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금자리 주택을 마련하겠다며 계획보다 앞당겨 수도권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로 훼손된 기능을 상실하고 보전가치가 없는 그린벨트에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를 짓겠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간 비닐하우스 때문에 그린벨트가 훼손되었을까요? 그리고 보전가치가 없는 그린벨트를 복원하고 되살리는 일 대신, 녹지가 턱없이 부족한 수도권에 왜 아파트만 짓겠다고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난개발과 땅값폭등이 예상되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고 '획기적'이라 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튼 정부의 대대적인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앞서 인천시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과 선수촌을 건설하기 위해, 지난 6월 개발제한구역 해제(사업계획)를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터전을 일구며 살아온 밭과 논은, 내년에 제대로 보상도 못받고 강제수용될 판입니다.
늘 그렇듯이 땅을 지키고 생명을 키워온 농군들은 하루아침에 조상들이 물려준 집도 일터도 고스란히 빼앗길 것입니다. 때문에 어머니는 올해 밭농사-벼농사가 우리 집의 마지막가 될 것 같다 합니다.
옥상에 비닐하우스도 쳤지만, 올해가 마지막 고추농사!!한낮의 땡볕을 피해 아침이슬도 마르지 않은 새벽녘에 밭에 나가 탐스럽게 익은 붉은 고추를 포대에 가득 따와서는 손수 꼭지를 따서, 고추 도둑 때문에 옥상에 파이프와 철사로 엮어 만든 비닐하우스에 널어 말리는 일도 올해로 끝나게 됩니다. 땀흘려 쇠파이프를 옮겨가며 공들여 애써 만든 비닐하우스도 올해 뿐입니다.
평생을 농사만 짓고 살아온 부모님의 일감이 줄어든다고 기뻐할 수도 있지만, 루비처럼 반짝이는 마른 고추를 비닐에 담던 어머니는 내년 고추는 어디서 어떻게 사먹어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늘 흙먼지와 땀에 찌든 작업복과 모자를 쓴 아버지의 어깨도 올해 농사를 마친 뒤 맥없이 더 처질까 괜한 걱정만 듭니다.
이젠 밭에서 자란 싱싱한 풋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 먹을 수도 없고, 길고 긴 겨울밤을 나게 해주는 고구마도 쪄먹을 수 없고, 쌀도 김장배추도 무도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농사밖에 모르는 나이든 부모님 대신, 돈을 벌어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이 시간이 더디 가길 부질없이 바래보기도 합니다.
지금껏 '개발'이란 이름으로 득본 것 없는 우리 집과 마을사람들에게 남은 마지막 삶의 줄기마저 끊길 판입니다. 그래서 곡식이 영그는 이 가을이 더 없이 쓸쓸하고 쓸쓸합니다. 다시 볼 수 없을꺼란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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