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전국 중•고교에서 사용할 역사교과서에는 현행과는 퍽 다른 내용이 적지 않게 기재될 것 같다. 교과부는 이와 같은 "근•현대사 기술의 객관성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새롭게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은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면면한 전통을 계승하는 매개이어야 할 역사 교과서는 이념 논쟁과는 무관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교과부의 새로운 기준이 그 동안의 이념적 편향 논쟁에 마침표를 찍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교과부의 새로운 가이드 라인이 발표되자마자, 관련 학계는 곧 이념 성향에 따라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이는 우리의 소박한 희망과는 달리 신 가이드 라인이 또 다른 이념논쟁의 서곡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수시로 바뀌는 정권에 따라 우리 민족의 혼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어야 할 역사 교과서가 이런 식으로 맥 없이 엎치락 뒤치락 되는 이 현실은 정말이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좌'와 '우'의 망국적 사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역사 교과서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을 논하기 전에, 우리들의 이러한 '현재'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우리들의 소중한 '미래'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 이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누가 얼마나 진지하게 숙고해 보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정권 기간을 주기로 특정 관점만을 '정사(正史)'인 것처럼 내세우는 이 혼돈 속에서, 우리의 후대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며 성장해 나갈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후세들을 좀 더 배려해야 마땅하다. 집권세력에 따라 속절없이 뒤집히고 마는, 이로 인해 저마다 다르고 상반된 정사를 지니게 된 후손들이 이 사회를 짊어지게 될 때, 그들 사이의 소통과 화합 등은 과연 얼마나 원만할까?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글로벌 무한 경쟁으로부터 겨레의 명운을 개척해 나가야 할 후손들이 그 선조인 우리들에 의해 배태된 역사 문제로 인해 분열되어 대립과 갈등만 일삼는다면, 우리의 앞날 또한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를 고려하더라도 상반된 관점을 지닌 양측은 서로 한 발짝씩, 아니 반 발짝씩만이라도 양보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역사 교과서에 대해 보다 더 대국적이며 열린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를 들면, 역사 교과서에 주석 달기 등과 같은 다양한 형식 등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서로 상이한 시각과 상반된 관점 등도 동등하게 수록하여 교육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보다 더 다양하고 다원화된 관점을 접하게 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하는 가운데 자신의 관점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자.
다시 말해, 우리 후예들로 하여금 다양한 시각도 고려하는 가운데 자신의 관점을 정립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관점 등에 대해서도 이해하며 존중하는 '존이병존 (存異竝存)'을 지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세는, 대내적으로는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현실사회에서의 조화와 화합을, 대외적으로는 이를 토대로 한 국력 결집으로 글로벌 무한경쟁에서의 윈-윈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세계의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 사회에는 양보와 타협의 자세가 현저히 부족한 것 같다. 나의 사상과 관점만이 옳고, 따라서 타인의 나와 다른 그것은 옳지 못하다는 자세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폐쇄사회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상반된 관점까지도 모두 동등하게 수록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보다 더 다양하게 사고하도록 이끌어 주는 '열린 역사교과서'의 집필은, 역사 교과서와 관련된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이를 위해서도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부드러운 직선을 지향하도록 하자. 이를 토대로 한 양보와 타협의 열린 자세로, 저마다 조금씩 물러서서 좀 더 부드럽게 열린 역사 교과서의 집필에 다가서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우수근 기자는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