교 학교운영위원회 서원 위원장(오른쪽)이 3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민원전용실에서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거창북상초교 학교운영위원회 서원 위원장(오른쪽)이 3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민원전용실에서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 거창상북초교 사태가 하나의 선례로 남을 수 있겠는데?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의 선례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신청했다가 탈락한 사람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추측으로 이의를 제기한다면 다 받아줄 것이냐. 그래서는 안 된다. 교육청은 이번에 심사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어야 하는 것이다."

 

-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3차 심사를 한 뒤 교육청의 조사를 받았는데?

"먼저 비밀 유지 서약을 하라고 했다.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했다. 학부모 운영위원들은 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으면서 범죄인처럼 조사를 받아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교장공모 취소의 결과로 나올 줄은 몰랐다.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심사하면서도 그랬고 감사 때 답변도 그랬지만 담합 등 어떠한 의혹도 없이 공정하게 했고, 그렇게 답변했다."

 

- 신청자 4명이 심사 이전에 만난 적은 없는지?

"3명은 선거운동처럼 만나러 왔을 때, 교장이나 교감 승진 차원의 이야기를 했다. 친구들은 벌써 교장이 되었느니 교감이 되었느니 하면서 자신도 교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승진 대상의 자리로 교장공모제에 신청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 신청자는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의 미래와 지역 발전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 차이는 명확했다. 심사했던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담합한 게 아니라 이심전심이라 할 수 있다."

 

- 왜 교장공모제를 해야 했는지?

"지금은 전교생이 43명이다. 옛 월성·소정·병곡초교가 없어지고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딸이 그 학교 5학년인데, 입학할 때는 13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8명만 남아 있다. 거창읍에 있는 학교로 간 것이다. 그쪽으로 이사간 부모도 있지만, 북상면에서 아직 농사를 지으면서 자녀는 거창읍으로 전학시킨 사례도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학교가 폐교될 수 있고, 그러면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교장공모제를 신청했던 것이다. 폐교만큼은 막자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거창북상초교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들은 '교장공모제 취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서원 위원장이 3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현관에서 삭발하고 있는 모습.
거창북상초교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들은 '교장공모제 취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서원 위원장이 3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현관에서 삭발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교육청에서 발령받은 교장이나 교직원들을 중심으로 발전방안을 찾을 수도 있지 않나?

"지금 교장까지 퇴임 직전에 교장 발령을 받은 지가 벌써 세 번째다. 퇴임 직전과 신규 발령 교원이 절반 이상이다. 그렇다고 퇴임직전과 신규발령 교원들이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의지가 강하다 약하다는 말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2년간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마찰이 심했다. 운영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해 학교에서 번복해 대립했던 적이 있었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보따리를 싸겠다는 말까지 했고, 나중에는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사과한 뒤 해결되었다."

 

- 교육청에서는 심사 점수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던데?

"규정상 심사 점수 자료는 공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학부모들이 공개하자고 해도 교육청은 규정을 들어 비공개라고 해야 하지 않나. 공개할 수 있다는 말은 규정을 어기겠다는 말이다. 교육청이 제도를 만들어 놓고 반대하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교육청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 교장공모 취소 통보 뒤 거창 북상면 주민들의 반응은?

"어제 기자회견 때 2명의 군의원이 참석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다면 지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북상면민 전체는 심사는 공정했다고 여기고 있다. 시시비비가 없다고 여기기에 군의원까지 나서서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것 아니겠나."

 

- 교육청에서 보낸 '교장공모 취소 결정 통보' 공문에 보면 학부모 운영위원 심사의 불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명예훼손이다. 거창의 한 신문에 일방의 주장을 담은 내용이 나오면서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교장공모제가 지켜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고 자중했다. 학부모 운영위원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은 법적으로 문제 삼을 것이다."

 

- 또 교육청은 학교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교장공모 취소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가만 두는 게 정상화다. 교육청이 교장공모제를 가만히 두고 그대로 시행했으면 정상화가 되는 것이다. 취소하니까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정상화가 되지 않게 된 것이다. 교육청의 취소 결정으로 학부모들이 행동하게 되었다. 교육청이 학교가 정상화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 셈이다."

 

- 교육청은 심사에서 사회통념상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는데?

"교육청이 그렇게 말은 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담합이나 금품수수 등의 사례가 없었고, 교육청은 그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교사가 학생을 평가할 때 '미흡'한 학생을 어떻게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나. 마찬가지다. 대학입학시험 예체능분야의 심사를 예를 들어 보자. 한 심사교수의 점수가 많고 적게 주었다고 하자, 그러면 다른 합격자도 합격을 취소해야 하고, 입학 사정 전체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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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공모제#거창북상초교#서원 학교운영위원장#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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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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