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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가 우리네 식탁을 다시 찾아왔다. 찜으로 탕으로 그리고 게장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우리들 입맛을 돋구고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꽃게. 껍질을 밑으로 해 찜통에 찐 꽃게를 쭉 찢어 게살을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달콤함과 바다향이 가득한 게 바로 이놈이다. 

꽃게는 우리에게 친숙한 수산물이지만 그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다. 제철이라고 할 수 있는 봄철에는 암꽃게의 경우 1kg에 3~4만 원이나 되다보니 간장게장이든 꽃게찜이든 한번 그 맛을 보려면 큰 마음 먹지 않고는 힘들다. 하지만 가을 숫게는 저렴한 가격에 게맛을 즐길 수 있다.

꽃게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가 설정되어 있다. 바로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두 달동안 전국적으로 꽃게잡이를 금하고 있기 때문. 금어기가 바로 하루 전인 15일 풀렸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꽃게잡이가 16일부터 시작되었다. 금어기 후 첫 조업에 나선 꽃게잡이 어선에 동승해 취재해 보았다.

 꽃게가 그물에 걸려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꽃게가 그물에 걸려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 추광규

금어기 풀린 '꽃게' 전국적으로 어업 시작돼

두 달여 꽃게잡이에 나서는 어민들의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오전 5시 시화호 방조제 중간선착장을 나서는 어선들의 엔진소리가 힘찼다. 꽃게잡이는 '통발'조업과 '자망'조업이 있는데 오늘 따라나선 어선의 경우는 '자망'으로 꽃게를 잡는 배다. 이기관 선장 내외가 운행하는 '오이도2호'배다.

통발은 지름 70cm 내외의 통을 이용해 그 안에 미끼를 넣어놨다가 안에 들어온 꽃게를 잡는 조업인 반면 자망은 그물 즉 코가 있는 그물을 이용해 이 코에 바다 속을 활보하던 꽃게가 걸려드는 조업 방식이다.

이날 5시에 출발한 오이도 2호배가 당도한 해역은 멀지 않았다. 아니 바로 코앞이 조업 현장이었다. 선착장에서 2~3km나 될까 싶다. 시흥시 오이도가 바로 손에 잡힐 듯 코앞에 있다. 그물은 하루 전에 바다에 넣어놨다고 한다.

그물의 길이는 300여 미터 남짓. 이날 6시경부터 시작된 조업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흥시 오이도 바로 앞에 이토록 어자원이 많다는 사실에 말이다. 권선기(그물을 끌어올리는 배앞에 달려 있는 기계)를 따라 줄줄이 올라오는 것은 다름 아닌 꽂게였다.

꽃게를 잡았다지만 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배가 작다보니 다른 배들이 지나가면서 만들어낸 파도에 흔들려 배 위에서 중심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그물코에 걸린 꽃게를 손상 없이 한 마리씩 떼어내는 것은 초보자가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었다.

 뱃전 가득 쌓인 꽃게. 자망으로 잡는 꽃게는 잡는 것도 어렵다지만 더 어려운 것은 그물에서 일일이 떼어내는 작업이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작업의 일 단계는 먼저 꽃게 집게발의 한쪽을 뺀찌로 잘라 내는 거였다.
뱃전 가득 쌓인 꽃게. 자망으로 잡는 꽃게는 잡는 것도 어렵다지만 더 어려운 것은 그물에서 일일이 떼어내는 작업이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작업의 일 단계는 먼저 꽃게 집게발의 한쪽을 뺀찌로 잘라 내는 거였다. ⓒ 추광규

이 선장 내외의 경우 숙련된 손길로 한 마리 떼어내는데 1~2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꽃게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에 처음으로 도전해본 기자의 작업속도는 한 마리 떼어내는 데 5분은 보통이다. 그것도 앞발이나 다른 발을 떼어먹기 일쑤여서 그물에서 떼어 내는 작업을 포기하고 다른 작업을 도울 수밖에.

바로 꽃게 집게발의 한쪽을 잘라내는 작업이었다. 꽃게는 집게발 한쪽 끝을 잘라줘야만 유통과정이나 보관과정에서 손상이 가지 않기에 꽃게잡이에서는 필수적인 작업이다.

작업은 실수 연발이었다. 멋모르고 자르다가 바로 옆에 매달려 있던 꽃게가 손가락을 꽉 깨무는 바람에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작업도구인 펜치만 바다 속에 풍덩 하고 빠트렸다. 꽃게는 잡아가고 그대신 공구라니 바다가 그리 반기지는 않을듯 싶다.

꽃게가 워낙 많이 잡혀 그물 한 틀에서 꽃게를 떼어내는데 만 두 시간여 이상이 걸렸다. 오전 5시 10분에 조업현장에 도착해 먼저 그물 다섯 틀을 넣은 후 여섯 시경 그물에서 꽃게를 떼어내기 시작했는데 한 틀을 떼어내고 또 한 틀에서 그 중간쯤 떼어내는데 시간이 다 되었단다. 이기관 선장은 대부도 방아다리 선착장에서 10시부터 경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1차 작업은 여기에서 끝내고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대부수협 경매사들의 눈매가 날카롭다. 이들은 어판가의 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이날 경매에 올라온 꽃게가 통발 꽃게가 약 5톤 남짓. 자망 꽃게가 2톤 남짓이니 그 물량을 처리하는 것도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대부수협 경매사들의 눈매가 날카롭다. 이들은 어판가의 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이날 경매에 올라온 꽃게가 통발 꽃게가 약 5톤 남짓. 자망 꽃게가 2톤 남짓이니 그 물량을 처리하는 것도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 추광규

물렁게, 소게, 중게, 대게... '50여 척 몰린 경매현장'

꽃게는 2년생이라고 하는데 성장과정에서 1년에 한 번씩 껍질을 벗는단다. 이 과정에 있는 꽃게는 껍질이 물렁한데 바로 '물렁게'라고 한다. 물렁게는 시장에서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이날 조업과정에서도 잡힌 물렁게는 바다로 다시 돌려 보내줬다. 대략해서 10% 남짓 되는 듯 했다. 이날 잡혀 올라오는 꽃게의 95% 이상이 숫꽃게였다.

산란이 끝난 암꽃게와 다시 짝짓기 위해 숫꽃게들이 몰려든다는 이 선장의 설명이었다. 물칸에 넣어 놓은 꽃게들중 그 와중에서도 짝짓기를 시도하는 놈들이 있었으니 그 설명이 타당한 듯 보였다.

꽃게를 그물에 넣고 달아보니 이날 잡은 꽃게는 대략해 130kg남짓. 봄철 암꽃게였다면 상당한 금액이었을 터. 하지만 숫꽃게는 그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고 했다. 올해 처음으로 숫꽃게 경매가 이루어지기에 그 가격은 이 선장도 모른단다.

1차 조업을 마친 후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으로 닿은 시간이 10시 10분경. 선착장은 수십 척의 꽃게잡이 배들로 북적대고 있다. 경매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10톤 내외의 톤수를 자랑하는 통발조업 꽃게배들.

 오늘 조업은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포구 바로 앞에서 이루어졌다. 조업현장과 오이도포구의 거리는 약 1km남짓이나 될까 싶었다. 그런 앞바다에 이만큼이나 어족자원이 있다는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늘 조업은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포구 바로 앞에서 이루어졌다. 조업현장과 오이도포구의 거리는 약 1km남짓이나 될까 싶었다. 그런 앞바다에 이만큼이나 어족자원이 있다는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 추광규

경매가 끝나 한참 하역중인 선원들에게 잡아온 양을 물어보니 자신들은 약 500kg 남짓을 잡아 왔단다. 하루 전에 출어해 이날 아침에 경매에 넘기기 위해 선착장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들 통발 꽃게잡이 배들의 경우 4~5명 남짓의 선원으로 한 팀이 꾸려져 조업을 한다고 한다.

경매가격은 의외로 낮았다. 꽃게 크기를 대·중·소로 나누었을 때 대는 kg당 7000원, 중은 5~6000원, 소는 4000원이라는 설명이다. 선착장은 경매에 참가한 활어차들로 북적거렸다. 통발배 경락가격을 이 선장에게 말하니 표정이 어둡다.

통발배에 비해 자망 꽃게는 1~2000원 더 낮게 경매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첫 조업의 결과치고는 자못 실망스러운 듯 했다. 이십여 척 남짓의 통발 꽃게잡이 배들의 경매가 끝난 후 주로 1~2톤 내외의 선외기들이 조업하는 자망 꽃게잡이 배들의 경매 순서였다. 자망 꽃게잡이 배들의 경우 대부분 100kg 내외의 조업성과를 올린 듯 했다.

경매를 기다리는 배만 약 30여 척. 첫날 꽃게가 너무 많이 잡힌 듯 했다. 결과적으로 예상했던 가격도 받지 못했다. 첫 경매인 관계로 물량이 쏟아져 나와 자망꽃게 경매도중 중간도매상들이 경매를 마쳤기 때문.

대게가 5000원이라고 했으니 가격이 너무 낮았다. 먼저 경매에 참가했던 중간도매상들이 철수를 하는 바람에 경매 위탁을 맡은 대부수협 경매책임자는 이날 위탁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급하게 냉동꽃게 업자를 부르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활꽃게 보다는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었다.

 물칸에 넣고 남은 꽃게는 별수 없이 통에 넣어서 운반할 수 밖에 없었다.
물칸에 넣고 남은 꽃게는 별수 없이 통에 넣어서 운반할 수 밖에 없었다. ⓒ 추광규

가을 꽃게 몇 사람이 추렴해 구매하면 어떨까?

꽃게는 물론 봄철 암꽃게가 제 맛을 자랑한다지만 가을철 숫꽃게의 맛도 암꽃게에 그리 뒤지지는 않는 것 같다. 조업을 마치고 얻어온 몇 마리로 찜을 해먹었는데 살이 그런대로 차있다. 맛도 달다.

가을철에 접어들수록 숫꽃게에 살이 점점 오른다고 하니 가벼운 주머니를 생각한다면 숫 꽃게를 가지고 간장게장을 담가 놓는다면 두고두고 밑반찬으로 올릴 수 있으니 제격일 들 싶다.

이날 경매가는 5000원이라고 하니 어민들의 어깨에 힘이 많이 빠진 듯하다. 급기야는 활꽃게로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고 냉동꽃게로 처리해야 할 만큼 양이 많다 보니 가격이 당분간은 낮게 형성될 것 같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이럴 때 한 집에서 사기가 벅차다면 두서너 집이 어울려서 한 망(10kg)쯤 사다가 간장게장을 담그면 어떨까 싶다. 경매는 보통 10kg 단위로 묶어 놓은 1망 단위로 이루어지니까 이 단위로 구매해서 나눠 가지면 될 테니 말이다. 더구나 배에서 내릴 때 달아주는 실제 무게는 12kg이 된다. 바로 유통단계에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미리 더 얹어 주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대략해서 1만 원 밑으로 가격이 형성될 것 같으니 오이도 어촌계로 연락해 꽃게배 소개를 부탁하면 될 것 같다. 조업을 마치는 시간(대략 12시무렵)에 맞추어 오이도 선착장이나 시화방조제 중간선착장에서 꽃게를 건네받으면 되고 말이다.

그것도 번거롭다면 몇 천 원 더 주더라도 오이도내 수산물 센터에서 구매해도 무방할 것 같다. 가을철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가을 숫꽃게 맛을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또, 가격에 신경쓰지 않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숫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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