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민주개혁진영과 천민수구독재진영의 싸움이다. 거대한 천민수구독재진영에 맞서기 위해서는 작은 시민들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인 이해찬 전 총리가 '포스트 노무현' 구상을 밝혔다. 이 전 총리는 13일 저녁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강연에서 앞으로도 민주개혁진영과 수구독재진영의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민주개혁진영의 연대를 강조했다.
"족벌 언론과 독점 재벌, 지방권력을 합친 천민수구독재진영의 힘은 굉장히 세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 시민연대를 통한 새로운 정치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민주개혁진영 굉장히 약해, 연대해서 거대권력과 맞서야"이 전 총리의 구상은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광범위한 민주개혁진영 시민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시민정치운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탄생시킨 미국의 '무브온'과 같은 시민운동이 이 전 총리가 그리는 큰 그림이다.
온-오프 연대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학습하고, 정책을 생산하고, 실천한다면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전 총리의 생각이다. 그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대통령추모기념사업회가 준비 중인 '노무현 아카데미'나 퇴임 후 설립한 재단법인 '광장'도 이런 구상과 맞닿아 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자신의 '팬카페'로 떠오른 '대장부엉이'(
http://cafe.daum.net/coolowl) 회원들을 통해 '노사모'와는 또 다른 희망을 봤다고 전했다. 대장부엉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온라인 단체다. 카페 개설 두 달여 만에 회원이 9000여 명을 돌파했다.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정치에 전혀 관심없던 20~30대 여성들이 현 정부의 정치적 퇴행을 보면서 각성하고,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등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게 새로운 정치문화"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전 총리는 '대장부엉이'와 같은 자발적 시민들의 활동이 더 넓게 퍼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도 그는 유독 "작은 시민들의 연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실제 경험으로 볼 때 민주개혁진영은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서로 연대해야 한다"며 "어느 집단이든 하나로서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연대를 위해서는 객관적 조건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전망, 상호 신뢰"를 꼽았다.
이 전 총리가 말하는 한국의 객관적 조건은 남북 분단과 지역주의, 양극화 등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이 같은 객관적 조건을 개선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퇴행시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말한 사람 사는 세상은 더불어 즐겁게, 함께 잘 사는 것"이라고 규정한 이 전 총리는 "이를 위해 교육, 보육, 의료, 주거 등 기본적인 조건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이를 정부가 책임지지 못하는 국가는 소용없는 국가다, 우리 국민들이 (북한에) 끌려갔는데 찾아오지도 못하는 국가가 무슨 소용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의 잘못된 대북정책이 유성진씨 억류 등 사건을 불러왔다는 비판이다.
퇴행하는 사법개혁에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온 국민이 생방송을 보고 있는데도 (천성관 내정자가) 눈 딱 감고 거짓말을 했다"며 "부부동반 골프, 3000불짜리 핸드백 구입 등 검찰총장 내정자가 그 정도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공안사건 조작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앞에서도 거짓말을 하는데, 국민들이 안 보는 데서 (공안사건) 조작을 안 하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손으로 천민수구독재세력과 경쟁하자"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원이 끊긴 시민단체와 개혁 성향 언론을 "시민들이 지켜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작년 촛불집회 참가 시민단체 1600개의 지원금을 다 잘랐다, 지금 청와대는 (반정부 성향 시민단체를) 하나 하나 문닫을 필요 없고, 저수지에 물 빼듯 지원금 싹 빼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 정부가 시민사회마저 무너뜨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언론도 광고주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한 이 전 총리는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과 같은 실험을 높이 평가하면서 "결국 시민단체와 언론을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촛불집회를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규정하면서 "정당이나 다른 사람이 (정치사회 개혁을) 해주기 바라지 말고 우리 손으로 천민수구독재세력과 경쟁하자, 그게 포스트 노무현 시대의 할 일"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제는 걸출한 영웅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전 총리는 연대 못지않게 실천도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기무사 민간사찰을 폭로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게 강연료를 후원금으로 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몸으로든, 돈으로든, 머리로든 연대를 위한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다.
<오마이뉴스>가 10만인클럽 출범 기획특강①'포스트 노무현, 포스트 김대중,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마련한 이날 강연에는 10대 청소년부터 60~70대 노인까지 1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강연 뒤에는 25명이 질문서를 내는 등 질의응답이 이어져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오는 27일 저녁 7시에는 10만인클럽 출범 두 번째 기획특강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번째 특강은 '성찰하는 진보, 다시 희망을 말하다'를 주제로 서울대 조국 교수가 강연을 하게 된다. 이 특강들은 10만인클럽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