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양반, 여기 집을 사면 후회 안 할 거야. 돈을 벌 수밖에 없거든.""평당 6천만 원? 이곳 사람들은 비싸다고 생각 안 해요."지난 5~6일 집값 전국 수위를 다투는 경기 과천시와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이다. 과천에서는 기자가 투자 권유를 받았고, 강남에선 집값 상승에 대한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부는 올해 들어 이들 지역의 집값이 올랐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집값 상승을 막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대응하겠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 부동산 시장이 전국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황을 가볍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지났다. 현재 과천·강남의 집값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또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가장 비쌌던 2006년 하반기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경기 과천] 집값 상승 1위... "기자 양반도 집 사, 돈 벌 수밖에 없어"
지난 3일 국민은행이 내놓은 '7월 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국의 아파트가격은 4월 이후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과천 집값은 7월에 3.4%나 올라 집값 상승률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도 과천 집값은 10.3% 올라 전국 1위였다. 현재 과천의 아파트 가격은 최고점 대비 85% 이상의 회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3월 실거래가격이 7억5천만 원이었던 과천 주공 2단지 59㎡(18평)형 아파트가 현재는 8억8천만 원에 거래될 만큼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최근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으로 거래량은 줄었지만,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게 이곳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과천 아파트 가격 상승은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와 부동산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배경에는 재건축이 있다. 과천의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된 주공아파트 3단지와 11단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재건축 대상이다.
특히 과천시가 재건축 용적률을 160~190%에서 25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돈이 몰려들었다.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 때문이다. 재건축해 2007년 입주한 11단지 인근에 위치한 D부동산 중개업소 김영호(가명)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5년 전 11단지 50㎡(15평)형 아파트 가격이 2억5천만 원이었다. 재건축하면서 원주민들은 분담금을 내기는커녕, 환급금을 9천만 원이나 받고 83㎡(25평)형 아파트를 받았다. 그 아파트의 일부 호가는 현재 10억 원이 넘는다."용적률이 200%대로 늘어날 경우, 수익성이 대단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지역 주민들은 재건축을 크게 반기고 있다. 지역 주민 최순자(78)씨는 "주민들이 재건축을 바라는 이유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집값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재건축한 11단지 주민들은 돈 벌어서 얼굴이 훤하다. 다 부자 됐다. 나머지 단지 주민들 중에는 살기 좋은 저층아파트 단지를 고층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것 때문에 재건축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찬성이다. 돈이 되니까."[서울 개포동] "개포동 13평이면 10억 원은 받아야 한다"
서울 강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파트를 꼽는다면 단연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다. 이 아파트 가격은 이미 2006년 수준을 능가했다. 30여 년 된 아파트 5040세대로 이뤄진 초대형 단지인 이곳은 저층의 소형 아파트인 탓에 수익성이 보장돼, 강남에서 재건축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미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다. 주민들은 2010년 상반기에 재건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 수익성을 아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에는 비수기이고 집값이 급격하게 폭등하는 바람에 최근 2주간 거래가 뜸했지만, 1~2개월 전 만에도 사람들이 돈 싸들고 왔다"며 "곧 다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곳 부동산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의 입에서다.
"13평이라면 9억~10억은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현재 43㎡(13평)형의 실거래가격은 2006년 하반기 수준과 비슷한 8억2천만 원에 달한다. 현재의 시세도 3.3㎡(1평)당 6천만 원이 넘는다. 지난해 11월 가격이 5억4천만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오름폭을 실감할 수 있다.
G부동산 중개업소 김미선(가명) 대표는 "주민들은 43㎡형이 8억~9억 원 달하는 것에 대해 비싸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재건축이 가시화되면 집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102㎡(31평)형과 112㎡(34평)형 등 대형 평수로 이뤄져 수익이 높지 않지만 집값은 많이 올랐다. 현재 시세는 112㎡형이 12억5천만 원, 102㎡형이 10억5천만 원 선이다.
집값 폭등기였던 지난 2006년 하반기 102㎡형의 매매가격 최고치가 12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90% 정도 회복된 것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7억5천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억원이 올랐다.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급등으로 인해 거래가 뜸하지만,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이유가 전혀 없어 계속 오를 것"이라며 "정부는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를 60%에서 50%로 낮췄지만, 강남3구는 원래 40%였기 때문에 효과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