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산 시민이 된 건 지난 6월 중순께입니다. 결혼 해 정착한 곳이지만 아직까지 적응하기 쉽진 않은 거 같습니다. 낮 시간에는 주로 서울 회사에 있고 저녁이 되어야 오산에 오다보니 사실 동네 물정은 거의 모릅니다. 결혼 전과는 생활 여건이 많이 다르지만 다 같은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에 환경에 저를 맞추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느 공동체가 마찬가지겠지만 최근에 저희 동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보니 정말 인간이라는 동물이 간사하고 이기적이기 짝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제 자신도 예외는 아닙니다만. 주말 시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나오는데 한 꼬마와 할아버지가 서명을 해보라고 권유해서 어떤 내용인가 봤더니 오산시 외삼미동 일대에 전철 역사가 생기는 데 그 명칭을 오산 입장에서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오산 시민의 입장에서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서명을 했습니다.
'화성시(동탄역)' VS '오산시(삼미역)'
신설되는 전철역은 원래 1호선 병점역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그 동안 전철로 인한 소음 민원에 따라 인접한 동탄 입주 인구의 증가와 맞물리면서 지난 2007년 1월 화성시가 당시 건교부와 병점차량기지역(가칭)을 신설 협의하면서 준공 돼 연말쯤 완공될 예정입니다. 화성시로선 시장의 공약 사항으로 전체 340억 원의 예산 가운데 140억 원이나 투자하는 큰 사업입니다. 역명도 서동탄역, 동탄역으로 화성시 관할 행정 구역의 명칭으로 이미 국토해양부와 이야기가 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해당 역사의 위치입니다. 전체 5만 여 평방미터 가운데 오산시 외삼미동이 3만 8873㎡로 71.2%의 부지를 내주었고, 화성시 능동의 경우는 1만 5천㎡이기 때문에 오산 시민들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당연히 삼미역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최영근 화성시장이 이기하 오산시장과 합의할 때 역사가 완공되면 원인자 부담 차원에서 오산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추겠다고 구두 약속까지 했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는 게 대책위까지 구성한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앞으로 오산시와 화성시는 양 도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토해양부에 제출하고 역사지명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화성과 오산 시민들 사이에서 전철 역사 유치를 놓고 역명에서부터 입장차가 다르고 양 지자체 역시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여서 자칫하다간 지자체 간 분쟁은 물론이고 외부의 시선으로부터도 지역 이기주의라는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스필오버(spill over)라는 전문 용어가 있습니다. 한 곳에서 넘쳐 다른 곳으로 퍼지거나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하는 데 예를 들어 원화대비 엔하 가치가 오르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수가 늘면서 서울 명동 일대 방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강남으로 흘러넘치는 현상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철 역명 명칭을 놓고 두 도시가 이렇게 다투는 데는 결국 자 도시 중심주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관할 주민만 편하면 되겠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산시와 화성시는 이번 사태가 확산돼 더 이상의 주민 갈등으로 인한 불신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상호간 이득을 줄 수 있는 긍정적 스필오버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우리는 공동 운명체입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자기 지명을 고집해서 얻는 게 무엇이 있습니까. 저도 같은 오산입니다만, 외삼미동 일대 주민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또한 화성시 동탄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주민들의 생각을 압니다. 현재로선 합일점을 찾기 어렵다면 역명을 '삼미동탄'역(or 동탄삼미)으로 통합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처럼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해결책은 없습니다.
요즘 온 동네가 동탄역 반대, 삼미역으로 정해라라는 플래카드로 물들었습니다. 서울보다는 조용한 도시에서 마음 편히 살아보나 싶었는데 이런 분쟁으로 인해 괜히 마음만 심란해 졌습니다. 화성시장님과 오산시장님은 지금이라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 담판을 지으시든지 아니면 애초 약속한 대로 합의 사항만 그대로 지켜 서로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양보의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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