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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성에서 바라본 은빛 담양호.
산성에서 바라본 은빛 담양호. ⓒ 오승준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지난 일요일 담양 금성산성에 다녀왔다. 아마도 2년 만인가 싶다. 무더위 피하려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이나 바다를 찾아가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형편상 멀리 길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거주지에서 가까운 산이나 유원지 등을 찾게 된다.

 

광주에서 담양읍을 거쳐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변 원율리 삼거리에서 담양호쪽으로 난 101번 지방도로를 약 2km 따라가다, 다시 오른쪽으로 유턴하여 다시 약 2.5km 가면, 담양 리조트(온천) 주차장이 나타난다. 금성산성은 리조트 뒤편 금성산에 있다.

 

 충용문 앞.
충용문 앞. ⓒ 오승준

 

승용차로 30여분 달려 담양 리조트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했다. 리조트 주차장은 이곳에서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자동차들로 대만원이다. 온천과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수영 풀과 스파에도 사람들의 물결이 넘친다. 활짝 핀 진분홍, 연분홍 고운 빛깔의 백일홍 군락과 시원한 인공폭포가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한다.

 

담양호가 한눈에 바라보는 곳에 있는 금성산과 금성산성. 금성산은 용면 도림리와 금성면 금성리, 전라북도 순창군의 도계를 이루는 산으로 높이가 605m이며, 담양읍에서 북동쪽으로 약 6km 떨어져 있다. 동쪽으로 마주하고 있는 광덕산을 포함한 일대의 금성산은 사방이 깎아지른 암벽과 가파른 경사로 되어 있는데, 특히 주봉인 철마봉의 형세는 주위가 험준한 암석으로 둘러싸이고 중앙은 분지로 되어 있어 예로부터 요새지로 이용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유적이 금성산성이다.

 

 충용문에서 바라 본 보국문.
충용문에서 바라 본 보국문. ⓒ 오승준

 

호남의 3대 산성 중 하나로 꼽히는 금성산성은 전라남도 담양군과 전라북도 순창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 태종 9년(1409년)에 개축하고 임진왜란으로 파괴된 것을 광해군 2년(1610년)에 보수했으며, 효종 4년(1653년)에 병영기지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조선 말기 동학혁명과 근래 한국전쟁 등 크고 작은 변화를 거쳤음에도 그다지 부서지지 않아 네 군데의 성문과 성벽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 산성은 평야와는 동떨어진 깊은 산속에 축조 되었다. 금성산성은 연대봉, 노적봉, 철마봉 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았다. 방어와 역습을 감행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전형적인 산성이다.

 

산성의 전체 길이는 약 6㎞에 달하며, 축조 시기는 고려 우왕(1380) <고려사절요>에 언급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 말 이전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주변이 절벽이라 접근이 어려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의병의 거점이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내남문에서 철마봉으로 이어지는 산성.
내남문에서 철마봉으로 이어지는 산성. ⓒ 오승준

 

중앙에는 높이 10m의 망루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에 화포가 설치되었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1894년 갑오개혁 때 혈전이 벌어져 각종 시설이 불타고 지금은 동·서·남·북문의 터만 남아 있다. 또한 한국전쟁 때에는 성안에 있던 금성사가 불에 타 현재는 주춧돌만 확인된다. 지금의 모습은 최근에 복원된 것이며, 전체 성곽의 길이는 7.345㎞로 외성이 6.48㎞, 내성이 859m이다.

 

금성산성을 찾아가는 길은 산성의 정문으로 오르는 길, 강천사에서 오르는 길, 리조트  옆 뒷길로 오르는 길, 담양호 쪽에서 오르는 길 등 여러 갈래가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는 산성 정문 쪽이지만, 상당거리가 아스팔트길로 이어져 있어 산행의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수목원 구경도 하면서, 그늘진 숲속으로 산행하기가 좋은 리조트 옆 뒷길 등산로가 등산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바위에 뿌리 내린 소나무.
바위에 뿌리 내린 소나무. ⓒ 오승준

 

비가 온 뒤라서인지, 수목들의 녹음이 눈부시고, 자연의 향기가 가득하다. 리조트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약 5만평의 수목원에는 백일홍, 이팝나무, 느릅나무, 백목련, 노랑불꽃, 감나무, 노아시, 낙상홍, 수양단풍, 산수유, 자두나무 등 수많은 관상수와 무궁화, 허브, 야생화, 코스모스, 채송화 등 다양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아름다운 꽃들이 예술 같은 환상적인 정원을 이루고 있다. 광활한 잔디 초원과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육송들의 위용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리조트 뒷길 등산로는 잡목이 우거진 소로길로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경사로마다 목재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산행하기에 매우 좋다. 올라가면서,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 쉴만한 자리에서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온몸으로 호흡하며, 가져간 물과 먹거리 등으로 휴식 취하며, 무더위 밀어내니, 그 맛이 꿀맛이다.

 

 산성에서 바라 본 보국문. 선덕여왕 촬영지.
산성에서 바라 본 보국문. 선덕여왕 촬영지. ⓒ 오승준

 

다시 약 10여분을 위로 올라가니, 산성 정문에서 올라오는 길과 연결된다. 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니,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산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산성의 보국문까지는 오르막으로 30여분 소요. 나무, 돌, 이끼, 흙, 이름모를 새들의 재잘거림, 매미들의 합창, 모두가 산에서 만난 다정한 벗이요, 소중한 가족이다.

 

산성의 첫 관문인 외남문(보국문)에 오르니, 세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 경관과 풍광이 몸과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다. 보국문 문루에서 잠시 쉬려고 하였으나, 미리 자리를 선점한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진을 치고 있어 대충 주변 경관 둘러보고, 충용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TV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라는 푯말이 눈길을 끈다.

 

두 번째 문인 내남문(충용문) 안으로 들어오니, 금성산성에 대한 안내 조감도와 돌 무더기 탑 세 개가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위령탑이 눈에 들어온다. 충용문 문루에 올라가 사방팔방 둘러보니, 산 아래가 탁 트인 들판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잠시 바닥에 누워, 휴식 취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바람도 솔솔 불어와 가슴을 살포시 적신다.

 

 산성에서 바라 본 산 아래 모습.
산성에서 바라 본 산 아래 모습. ⓒ 오승준

 

휴식을 마치고, 충용문에서 약 150m 정도 떨어져 있는 동자암과 약수터를 방문했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동자암을 방문하니, 이곳 주인들은 한참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산성을 방문할 때면, 내가 빠지지 않고 꼭 찾는 곳이 있다. 동자암이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들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2년 전 처음 이곳에 들렸을 때 특별한 복장을 하고, 자연적인 삶을 살고 있는 스님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서 기사를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스님들이 가끔씩 산을 내려와 광주를 방문할 때면, 만나 정담을 나누곤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다. 촛불이 전기를 대신하고, 약수가 수도를 대신한다. 이곳에는 청산스님 등 5명의 스님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허름한 오두막집 같은 동자암에 살면서 금성산성을 지키고, 오고 가는 사람들의 다정한 벗이 되어 준다. 동자암을 에둘러 싸고 있는 수많은 돌탑들도 볼거리이다.

 

 동자암과 주변의 돌탑.
동자암과 주변의 돌탑. ⓒ 오승준

 

이곳에는 청산·보리 스님 부부와 황룡, 청룡, 구봉 등 다섯 스님이 한 가족으로 살고 있다. 스님들은 새벽 3시면 여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새벽 예불을 드리고,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심신단련과 주변 청소는 기본이다.

 

스님 가족들은 매일 성곽 주변을 돌면서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를 줍고, 산성을 보수하고, 성곽 주변이나 보국문, 충용문 문루 등을 청소한다. 또한 금성산의 산불예방 및 환경보호 등 산성 지킴이 역할도 하고, 문화유산 해설사 역할도 한다.

 

 동자암 스님들과 등산객들의 식수원.
동자암 스님들과 등산객들의 식수원. ⓒ 오승준

 

등산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 충용문과 보국문을 찾아 등산객들을 만나 산성의 유래와 호국도량으로서의 산성의 의미 등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하고, 동자암을 찾아오는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하루 두세 차례씩 전통 승군무예 시범도 보인다.

 

관광을 겸해 산성을 찾은 사람들은 보국문과 충용문, 동자암 주변을 둘러본 뒤 산을 내려오지만, 등산객들은 주로 성곽을 따라 일주하는 3~4시간 코스를 즐긴다. 충용문을 통해 왼쪽의 가파른 성곽길은 담양호를 바라보며 가는 절경의 코스이지만, 호반이 가려지는 1시간 이후 시점부터는 급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난코스다. 성곽의 절반을 지나치면 어려운 구간 없이 탁 트인 전망과 숲길이 이어지는 평범한 산행코스다.

 

친구와 나는 무더운 날씨와 전날 내린 비로 계곡 등 그늘진 곳이 질퍽거린 관계로 충용문 왼쪽으로 시작되는 산성을 따라 연대봉, 노적봉, 철마봉 봉우리까지만 왕복으로 다녀오기로 하였다.

 

 산성에서 바라 본 철마봉과 하늘 비경.
산성에서 바라 본 철마봉과 하늘 비경. ⓒ 오승준

 

성곽으로 올라가는 길은 협소하다. 한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이다. 겨울이나 무더운 여름에는 특히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하며 곤충채집하는 아이처럼 여유 있는 몸짓으로 산 아래를 바라보기도 하고, 나무숲을 관찰하기도 하고, 나비와 새들을 살피면서 사진 찍고, 사색하면서 산에 오르니, 마음이 편안하고, 산행이 즐겁다. 오락가락 하는 햇볕 속에서도 몸과 마음은 한없이 가볍다.

 

산성의 여름은 호젓한 시골풍경 그대로이다.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아 더욱 좋다. 고요속의 자연은 그야말로 청정자연이다. 눈부신 햇살, 싱그러운 녹음, 등성이 저편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자연의 깊은 호흡.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산에서 보고 만나는 모든 것은 그립고, 사랑스럽다. 소나무, 느티나무, 산 벚나무, 잣나무 등 수많은 크고 작은 나무들의 생명 수액, 이름모를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 매미, 산새와 꿩, 다람쥐와 나비 등의 노래와 춤 등.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이다.

 

 금성산의 울울창창한 동문쪽 모습.
금성산의 울울창창한 동문쪽 모습. ⓒ 오승준

 

금성산은 식물, 동물, 곤충들의 천국이요, 낙원이다. 특히 이곳에는 고추잠자리와 나비가 많다. 노랑나비, 흰나비, 검정나비, 갈색나비 등. 나비의 날개 깃 한 컷 잡아보려고 카메라 셔터 부지런히 눌러댔지만, 소득은 별로 없다.

 

성곽을 둘러보니,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단절되어 있다. 일부 구간은 보수가 되었지만, 상당 구간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또한 많은 구간이 풀과 나무에 가려 그 맛을 잃고 있다.  조속한 보수와 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 간절하다. 산성은 단순한 성곽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 그리고 아픔과 한이 깊게 서려 있는 핏빛역사의 현장이다.

 

가다가 쉬고 쉬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풍광 흠뻑 들이키니, 감탄과 평화의 노래가 절로 나온다. 쉼의 자리에서 먹는 즐거움도 말로는 형언키 어렵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조건 없이 거져 준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연에게 피해만 준다. 훼손과 파괴, 환경오염, 고성방가 등 등.

 

 충용문 앞 돌 무더기 세개의 위령탑.
충용문 앞 돌 무더기 세개의 위령탑. ⓒ 오승준

 

노적봉, 철마봉에서 담양호 바라보니, 천혜의 비경이요, 절경이다. 은빛 담양호가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와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 천국은 더욱 장관이다. 그곳에는 집도 있고, 길도 있고, 성도 있고, 바다도 있다.

 

특히 이 산행 코스에는 계곡마다 골짜기마다 수 십 년의 나이테를 가진 희귀한 나무와 낙랑장송들이 즐비하다.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돌덩어리 위에 피어 있는 대나무 잎 순과 덩치 큰 육송, 메마른 땅과 바위를 적시는 형체 없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 그리고 등성이, 길가 등 사방팔방에 누워 있는 집채 만 한 돌들. 눈을 뗄 수 없는 광경들이 수도 없이 펼쳐진다. 절로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이 황홀한 감전으로 밀려온다. 

 

 5만평의 수목원에는 사시사철 꽃과 나무들이 축제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5만평의 수목원에는 사시사철 꽃과 나무들이 축제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 오승준

 

금성산에 올라 담양호도 바라보고, 금성산성도 돌아보니 마음이 넉넉하고, 가슴이 확 트인다. 인생여정처럼 이곳에는 오르막과 내리막, 높은 곳과 낮은 곳, 밝은 곳과 그늘진 곳이 있다. 또한 생성과 소멸, 창조와 파괴의 우주법칙, 자연의 윤회와 순환이 그대로 자연에 녹아 있다.

 

자연의 향기에 취해 망중한의 시간 한껏 보내고, 가던 길로 내려오니, 약 3시간이 소요되었다. 온천에서 목욕하고, 광주로 돌아와 귀가했다. 약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성 전부를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은 다소 있으나, 산행 소감은 건강보약 무진장 먹은 기분이다. 

 

참고로 대나무의 고향 담양에는 관광명소가 많다. 이곳 산성에서 지근거리에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담양 대나무 테마파크 공원과 죽녹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 있고, 담양 공예품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담양 죽물 박물관이 있으며, 주변지역에 가사문학의 산실인 소쇄원, 명옥헌, 식영정, 환벽당 등이 있다.

 

 담양 리조트 안에 조성된 백일홍 군락.
담양 리조트 안에 조성된 백일홍 군락. ⓒ 오승준

덧붙이는 글 | 교통 정보

승용차/ 호남고속도로~고서분기점~15번 국도~담양~24번 국도~금성면소재지 경유(석현교  지나 대지식당 앞에서 좌회전)~담양호 입구 군도 101번~금성산성 입구.

대중교통/ 담양 공용버스정류장(061-381-3233)에서 06:55~21:10까지 1시간 간격으로 담양댐으로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타고, 금성산성 안내 표지판에서 하차. 요금은 600원. 소요시간은 약 15분.


#금성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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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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