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부터 인천에서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이라는 이름을 내걸며 '송도국제도시'에서 큰 잔치마당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천시장과 인천시 공무원은 국제도시 이름으로 '송도'를 붙이고 있는데, 이 '松島'란 다름아닌 '러일전쟁 때 러시아를 무너뜨린 일본 군함 가운데 한 척에 붙던 이름'입니다(이 이야기는, 2009년 2월 1일에 띄운 기사 ["'송도신도시'는 '일본 군함' 이름이에요!"]에 낱낱이 적어 놓았습니다).
우리들이 쓰는 수많은 이름 가운데에는 터무니없는 역사를 뒤늦게 깨닫고 오래도록 말다툼을 벌인 끝에 털어내기도 하지만('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고친 일), 잘못 털어내거나 엉뚱하게 붙이기도 하고(5월 1일 '노동절'을 받아들이되, 정부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쓰려고 하는 모습), 잘못을 느끼거나 알아도 바로잡을 생각이 없기도 합니다('국어'나 '국민' 같은 말마디를 '우리 말/한국말/한국어'나 '한국사/한국 역사'로 고치지 못하는 일).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부산과 함께 인천에도 '송도'라는 땅이름이 생겼습니다. 부산에는 '솔섬(송도)'이 있어 '송도'라는 땅이름이 있다지만, 인천에는 '솔섬'이 없으나,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어 온 '송도유원지'가 오래도록 이어오는 가운데 '송도국제도시'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80일 간의 미래도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미래도시 이야기는 '친환경'과 '뉴에너지'와 '시민축제'를 내걸고 있으며, 2020년에는 '세계 10대 명품도시'가 되겠다고 합니다.
깊은 밤에 송도에서 터뜨리는 폭죽 소리가 우리 집 방안까지 스며들어 옵니다. 처음에는 천둥 치는 소리인가 했지만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가운데 들리는 큰소리였고, 좀더 귀를 기울이니 송도 쪽에서 들려오는 폭죽 터지는 소리였습니다. 아득하게 들리는 폭죽 소리에 얼핏설핏 잠이 깨다 들다 하는 가운데, 엊그제 일곱 번째로 만난, 동네 골목길 나무전봇대를 떠올려 봅니다.
그동안 송림1동, 송학동3가, 내동, 도화2동, 송림4동, 전동에서 나무전봇대를 만났습니다. 이 가운데 송림1동과 송학동3가와 내동과 전동 나무전봇대가 선 둘레로는 딱히 모진 막개발이나 철거 계획이 나오지 않아, 앞으로도 좀더 오래도록 나무전봇대가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도화2동과 송림4동에서 만난 나무전봇대는 오늘내일 싹둑 잘려 없어질는지 모르는 노릇이며, 엊그제 만난 송현동 나무전봇대는 며칠만 있으면 자취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침 비까지 흩뿌리는 날씨이니, 이런 날은 집 허물기에 퍽 좋겠구나 싶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건 살지 않건, 역사가 되건 안 되건, 나중에 다시 큰돈 들여 박물관으로 되살리건 안 하건, 오늘 우리가 발딛고 지내는 이곳이 바로 문화요 역사요 삶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시멘트와 쇳덩이와 유리를 이어붙여 아스팔트땅에 올려세운 100층이 넘는 건물만 있어야 비로소 '세계도시'가 되고 '명품도시'가 될는지 모르지만, 오이넝쿨과 호박넝쿨이 친친 감싸면서 동네에 전깃불을 이어 주는 나무전봇대 또한 어연번듯한 '도시 얼거리'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은 '세계도시에 걸맞지 않고 낡고 꾀죄죄하여 볼썽사나우니까 헐어 없앤다'고 하는 골목길이요 나무전봇대인데, 인천 송현동 수도국산 꼭대기에 인천시에서 지어 놓은 '달동네박물관' 같은 곳을 나중에 새삼스레 테마파크처럼 다시 지으면서 알맹이 없는(사람 없는) 건물망 휑뎅그렁하게 만들려고 할는지 어떠할는지 궁금합니다.
촘촘히 있던 집들이 와르르 헐리게 되면서 바야흐로 너른 빈땅에 제 모습을 또렷이 드러낸 쓸쓸한 나무전봇대 둘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쓰다듬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곳에 나무전봇대 하나 반세기 안팎 서 있었음을 알거나 느끼거나 헤아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를 헤아리노라니 가슴이 몹시 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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