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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 옆 나무그늘 밑에서 큰 대자와 모로 누워 잠든 커플
등산로 옆 나무그늘 밑에서 큰 대자와 모로 누워 잠든 커플 ⓒ 이승철

"산에서 낮잠 자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그러게 말이야, 낮잠은 방안이나 정자에서 자야 되는 거 아냐?"
"낮잠 자는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나? 졸리면 자는 거지."

일행들이 한 마디씩 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에서 능선으로 이어진 삼성산 등산길에는 낮잠 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에도 이 산을 많이 올랐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이었다. 부부끼리, 친구끼리, 또는 홀로 나무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들어 누워 낮잠 자는 사람들은 자세도 다양했다.

64회 광복절이자 주말인 15일 친구들 몇 사람과 함께 관악산 등산에 나섰다. 일행들은 서울대학교 정문 쪽 등산로 입구 광장 시계탑 밑에서 만났다. 친구들은 이번에도 관악산이 아닌 삼성산으로 올라가잔다. 이유는 날씨가 너무 무덥다는 것이었다.

 나뭇가지에 배낭을 걸어놓고 그늘을 벗어나 햇볕 아래 잠든 커플
나뭇가지에 배낭을 걸어놓고 그늘을 벗어나 햇볕 아래 잠든 커플 ⓒ 이승철

 손수건을 펴 얼굴 위에 덮고 홀로 잠든 여성등산객
손수건을 펴 얼굴 위에 덮고 홀로 잠든 여성등산객 ⓒ 이승철

주차장에서 곧장 아파트 옆 골목으로 빠져 등산로로 나섰다. 그런데 무더위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서울지방의 기온이 섭씨 33도가 넘을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실감나는 날씨였다. 땡볕은 그렇다 해도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산길도 푹푹 찌는 열기가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히야! 이거 더워 죽겠네, 이쪽으로 오르길 잘했지, 이런 날씨에 저쪽 관악산이었으면 어쩔 뻔 했어? 잠깐 쉬어가지?"

경사가 완만한 길인데도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땀으로 뒤범벅이 된 얼굴로 모두들 길가에 주저앉는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약간 가파른 길을 올라도 숨이 헉헉 턱에 찬다. 너무 무더운 날씨 때문이었다.

그렇게 허위허위 청소년야영장이 있는 능선길에 올라섰다. 그런데 능선길에 올라서자 사정없이 내려 쏟아지는 햇볕이 그야말로 불덩이다.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 밑으로 숨어들자 곳곳에 낮잠 자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머리 맡에 검정색 우산을 펴 세워놓고 낮잠을 자는 등산객 커플
머리 맡에 검정색 우산을 펴 세워놓고 낮잠을 자는 등산객 커플 ⓒ 이승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매달아 놓은 그네 위에서 잠든 남자
나무와 나무 사이에 매달아 놓은 그네 위에서 잠든 남자 ⓒ 이승철

부부로 보이는 어떤 커플은 나무그늘이 아니라 땡볕에서 깊이 잠든 모습이다. 그늘 밑에서 잠들었다가 그늘이 옮겨진 것도 모른 채 계속 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걸어가자 이번엔 역시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검정 우산을 머리 위에 펴놓은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우산으로 햇빛과 얼굴을 가린 모습이 재치 있고 재미있어 보인다.

능선 나무그늘 밑에 모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침 실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약한 바람이지만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모두들 도시락을 펴놓고 점심을 먹었다. 정상주 한 잔씩에 준비해온 과일까지 곁들이니 제법 푸짐한 점심이다.

"우리들도 여기 누워 낮잠 한숨 자고 갔으면 좋겠는 걸."
"잠이 보약이라잖아. 이럴 땐 낮잠 한숨이 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보약이야."
"난 잠깐만 자야겠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걸."

무더운 날씨에 힘들게 올라와 술 한잔을 곁들인 점심을 먹고 나니 낮잠 한숨이 간절하다. 일행 한 사람이 졸린다며 슬그머니 드러누웠나 했는데 어느새 코를 살살 곤다. 참 달콤하고 편안한 잠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감히 낮잠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숲속 정자에서 편안히 잠든 두 아주머니
숲속 정자에서 편안히 잠든 두 아주머니 ⓒ 이승철

 개울가 사람들 곁에서 홀로 낮잠 자는 남자
개울가 사람들 곁에서 홀로 낮잠 자는 남자 ⓒ 이승철

"아무리 무덥기로 산 속에서 낮잠을 잘 수가 있나?"
"난 드러누워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은데."
"뭐, 어때?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잘 자는데."

잠자는 친구는 정말 천하태평으로 잘도 잔다. 이따금 개미들이 잠자는 친구의 몸 위를 기어 다닌다. 맨몸인 팔과 다리 위를 개미가 기어 다닐 때는 느낌이 좋지 않은지 몸을 꿈틀거리기도 하고, 손으로 잡으려는 몸짓도 하여 옆에 앉아 있는 다른 친구들이 대신 쫓아 주기도 했다.

"어, 잘 잤다, 몸도 마음도 가뿐한 걸, 찜통더위엔 역시 낮잠이 최고의 보약이라니까."

그렇게 20여분 동안 낮잠을 잔 친구가 부스스 일어나며 시원한 기지개를 켠다. 다른 친구가 이제 그만 가자며 몸을 흔들어 깨웠기 때문이다. 잠들었던 친구는 조금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20여 분의 산속 낮잠이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고 좋아한다.

 개울물 속 7공주의 망중한
개울물 속 7공주의 망중한 ⓒ 이승철

 개울가 땡볕 아래 독서삼매경에 빠진 중년남성
개울가 땡볕 아래 독서삼매경에 빠진 중년남성 ⓒ 이승철

능선길과 평평한 나무그늘 밑에는 여기저기 꽤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잠들어 있는 여성등산객도 보이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매달아 놓은 그네 위에서 잠든 남자도 보인다.

길가 숲속 정자 위에서는 아주머니 두 사람이 시원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골짜기로 내려오자 개울가에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물가에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어먹는 사람들과 물속에서 깔깔거리는 사람들, 모두 올여름 들어 가장 무덥다는  찜통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이었다.

넓고 수량이 많은 골짜기 아래쪽은 물놀이 장소로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이곳에는 수많은 어린이들과 근처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와글와글 했다. 이들도 흐르는 물속에서 물놀이를 하며 역시 무더위를 식히는 모습이었다.

 개울물에서 찜통더위를 이기는 사람들
개울물에서 찜통더위를 이기는 사람들 ⓒ 이승철

개울 한 곳에는 십대로 보이는 여학생들 여섯 명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어린이가 개울물 속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개울물 속 7공주의 망중한이었다. 조금 더 내려오자 이번에는 개울가 땡볕 아래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중년 남성 한 사람의 모습이 눈길을 붙잡는다.

이날 주말의 찜통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바다로 나간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내에서 가까운 삼성산과 관악산 사이 골짜기를 찾은 사람들은 낮잠과 물놀이, 그리고 독서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찜통더위#낮잠#이승철#보약 #등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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