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초중고생들까지 대부분 핸드폰이 있다. 그런 세대들에게 과거 핸드폰이 없던 시절, 어떻게 사람들은 연락을 하고 연애할 때는 어떻게 약속을 정해 만나는지 상상이 안갈지도 모르겠다.
또, 인터넷도 없던 시절, 처녀총각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던 '연애편지'의 느낌이 무엇인지도 느끼기 힘들 것이다.
우선 나는 아날로그 세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하게 디지털 세대도 아닌 '낀세대' 이다. 즉, 아날로그 문화도 충분히 경험했으며 디지털 세대로 갈아타는 과도기에서 엄청난 혼란들을 경험한 세대인 것이다. 이 낀 세대들은 거금을 들이고 힘들게 모았던 카세트테이프, LP, 비디오 테이프 등. 아날로그적 재산들이 한순간 쓰레기화 되는 것을 경험했다. (나의 경우 수백장의 비디오테이프와 '원판'이라고 하는 중고 재즈LP를 장당 당시 돈 만원 정도(헉..)에 방안 한가득 모았으나 결국 이사 다니면서 부피만 차지하는 이것들을 다 버렸다.)
광고회사나 신문사 등에서는 자료를 찾을 때 도서관에 가서 수십년된 신문뭉치들을 뒤져가며 베껴야 했던 시절이다. 인터넷이 얼마나 크게 사람들 생활을 바꾸어 놓았는지 알 수 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연인이나 친구들간에는 어떻게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그때 당시를 회상해 보자. 핸드폰이 없던 시절, 대학 다닐 때 하숙을 하면서 '학생 전화받아요~' 매번 주인집 눈치 보면서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중요한 연락들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면 먼저 친구 부모님의 검열에 걸리게 된다.
"저... **친구 ** 인데요... ** 집에 있나요?" 그러고 나서 바꿔주면 부모님 앞에서 눈치를 보며 대화해야 했기 때문에 부모님 눈에 안걸리고 연애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이성에게서 전화가 오면 "누구냐?"는 말이 꼭 나오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반대한다면 당연히 안 바꿔주므로 상대방의 서식지를 어슬렁거리거나 집앞에서 기다리든지 우연히 만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런 연유로 여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때 여자들이 하는 말 18번이 '남자한테 전화 오면 쫓겨나요"였으니. 무조건 만날 때 다음 만날 약속을 해야만 했다. 약속을 해도 시간이 어긋나거나 하면 달리 연락할 길은 없었다. 얼마나 많은 연애사고들이 그런 이유 등으로 일어나는지 모를 것이다.
그후, 내가 20대 후반 무렵 '삐삐'라고 하는 무선호출기가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다. 아담한 문자판에 삐삐가 울리고 전화번호가 찍히면 연락받은 사람은 그 번호로 전화를 거는 시스템이다. 즉,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을 알리는 장치였다. 외부에 나와 있을 때는 전화를 받기 위해서 카페를 이용하기도 하고 아무 데나 전화 좀 쓰겠다고 양해를 구하곤 삐삐를 치면 상대방은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줄을 선다.
그 다음 등장한 것이 시티폰, 이것은 줄설 필요 없이 공중전화 앞에서 전화를 걸 수 있는 핸드폰같이 생긴 장난감이다. 잠깐 선보이고는 사라졌다. 그 다음 등장한 것이 모토로라의 폴더와 삼성의 방망이 핸드폰(아날로그지만 성능은 최고였음)이다. 지금 보면 망치대신 사용해야 될만한 물건인데 그 큰 걸 뒷주머니에 꽂고 자랑스럽게 다녔었다. 그 당시 가격이 백만원을 호가했으니 큰맘먹고 장만해야 하는 기기였다.
그 다음부터 PCS가 나오고 근래의 일들이니 누구나 알 것이다. 대중화가 되면서 가격은 낮아지고 부피는 작아지고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며 지금 핸드폰 없는 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핸드폰이 없고 인터넷이 없던 예전에는 어떻게 약속을 정하고 만나 연애를 했을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속날이 올 때까지 연락 못하고 할말만 가슴에 잔뜩 움켜진 채 두근거리던 감정. 만나면 맘껏 수다떨고 다음을 기약하던... 생각날 때마다 전화하면 되는 요즘 디지털 세대들은 그런 감정들을 이해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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