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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 '동방신기'라는 그룹의 지명도는 우리가 국내에서 생각하는 그 이상이며, 그들의 존재는 아시아에서 곧 한국의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해외에서 '동방신기'라는 그룹의 지명도는 우리가 국내에서 생각하는 그 이상이며, 그들의 존재는 아시아에서 곧 한국의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 SM엔터테인먼트

 

얼마 전, 일본 TBS에서 방송되는 'Count Down TV'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가 나는 꽤나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대체로 줄여서 'CDTV'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알다시피 일본에서도 오래된 랭킹형식의 TV 음악 방송으로, 매주 J-POP과 관련된 음악을 1위부터 50위까지 선정해 발표하고 그 중에서 상위 1위부터 3위에 랭크된 가수는 직접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노래를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아마도 앨범 발매시기를 생각하면 대략 2~3개월 전쯤이라 생각되는데, 아무생각 없이 랭크진행을 보며 일본 J-POP시장의 다양성과 넓은 시장성에 감탄하다가 대망의 1위 발표의 순간, 나는 상당히 익숙한 남자 아이돌 그룹을 보게 된 것이다. 순간 '자니스'(Johnny's)계열로 착각했지만, 그들은 분명 한국의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였고 1위곡은 그들의 27번째 싱글 타이틀곡인 'Share the World'였다.

 

물론 예전 '보아'의 앨범 <Listen to My Heart> 이후 이따금 들려오던 한국 가수들의 오리콘 차트 랭크 성적이나, 필리핀 인콰이어러에 실린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특집기사, 아울러 가장 최근 '윈즈'(w-inds)와 함께한 '빅뱅' 권지용과 '조나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와 어울렸던 '원더걸스'를 생각하면, 딱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해외에서 갑작스럽게 조우하게 되는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들의 성공적인 진출의 화상과 분위기는 분명 낯선 여행자에게 자부심과 비슷한 어떠한 감동과 감흥을 준다. 그리고 그러한 감흥 뒤에 나는 상당히 복잡하고도 미묘한 고민에 사로잡히게 되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성공에 대한 나의 이중적인 걱정과 닮아있었음을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돌 그룹이 가지는 '영향의 긍정'

 

 새롭게 일본시장에 발을 딛은 YG의 '빅뱅'.
새롭게 일본시장에 발을 딛은 YG의 '빅뱅'. ⓒ YG엔터테인먼트

 

실제로 한국 대중음악은 세계 대중들에게 아이돌 그룹이라는 특화된 매개체를 통해 더 넓게 그리고 더 빨리 전파해 나간다. 국내에선 트렌드의 몰입이나 다양성의 파괴, 혹은 상업성의 극단이라 비난받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해외에선 K-POP이라 불리는 포괄적인 음악장르의 전형적인 표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가지는 가치는, 단순히 문화적인 전파나 상업적인 성과로만 귀결하지 않는다. 그들은 '소녀시대'를 보며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동방신기'를 통해 아시아의 팬들끼리 교류하며, '슈퍼주니어'를 통해 환상을 심는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문화를 통한 일련의 한국 알아가기 메커니즘은, 유난히도 사이가 좋지 않은 동아시아 3국(한국, 일본, 중국)끼리의 교류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나 유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아이돌 그룹과 그들 스타일에 이끌려서'라는 반응을 보이는 건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현재 양산되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은 기획단계에서 이미 해외 마케팅을 염두하고 있다. 또 활동 중인 그룹들도 아시아의 그곳에서 상당한 위치를 가지고 그 위치만큼이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의 아이돌 그룹이 가지는 영향력은 해외의 문화 파급력을 전제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이다. 특히 유튜브나 개인 블로거들을 통한 자발적인 확산은 계속해서 스스로 화제를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발전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뉴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의 팬덤문화는 국내에선 가끔 비난의 타깃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반대로 해외로 이전하게 되면 대중들에 의한 지원의 타깃이 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특이점에서 아이돌 그룹을 보는 이중적인 잣대도 함께 발생한다.

 

그들이 가지는 '긍정의 과제'

 

 새롭게 등장한 걸 그룹 '티아라'. 이로써 우린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열 팀에 가까운 걸 그룹들의 퍼포먼스를 보게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걸 그룹 '티아라'. 이로써 우린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열 팀에 가까운 걸 그룹들의 퍼포먼스를 보게 되었다. ⓒ 엠넷미디어

그 부정의 잣대의 큰 한 축은 다름 아닌 트렌드의 몰입이라 말한다. 한국 음악시장을 말할 때 언제나 문제 시 되는 이 고단하고도 지겨운 논쟁은, 상업성의 극단을 쫓는 음악성의 문제와 아울러 너무나도 협소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비난할 때 언제나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이는 아이돌 그룹 자체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것은 '동방신기' 해체설의 원흉이 그들 각자 멤버 간 불화에 있지 않은 이유와 마찬가지 논리다. 오히려 앞서 말했듯 최근의 아이돌 그룹들이 그들 스스로 자신의 태생과 존재 이유를 매우 충실하게 수행해 나가고 있음에 나는 감탄하는 쪽이다.

 

90년대 중반, 전설이 되어버린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의 아류 난립이라 그토록 욕을 먹었던 그들이, 그들만의 노력으로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K-POP의 전형이 돼버린 시대가 도달한 것이다. 물론 아직은 많이 이르지만,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일본의 J-POP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부류들이 당혹스러워질 정도라 할만 하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을 통한 K-POP의 번창은, 아이돌 그룹이 가지는 그 감각적이고도 휘발적인 사운드만큼 수용자들에게 유입되는 시기가 길지 못하다. 그러한 특징 때문에 상업적인 논리에 따라 그룹들과 공통된 트렌드가 동시에 난립하게 되는 부작용 역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언젠가부터 국내에서 그 전에는 이름마저 생소했던 디지털 싱글시장이 커져가고 있는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 음반에 담겨있는 곡수만큼 그들의 활동시기와 컴백시기가 계속해서 짧아지고 있는 이유도 그곳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여러 걸 그룹들의 컴백 시기가 여름 한철에 뭉치기 시작하면서, 한 음악 프로그램에 걸 그룹만 10팀이 출연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YG에 의해서 국내 4단계 프로모션을 통해 등장한 '2NE1'. 결국 이러한 플랜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굳어지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YG에 의해서 국내 4단계 프로모션을 통해 등장한 '2NE1'. 결국 이러한 플랜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굳어지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 YG엔터테인먼트

 

물론 이것은 소위 '아티스트'라는 개념과 비교되는 상대적인 시기이며 협소한 한국 음악 시장에서 그러한 몰림의 현상은 일견 자연스러운 부분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돌아가는 요즘과 같을 때에 아이돌 그룹 스스로 자신들의 생존 경쟁무기를 단순히 영미 권에서 따온 팝 트렌드나 그룹간의 비슷한 이미지에서만 찾기엔 이젠 무리가 있다.

 

또 그들의 성공기반은 결국 국내시장의 어필뿐 아니라,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아시아의 고객들을 통해 장기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이돌 그룹을 총괄하는 기획사 스스로 자기 복제외에 그 장기적인 플랜에 대해 이제는 한 번쯤 짚어봐야 한다.

 

과거 '한류'라 일컬었던 드라마 돌풍이 어떻게 하다가 사그라졌는가에 대한 교훈을 한 번쯤 상기해볼 필요가 지금 음악 시장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방치하기엔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의 위상과 기대는 생각보다 너무 많이 커져버렸다.

 

대한민국의 아이돌 그룹, 세계를 구원하라!

 

 중국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슈퍼주니어'. 이들은 그룹의 기획단계 부터 이미 해외시장을 염두했다.
중국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슈퍼주니어'. 이들은 그룹의 기획단계 부터 이미 해외시장을 염두했다. ⓒ SM엔터테인먼트

 

결국 제기되는 것은 그들 인기를 앞서가는 장기적인 콘텐츠 개발과 수반되는 기획사들의 선진적 제도다.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기획사들이 계속해서 찍어내는 아이돌 그룹의 수명과 그들의 음악들은, 결국 그 눈앞에 이익만큼이나 짧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과거에도 앞서 수차례나 반복하지 않았던가.

 

이제 형성되는 아시아와 세계의 K-POP이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되는가에 따른 핵심에서 아이돌 그룹 그들 스스로의 역할은 분명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형성하는데 있어 현재의 기획사들이 이룩한 그들만의 사업구조와 노하우들 역시 그 성공의 밑받침이 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그 다음이다. 벌써부터 과열되는 국내시장 걸 그룹들의 난립이나 과도한 현지화 전략으로 한국 시장은 아이돌 그룹들의 2군격으로 격하되고 있는 분위기다. 기획사와 가수간 계약에 따른 일련의 잡음이나 그룹간 특이점을 찾기 힘든 음악적 스타일의 몰입은, 결국 과연 이러한 구조가 앞으로의 발전에도 계속해서 작용되어 돌아갈 것인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과연 이러한 그들만의 국내용 기획 패러다임으로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과 그들로 인해 넓어진 세계의 음악시장을 과연 우리의 것으로 계속 구축할 수 있을까. 과연 세계적인 변화의 추세에 세계의 대중들은 계속해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기다려 줄 것인가.

 

그 해답은 결국 시장에서의 움직임으로 먼저 간파될 것이다. 그리고 곳곳에 감지되는 화려한 빛 이면의 움직임들은, 팬들의 바람대로 그들이 음악으로 세계를 구원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물음에 언제까지나 명확하게 답해 줄 수 있을까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물음은 그 빛의 밝음만큼이나 미룰 수 없이 지금 되돌아 봐야할 현재의 과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kell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아이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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