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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민주주의를 걱정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권력인데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우리가 만들어낸 권력인데 우리의 요구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고, 우리가 만들어낸 권력인데 우리가 모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심지어 모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우리에게 주저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고... 우리가 만들어냈지만, 우리와 소통되지 않는 저 권력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을... 사람들이 걱정합니다.

 

오늘의 짙은 걱정은 조금 이른 걸까요? 아니면 너무 늦은 걸까요? 참 이상하게도 우리들이 새로운 기대, 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 보다 살만한 세상 혹은 잃어버린 10년의 청산... 여하튼 그 갖가지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이 이달로 18년이 아니고, 단지 18개월째입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까, 이제 약 1/3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그 권력을 인정해 준 우리 자신을 걱정합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렇게 절대적으로 지지해 만든 권력인데 말이지요.(지난 대선 득표율 이명박 48.7%, 정동영 26.1%, 1-2위 표차 531만표)

 

이러저러한 걱정이 굉장히 드높지만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권이 어떤 성격인가를 깨닫는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동감하든 그렇지 않든, 들어는 보셨겠지요? 답답하다, 소통하지 않는다, '명박산성',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말 많고, 탈도 많은 지금의 정권을, 그리고 그들이 휘두르는 권력을 표현하는 수많은 말이 있습니다만, 지금 이 권력의 성격을 가장 단적으로 표현하는 예가 바로 '광장'이 아닌가 합니다.

 

넓디 넓고, 아무나 자유롭게 모이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하는 광장. 그 안에서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되는 것'의 경계를 그 안에 모인 이들 스스로 규정해야 하고, 그래야 광장일 수 있는 '광장'이라는 현실적이고 심리적인 공간... 지금 2009년의 대한민국에 그런 광장이 어디에 있나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할 때에도,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던 기간에도...답답하고 분노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광장에 모였습니다.

 

촛불을 켜고, 풍선을 들고, 유모차를 밀고, 가족의 손을 잡고,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 흘리며 '광장'에 사람들이 모였었죠. 그들은 '오라'고 해서 오지도 않았고, '가라'고 해서 가지도 않았습니다.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그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고, 수백만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질서보다는 서로서로 동의한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목적과 정체성을 보다 정확히 한 '깃발'아래 소속되는 것보다는 가장 중요한 기본적 가치를 지키는데 동의한다는 것을 매우 당당하게 생각했고, 그것을 자랑스러워 했습니다.(경험하신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그 열려져 있는 광장 속에서 때때로 그러나 자주 받았던 '깃발 내려'라는 항의를)

 

그렇게 수백만의 인파가 모여 그 광장을 그들의 생각과 마음으로 채웠습니다. 너무 많은 이들이 모여서 그 모든 사람에게 한 번에 말을 전할 수도 없었고, 누가 '이렇게 합시다.' 혹은 '이렇게 하지 맙시다.'라고 통제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서로서로 논쟁하고, 보듬고, 격려하지 않았던가요? 그렇게 그 광장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은 자유롭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광장이 사람들의 것이 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습니다. 모이고 모이고, 또 모여드는 그 많은 이들이 아니었으면 그 광장이 과연 열렸을까요? 성을 쌓고, 전경을 동원해 광장을 막고자 그렇게 노력했던 이들이, 그 어마어마한 인파에 말문이 막혀 후퇴하지 않았더라면, 그 광장이라는 곳을 포기하고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 광장이 '우리의 공간'이 될 수 있었을까 하고 저는 반문해 봅니다.

 

이는 단순히 그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의 수를 말하는 것이 아닐 겁니다. 어느 물리적 공간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공권력'으로 통제할 수 없겠다 생각하고 물러나기 이전에 수없이 모여든 이들이 원하고 주장하는 바가 절대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지금 사람들이 닫힌 광장을 걱정합니다. 예쁘게 꾸미고, 번드르르한 모양을 갖췄더라도 우리에게 허용되지 않는 광장을 걱정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 광장을 열지 않는 정권과 권력에, 눈 가리고, 귀를 막은 권력에 분노합니다.

 

사람들이 분노하여 외칩니다. '광장'을 돌려달라고, 닫힌 광장을 열고, 누구나 자유롭게 모이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놔두라고 말합니다. 그 광장의 역사가, 광장이라는 이름을 갖기까지 때론 피 흘리고, 눈물 흘린 우리 현대사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되새기며 외칩니다.

 

우리가 광장에 서기 위해, 그 광장에서 노래하고, 외치고, 눈물 흘리기 위해 겪어왔던 그 많은 일들을 당신과 당신의 권력이 짓밟고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광장을 열라는 그 모든 이들의 말에 동의합니다. 광장을 열고, 그곳에 우리가 모이고, 말하고, 행동하도록 내버려두라는, 그리고 그곳에 모인 '우리'의 이야기에 항상 귀 기울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모든 이들에게 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밝은 21세기를 기원하며 사람들이 선택해 준 지금의 권력자와 정권에 그들과 똑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그 광장 '우리 꺼야!'라고 말이지요.

 

거기에 한 가지 더! 저는 그렇게 광장을 허용하지 않는 거대한 벽 앞에서, 불통의 권력에 허탈해하는 우리들을 격려하고 일깨우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 광장, 원래 저들이 '허용'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예쁘게 잔디가 깔리고, 모이기 편하고, 이름이 '광장'이어야 광장인 것이 아니었지요.

 

원래 항상 지나다니던 차들로 막히고, 빽빽하고, 권력자가 '법과 질서'를 이야기하며 가로막았던 그 모든 물리적 장소와 심리적 '광장', 다시 말해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전진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이 허용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권력을 물러나게 해서 이루었던 것이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원래 우리 사회에는 이름만 '광장'인, 허용되지 않고 그냥 보여주기 위한 수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광장이라기보다는 정원이라고 해야겠지요. 권력자와 그의 정권이 예쁘게 보이길 희망하는 그런 정원 말입니다.) 권력이 물리적인 공간이든, 심리적 공간이든 자기들만의 질서와 규율을 만들고 거기에 참여하라고 했던 그런 공간이야 수도없이 많지 않던가요?

 

그러나 사람들이 권력이 허용하는 곳이 아닌 우리의 공간에서 모이고, 말하고, 행동해 열어낸 곳, 그 작은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공간을 합치고 합쳐서, 싸우고 또 싸워서 이루어낸 것이 광장이 아니었던가요?

 

권력이 허락해서 의미 있었던 것보다 권력이 물러나도록 우리가 싸워 이루어내 의미 있었던 곳, 그래서 만들어진 곳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광장', 아니었습니까?

 

꽉 막힌 저들만의 광장, 열어야지요. 어떻게 만들어낸 것인데요. 그것을 위해 눈물 흘리고, 피 흘렸던 이들의 노력과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저대로 놔두면 안 되겠지요.

 

그러나 궁극적으로, 싸워서 밀어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광장,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

 

저들이 허용하는 것이 아닌, 권력의 치밀한 계산속에서 용인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것, 앞서 노력했던 이들이 남긴 것이 아닌, 우리가 지금 싸워 이루어내어야 하는 광장은 이제는 정말 말 그대로 '싸워서', 저 불통의 권력을 물러서게 해야만, 권력이 물러선 그만큼의 자리를 소수가 독점하지 못하게 하고 모두의 것으로 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두 가지의 광장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에겐 물려받았으나 되찾아야 하는 빼앗긴 광장과 우리 스스로가 대면하고 있는 불통과 무소불위의 권력과 싸워 새로 열어야 하는 광장이 동시에 있는 것이지요.

 

2009년의 대한민국, 수많은 저들의 '정원' 속에서 답답해 하시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광장#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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