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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어느정도 빠진 율포해수욕장,
물이 어느정도 빠진 율포해수욕장, ⓒ 박미경

지난 9일 덥다 더워를 외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모두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전남 보성군 율포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출발한데다 물때가 맞아서 우리가 도착한 10시 무렵에는 바닷물이 해변 모래사장을 덮고 있었다. 서해안엔 조금만 물이 빠져도 발에 질퍽질퍽한 갯벌이 밟혀 해수욕이 어려운데 때를 잘 맞췄다 싶었다.

전날 장흥군 수문리 해수욕장에서 아이들과 씨름을 했던 터라 4명의 아이들에게 커다란 튜브 하나씩을 안겨주고 남편과 나, 그리고 해수욕을 하기에는 좀 애매한 강아지 방울이는 빌린 평상을 지켰다. 중간중간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면서..

아이들 곁을 지키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해수욕장에는 6~7명쯤 되는 해양경찰들이 있어 안심이 됐다. 또 아이들에게 깊어서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표시한 부표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일러둔 터라 괞찮겠다 싶었다.

바다에 하수구가 웬 말인가

위험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율포해수욕장의 경우 오전 10시경 물이 가득 들어왔다가 이후부터 서서히 물이 빠진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한참 물놀이를 즐긴 시간은 물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런데 얼마 후 아이들 넷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튜브 하나가 물에 떠밀렸는데 하수구로 빨려들어가서 건지지 못했단다. 비치볼은 바다 위를 둥둥 떠내려가는 중인데 잡으러 가다가 물이 깊어서 더 이상 쫓아가지 못하고 돌아왔으니 비치볼이라도 건져달라는 것이다.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바다에 하수구는 웬말이며 해수욕장에서 하수구에 튜브가 빨려 들어갔다는 것은 뭔소리고, 도대체 비치볼은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아이들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튜브를 건지려고 계속 따라갔는데 물이 깊어서 빠져 죽을까봐 더 이상 가지 않았다"는 아이들 말에 정신이 번쩍났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간 나는 경악했다. 아이들 키를 훌쩍 넘는 바닷물이 한쪽으로 흐르는데 그곳엔 큼지막한 하수관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이었다. 튜브는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했다. 가까운 부표에서는 30-40m 정도 떨어져 있었으나 바닷가쪽에선 그다지 멀지 않았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 몇몇에게 튜브가 하수관으로 빨려들어가 튜브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아이가 가지고 놀던 튜브는 지름이 1m 조금 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하수관으로 향하는 튜브를 계속 쫓았다면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튜브와 같이 하수관으로 빨려들어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큰 입을 벌린 하수관에는 안전망조차 없었다. 안전망이라도 있었다면 튜브 등이 하수관쪽으로 쏠려 간다고 해도 물이 빠질 때를 기다려 건지면 되니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튜브를 포기하고 더 이상 쫓아가지 않아서 망정이지 계속 따라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물이 빠지고 난 후 다시 수로를 찾으니 수로 입구는 생각보다 컸고 해수욕장 주변에 2개가 더 있었다.

보성군청, 부표 넘어서까지 갈 일 없을 것

 물길은 아이의 왼쪽에서 오른쪽 하수관이 있는 쪽으로, 그리고 벽에 부딪힌 후 저 멀리 보이는 방파제쪽으로 움직인다. 튜브 등이 떠내려가면 결국 방파제에 부딪히지만 너무 멀어 대부분 중간에서 건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었다.
물길은 아이의 왼쪽에서 오른쪽 하수관이 있는 쪽으로, 그리고 벽에 부딪힌 후 저 멀리 보이는 방파제쪽으로 움직인다. 튜브 등이 떠내려가면 결국 방파제에 부딪히지만 너무 멀어 대부분 중간에서 건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었다. ⓒ 박미경

보성군청 해수풀장 담당 부서에 물어보니 인근 주민들이 생활용수 등을 버리던 하수관이었고, 하수종말처리장이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해수욕은 부표 안쪽에서만 하도록 되어 있어 하수관쪽으로는 사람들이 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는 순간이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하지만 일어나는 것이 사고다.

설마 물도 깊고 해수욕을 하는 곳도 아닌데 하수관쪽으로 사람들이 가겠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사람들이 갔다. 설마 하수관이 있다고 무슨 일이 있겠어,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튜브가 빨려 들어갔고 어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빨려들어가는 튜브를 쫓아 하수관 근처까지 갔다.

게다가 하수관 주변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물이 깊었다. 사람들 심리는 묘하다. 차라리 깊은 바다 멀리 물놀이용품이 떠내려가면 포기하지만 손이 닿을 만한 곳으로 떠내려가면 물의 깊이 등은 아랑곳 않고 어떻게든 주워보려고 애를 쓰기 마련이다. 

물에 떠내려간 튜브며 신발 등 물건을 건지려고 하다가 일어나는 물놀이 안전사고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수관이 그 큰 입을 벌리고 해수욕객들의 물놀이용품을 삼키고, 하수관으로 빨려들어가는 물놀이용품을 잡기 위해 해수욕객들이 위험을 무릅쓰다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든든한 안전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와 sbs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율포해수욕장#혜준#강혁#남혁#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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