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30일 오후 3시 15분]
'충청권 총리론'으로 이회창 총재와 갈등을 겪어 온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최고위원이 끝내 탈당을 선언했다.
심 대표는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회창 총재와 당을 같이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자유선진당을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또 청와대의 국무총리직 제의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됐던 국무총리 제의는 수락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맡지 않을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한다"고 못 박았다.
"정치공작? 18석 밖에 안 되는 자유선진당이 뭐가 대단해서"
심 대표가 직접 창당한 자유선진당을 탈당한 것은 이 총재와 갈등이 큰 원인이다. 특히 이 총재가 국무총리 입각을 막고 나선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로부터 총리직을 세 번이나 제안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총리직을) 받지 않는 것은 (정치) 도리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받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로부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은 제안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내심 입각을 기대했지만, "이 총재의 독선과 아집" 때문에 좌절됐다는 불만이 탈당의 직접 원인임을 시인한 셈이다.
그는 이 총재를 향해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적 당 운영으로 당의 지지율이 2%대에 머물러 있는데도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는 구태적 사고에 함몰돼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이 총재가 자신의 총리 기용을 "자유선진당을 파괴하려는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8일 이 총재는 심 대표의 총리 기용이 가시화되자 "자유선진당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세력들이 있다"고 말하며 청와대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정치공작을 위해 총리직을 미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나를 정치적 술수와 모략의 중심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와 저급한 인식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 총재나 당내 일부 의원들이 제기하는 정치공작설에 대해 "과대망상증", "착각"이라고 몰아붙였다. "18석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파행적 교섭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이 뭐가 대단해서 정치공작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선진과창조모임, 교섭단체 지위 잃을 위기
'총리직 제의 거부'를 못박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합과 조정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국무총리가 분란의 중심이 된다면 국정운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심 대표는 "탈당해서도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말해 당분간 입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탈당 뒤 정치행보에 대해 그는 말을 아꼈다. 옛 국민중심당을 부활시키며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편 심 대표의 탈당으로 자유선진당은 교섭단체 자격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창조한국당 국회의원 2명(문국현, 이용경)을 합쳐 20명으로 겨우 교섭단체(선진과창조모임)를 구성했지만, 심 대표의 탈당으로 의석이 한 석 줄어 20명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은 이날 오후 소속 의원 전원에게 긴급 소집령을 내리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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