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시골에서 작은 텃밭 가꾸며 자연과 함께 살아야지!"사람들은 나이 들면서 전원생활을 꿈꾼다. 도시 생활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넘어 마음 속 여유를 더 원하기 때문이다.
"몇 년 뒤 서울 생활 접고 고향에서 살 거야."말대로 그는 시골로 낙향한 걸까? 그의 집에 들어서니 봉숭아가 반긴다. 양복을 집어 던지고 허름한 옷을 입은 그의 차림새가 영락없는 시골 촌로 농사꾼이다. 얼굴에는 찌푸린 인상 대신 소박한 웃음이 걸려 있다.
"텃밭 가꾸고 글만 쓰니 마음 편해!""어, 벌써 시골 농사꾼 다 됐네요."
"그래 보여? 그럼 다행이고."
"얼굴빛이 달라졌는데요. 밝고 좋아졌어요."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텃밭 가꾸고 글만 쓰니 마음 편해. 땅이 제일이야! 저기 텃밭에 고구마, 고추, 가지, 토마토, 깻잎, 상추 등 없는 게 없어. 토마토 좀 따먹어."
"언제 시골로 옮겼어요?"
"지난해에 둥지를 틀었어. 가족들은 아직 서울에 살고, 나만 옮겼어. 아이들이 아직 학교 다녀 뒷바라지가 필요하거든. 어릴 적 할아버지와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
"서울서 사시다가 옛날 집에 살기가 힘들 텐데…."
"내부를 편하게 고쳤어. 고치긴 했는데 잘못 고쳐 흙이 톡톡 떨어져. 재밌지?"
어디에서 이런 맛을 봤을까? '어죽'
집을 둘러보고 해남읍으로 향한다. 낙향 후 곧잘 어울리던 '땅끝문학회' 회원들을 만나기로 했단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고산 윤선도의 후예답게 소설가, 시인이 즐비하다. 이렇게 맛난 음식과 교류를 선물 받는다.
다음 날 해장국을 찾아 땅끝마을 인근 횟집을 찾아 들었다. 자연산만 파는 횟집. 값도 싸고 맛도 일품이란다. 남도 음식이야, 일품 아닌 곳이 있을까마는.
옥돌을 깔고 회를 얹었다. 자연산 광어회,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다르다. 그리고 나온 어죽. 진한 맛이 끝내준다. '어디에서 이런 맛을 봤을까?' 생각해도 떠오르는 곳이 없다.
고향 해남으로 낙향해 제일 좋은 게 "땅 밟는 것과 먹는 즐거움이다."더니, 이렇게 지인에게 삶을 한 수 배운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