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부터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13일 석방됨으로써, 일단 남북관계의 장애물 하나는 제거됐다.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문제, 지난달 30일 북한에 나포된 '800연안호' 문제 등 현안들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근본문제' 해결 안 되면 남북관계 경색완화 어려워
유씨 문제는 개성공단이 위기에 빠진 여러 원인 중 하나였다.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의 본질적 사안"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운영 등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태도였다. 또 민간 대북지원단체들의 방북까지 막는 명분으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과 함께 이 유씨사건을 내세웠다.
이는 북한이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 타락시켜 탈북을 책동했다"는 이유로 유씨를 연행해 간 뒤 상세한 설명도 하지 않으면서 접견까지 불허한 것에 대한 남한 내의 여론을 등에 업은 것이었다.
유씨 석방은 개성공단 사업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한편, 남측 정부가 그간 막아왔던 방북차단은 완화되고 대북지원 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집행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씨 석방이 국면전환 효과는 있지만, 남북관계 전반의 경색 완화로 직결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간에는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과 관련한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북핵문제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유씨 억류가 장기화된 것은 사건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남북관계의 악화상황이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유씨가 석방될 수 있었던 동력도 남북한 사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미국 여기자가 석방된 것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남북관계 복원 계기될지 여부는 MB정부에 달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유씨 석방과 현정은 회장의 방북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이명박 정부에 달려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북핵문제가 풀려야 남북관계도 풀린다'는 현재의 인식을 유지하면 유씨 석방은 한순간의 이벤트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교수는 이어 "남북한 정부 모두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이행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관계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남북대화와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제안을 하기 이전에 북한과 물밑접촉 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제안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800 연안호' 문제와 관련, "북한은 유씨 석방 이후 남측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남북경협을 문제 삼는 등 북한을 계속 자극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건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공은 이명박 정부로 넘어왔다. 우선 이틀 앞으로 다가온 8.15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대북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대북정책기조 유지하겠다"
청와대는 일단 현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유씨의 석방과 관련, "뒤늦은 감은 있지만 유씨가 가족 품에 돌아가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공식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은 유씨 석방 직후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