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보다 빠르게 물이 마르고 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것이 물인데, 물이 석유보다 빠르게 마르고 있다는 말이 쉬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구상에 물은 그대로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은 깜짝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물이 사라지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물 순환에 관한 기초 지식을 초등학교 과정에서 배웠다.
지구상에는 한정된 물이 존재하고 우주선에 실어 지구 밖으로 실어 내지 않는 한 물은 대기의 순환과정을 통해 영구적으로 되돌아온다고 말이다.
지구상에는 연간 약 4000억 리터 물이 물->수증기->구름->비의 형태로 순환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지구상의 물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청정한 물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지난 50년간,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지표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제 3세계에서 발생되는 오폐수의 90%는 처리과정 없이 하천과 강, 바다로 유출되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 강 80%는 수중 생물이 살 수 없을 만큼 오염되었고, 주요 도시 지하수의 90%가 오염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파키스탄 인구의 25%만이 청정한 음용수를 이용하고, 자카르타 우물의 90%, 방글라데시 지하수의 65%, 인도의 강과 호수 중 75%가 오염되어 먹는 물로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경우 내륙 지표수의 75%, 이용가능한 지하수의 30%가 고도로 오염되었으며, 비도시거주자의 60%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사정이 조금 낫기는 하지만 지표수의 20%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으며, 미국 강과 하천의 40%는 음용수로 위험을 지니고 있고, 전체 호수의 46%는 독성물질로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사정 역시 아시아 나라를 보다 나을 것이 없으며, 아프리카는 여러 대륙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지구상에서 오염된 물 때문에 위협 받는 25개 나라 중 19개 나라가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인구의 1/3이상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 15년 내에 전체 인구의 절반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8초마다 한 명이 더러운 물을 먹고 죽는다결국, 많은 사람들이 물로 인하여 죽어가고 있다. 인도에서만 매년 오염된 물로 인해 사망하는 5세 이하 어린이가 210만 명에 이르고, 방글라데시의 경우 최소 120만 명이 비소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는 지구상 모든 질병 및 질환의 80%가 오염된 물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설사병으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제 2차 대전이후 총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보다 많으며 매 8초마다 아동 한 명이 더러운 물을 마시고 사망한다." (본문 중에서)이미, 세계 인구의 2/5는 수인성 전염병이 유발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고, 전 세계 병상의 절반은 수인성 질환 환자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물 빈민, 물 난민을 아는가? 아직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역시 낯선 일인가? 인도 뭄바이의 화장실 1개당 인구수는 무려 5440명이라고 한다. 유엔은 앞으로 겨우 20년 후인 2030년경에 제 3세계 거대도시 중심부의 인구 중 절반이 이와 같이 위생시설 및 용수공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물 빈민'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에서는 매일 수백 명의 멕시코인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농사 지을 땅이 말라버려 멕시코의 시골을 떠날 수밖에 없는 '물 난민'들이라고 한다. <물은 누구의 것인가>를 쓴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모드 발로는 지금은 작은 농촌마을이 버려지고 있지만, 대도시 전체가 물 부족으로 버려지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 빈민, 물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은 물 빈민과 물 난민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제 3세계 국가들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먼 나라 이야기도, 먼 미래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세계 최대의 담수호인 슈피리어 호는 최근 80년 동안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7년 최저에 이르렀으며, 해안선은 15미터 이상 뒤로 물러났다." (본문 중에서)"캘리포니아 주에 남아 있는 담수의 양은 향후 20년 정도면 바닥날 수준이며, 뉴멕시코 주의 경우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남아있을 뿐이다. 애리조나 주의 담수자원은 이미 고갈되어 외부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실제로 미국환경청(EPA)은 현재의 물 사용방식을 지속한다면 향후 5년 이내에 36개 주에서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한다.
"20세기 들어 인구는 3배 증가 하였으나 물 소비는 무려 7배 증가하였다. 30억 인구가 증가할 2050년에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물만 80%가 더 필요하다." (본문 중에서)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대륙인 호주는 거의 모든 주요 도시가 물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으며 건조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땅속의 지하수도 마르고 있다오늘날 지하수는 과거 조상들이 우물을 사용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옛날 우물은 순환되고 재충전되는 자원이었지만, 오늘날 지하수는 석유처럼 한 번 뽑아 쓰고 나면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과도한 관개용수로 요르단강의 물을 끌어다 쓴 결과 사해가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관개농법은 우리에게 2배에 가까운 식량을 제공해 주었지만, 3배 이상의 물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본문 중에서)한때 농업혁명으로까지 칭송되던 관개농법은 겨우 50년도 지나지 않아 실패 사례임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20만 개의 관정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를 사용하는 미국 대평원은 작물 생산량은 줄어드는데 물 수요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한편, 석유 위기의 대응책이라고 하는 바이오 연료가 물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옥수수로부터 에탄올 1리터를 만드는데, 1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매년 180억 킬로그램의 콩 바이오연료를 브라질에서 수입하는데, 브라질 콩 재배지역의 강은 모두 말라가고 있다고 한다.
물 위기를 악화시키는 첨단 기술아울러, 대규모 댐들은 유기물과 식물을 썩게 하여 온실효과의 주범인 메탄가스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담수어종 1/3을 멸종 또는 멸종위기에 처하게 하고, 담수와 해수가 만나서 수많은 어종이 서식하는 강 하구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댐 건설 못지않게 널리 활용되는 기술적 해결 방법은 바로 수로를 활용한 물 이동이다. 물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곳에서 배수관을 통해 먼 곳으로 이동시켜 물 부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멕시코시티, 리비아, 이스라엘, 인도, 러시아 등의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시도 되었거나 지금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 아랄해, 여섯 번째로 큰 호수 차드호 그리고 이스라엘의 사해가 말라가는 것은 대규모 관로를 이용한 물이동이 물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가 되고 있다.
물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국적 물기업들이 도입한 첨단 과학기술의 절정은 바로 '해수담수화'이다. 이미 세계 155개 나라에서 1만2300개의 시설을 설치하여 하루 470억 리터의 물이 생산되고 있다. 이 중 2000개 정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고 세계 해수 담수화 물의 1/4이 생산된다고 한다.
"지구 표면의 약 70%는 물이 차지하고 있고, 지구상에는 13.9억㎦ 의 많은 물이 있고 그 중 3% 정도가 육지의 물이고 97%는 바닷물이다. 육지의 물 중 대부분은 빙산과 빙하로 되어 있어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지구 전체 물의 양의 0.03%밖에 되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해수 담수화 기술은 바로 지구 전체 물의 97%를 차지하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기술이고, 다국적 물기업들은 해수담수화가 물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고 한다. <물은 누구의 것인가>를 쓴 모드 발로는 해수담수화의 가진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다.
①해수담수화 시설은 에너지 고비용 기술로 막대한 온실 가스를 방출하여 물 부족을 더 악화시킨다.②담수화 시설은 생산과정에 사용된 화학물질과 중금속이 농축된 독성화합물을 배출한다. 물 1리터마다 독성물질 1리터가 바다에 버려진다.③해수를 취수하는 과정에서 프랑크톤, 생물의 알, 유생, 물고기와 수서식물을 죽인다.④담수시설로 들어간 물은 역삼투 과정에 의해서는 여과되지 않은 유해물질을 포함한다.실제로 제 3세계 나라들은 폐수의 90%를 처리 없이 방류하고 있고, 담수화 시설은 그 자체로 오염물질을 끊임없이 바다로 내 보낸 후 그 물을 다시 취수하여 염분을 제거하여 공급하는 위험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환경에 대한 엄청난 영향과 비용을 고려할 때 해수담수화는 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패를 자인하게 만드는 기술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한다.
물 부족을 틈타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물기업물기업, 특히 수에즈와 베올리아는 그들의 실패와 대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1990년 세계 인구 중 약 5000만 명의 사람들이 민간 물 공급자로부터 물을 사 먹었지만,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10%인 약 6억 명이 거대 물기업으로부터 물을 사먹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여전히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15억 인구를 제외한 40억 인구의 약 15%에 해당되며, 앞으로 10년 내에 기업으로부터 물을 사먹는 숫자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예측이라고 한다.
모드 발로가 쓴 <물은 누구의 것인가>는 다국적 물기업들이 어떻게 수돗물 공급을 민(사)영화 시켰는지, 세계은행이 어떻게 제 3세계에 민영화 방식으로 바꾸도록 강요하였는지, UN, WTO 같은 국제기구,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와 여러 연구기관들이 민영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밝히고 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물 민영화가 처음부터 세계 최강의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계획하고 실행하였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 물포럼과 지속가능정상회의가 어떻게 물 민영화를 위한 꼭두각시 노릇을 하였는지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수천 명의 직원이 해고당했으며 물 가격이 급속히 치솟아서 민영화를 시작한 첫 10년 동안 세전 이익이 147%나 증가하였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수도세를 내지 못하여 공급이 끊겼으며 이러한 현상은 1997년에 총리로 선출된 토니 블레어가 그런 행위를 금지시킬 때까지 계속되었다." (본문 중에서)모드 발로는 부정부패, 치솟는 물 가격, 물 공급 중단사례, 수질 악화, 족벌주의, 오명, 직원 해고 같은 일들은 모두 수도민영화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무리 정직하게 운영하더라도 물의 보전과 수자원 근원지 보존"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 창출이지 모든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수도물 민영화는 빈곤층에 물을 공급하는 데 실패했고, 인간의 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였으며, 민주주의의 원칙을 희생시키고, 지역민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채, 외국의 수자원 통제와 독점을 야기"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를 휩쓰는 수에즈와 베올리아, 네슬레 코카콜라와 펩시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담수사업, 병입수 사업, 수돗물 민영화를 통해 제 3세계를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거대기업들이 물을 독점하기 위하여 카르텔을 형성하고 투기를 일삼는 현장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곳곳에서 이런 거대 다국적 물 기업에 맞서는 시민들의 투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국적 물 사냥꾼에 대항하는 싸움의 승전보를 전하고 있으며,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더 나은 물의 미래를 위한 푸른 서약은 물이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물들의 권리임을 분명히 할 뿐만 아니라 물의 소유가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한 창일 때, 정부는 한 차례 수돗물 민(사)영화를 추진하다가 주춤한 상태이다. 세계 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물 기업 '베올리아'와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 같은 회사들이 한국 수돗물 시장을 노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드 발로는 <물은 누구의 것인가>를 통해 수돗물 민영화와 병입수를 포함한 물의 사유화가 가져올 처참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혜안을 열어주는 탁월한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