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오늘 오후 2시. 서울광장은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시민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때마침 대형 전광판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중계되고 있었고,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였다.
오늘 서울광장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인에서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걸어 온 유치원생 아이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손자와 함께 서울광장을 찾은 김모씨(60)는 "적어도 오늘만큼은 서울광장이 시민들의 광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쪽에선 참여연대가 '광장을 열자, 조례를 바꾸자'는 주제로 서울광장의 사용 권리를 되찾기 위한 주민조례개정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오늘 서울광장에서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 그리고 광화문광장서울광장을 조금 벗어나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길은 서울광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작아지는 만큼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광화문광장의 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 시민은 "지금 한쪽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이곳은 '광장'이 아니라 '공원'이다."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되던 시각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의 표정은 서울광장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자신의 아이들과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 박모씨(34)는 "오랜만에 쉬는날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왔다"고 밝혔다. '광화문 피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발가벗은 아이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연신 웃어대며 "아빠~"를 부르고 있었다. 이곳은 할아버지와 손자, 부모와 자식 등 여러 세대가 뒤섞인 풍경을 보여주었다. 오늘 이곳에는 서울광장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광화문 광장은 '광장'인가 '공원'인가?지난 3일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광장 조례'에 관한 규탄대회를 하던 10여 명이 연행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서울시와 경찰이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광화문광장에서는 '광화문광장 준공기념 특별사진전 유럽의 광장'이 열리고 있다. 유럽의 광장 중 '역사적으로 지역 공동체에 기여했는지 여부'와 '광장의 관리 상태' 등을 심사하여 60개를 선택하고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다.
오늘 낮 사진전을 둘러보던 한 아이는 아버지에게 "유럽에도 광화문 광장이 있어?"라고 물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광화문 광장과 유럽의 광장은 겉으로 보기에 비슷할지 모른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광장이란다"하고 대답했다.
광장은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나누는 공간이다. 유럽의 광장들은 시민들이 모여 의사소통을 나누는 공간으로 기능하였고, 수많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광화문광장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유럽의 광장을 선정하여 전시를 한다고 해도, 한 아버지의 말처럼 광화문광장과 유럽의 광장은 전혀 다른 광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 날에 광화문광장에서 들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