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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치러진 김태환 제주도지사 주민소환투표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소환운동을 벌였던 '김태환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도출된 투표결과는 '결과'로서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태환지사 소환운동본부는 27일 오전 11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6일 주민투표는 관권에 의해 자유로운 투표행위가 원천봉쇄된 채 이뤄진 관제투표"라고 규정했다.

 

"8월 26일은 공포의 하루... 유례없는 부정투표"

 

소환운동본부는 "이번 투표과정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부정선거이자 금도를 벗어난 관권개입으로 얼룩진 민주질서 파괴의 과정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26일은 '공포의 하루'였으며 소환투표운동 기간 내내 공적예산지원을 빌미로 삼아 민심을 억누르려는 간접금권개입설마저 공공연히 회자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투표불참을 선동해놓고 투표결과에 승복하라는 말은 경기에 불참한 운동선수가 뛰지도 않고 결과에 승복하라는 말과 같은 것"이라며 "기권한 사람들이 무슨 결과 승복을 운운하냐"며 소환투표 기간 내내 투표불참 전략을 썼던 김태환 지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강 회장은 "김 소환대상자는 도의회조차 내용과 절차상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또 강정마을 주민 94%가 반대하는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하면 주민투표에 당당하게 나서서 도민들의 의견을 물어봤어야 한다"며 "주민여론을 떠들면서 주민여론은 외면하는 김 소환대상자는 도지사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도민의 자격도, 국민의 자격도 없는 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회장은 "우리는 이런 맥락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바라보고 있고, 우리가 이해되지 않고 수용할 수 없는 한 끝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할 것"이라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입장이 여전히 유효함을 분명히 했다.

 

임문철 신부는 "투표는 민주주의 핵심이고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데 투표 자체가 억압받는 상황을 만들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훼손했다"며 "이런 투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임 신부는 "이번에 우리는 제왕적 도지사의 폐해를 여실히 봤다"며 "모든 공무원이 눈치를 보고, 자신들이 저지르는 행위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임을 의식도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정훈 목사는 "어제(26일) 상황실에 불이 났다, 제보받은 부정선거사례만 50여 건이나 된다"며 "이건 해도 너무하고 결과에 승복하고 싶어도 역사에 죄를 짓는 것 같아 도저히 승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다른 지역 분들이 '그래도 그렇지 투표율 11%가 뭐냐'고 하지만 정말 이 말은 제주도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4·3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어 집 앞에 사람만 서 있어도 놀라는 것이 제주도 사람들"이라고 투표소 입구에 서 있던 이장 등 행정조직 말단 신분의 사람들이 도민들에게 주는 정서적 위압감을 설명했다.

 

윤용택 제주대 교수는 "90% 찬성도 문제가 있지만 90% 불참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비정상적 투표결과를 인정한다면 우리가 1인 독재 치하에서 사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쉬고 싶다... 하지만 진실을 위해 힘들더라도 싸우겠다"

 

투표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소환운동본부는 "관권개입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일은 비단 제주도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의 민주질서를 유린한 행위로 국회와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환운동본부는 "특히 헌법기관으로서 투표의 신성한 권리행사 홍보와 불법개입에 소극적으로 일관한 선관위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묻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아울러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주민소환제도 개정과 헌법소원 등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발언자들이 지역 언론에 대한 실망감과 주문을 그대로 드러내 소환투표 과정에서 지역 주요일간지가 보여준 행태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대책위 고문을 맡고 있다는 주민은 "기자님들께 실망했다"며 "기자들이라도 주민 편에 서서 견제 좀 해달라"고 하소연에 가까운 주문을 했다. 그는 "소환 청구인 서명을 받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 소환투표할 때도 그랬고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며 거듭 언론의 진실보도를 원했다.

 

이정훈 목사는 아예 특정 언론사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아무리 도의 예산을 받고 있다지만 이번 문제만큼은 기자의 양심을 가지고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이 목사는 "우리도 쉬고 싶다, 지쳤다, 하지만 진실을 위해서 힘들더라도 싸우겠다"며 거듭 언론인들의 자성과 역할을 주문했다.

 

한편, 26일 주민투표율이 미달함에 따라 지사직에 복귀한 김태환 지사는 제주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도민들의 의식 수준이 그렇지 않다"며 관권선거 의혹을 부인했다.

 

투표는 끝났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일부 공무원과 행정조직의 위법, 탈법사례가 모두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는 새로운 정국을 만들고 말았다. 소환운동본부가 이후 이 문제를 국회 및 전국 차원에서 풀어가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어서 '김태환 지사 소환정국'의 진동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환#제주도#주민투표#주민소환#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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