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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간 재일동포 민족학교 책보내기 운동을 펼쳐온 인터넷 카페 '뜨겁습니다'.
수년간 재일동포 민족학교 책보내기 운동을 펼쳐온 인터넷 카페 '뜨겁습니다'. ⓒ 뜨겁습니다

기무사 요원 신아무개 대위의 사찰수첩에는 이런 메모가 있다.

 

'5시 45분 N호텔 入(3명)'

 

재일민족학교에 책보내주기운동을 하는 A단체의 행사가 끝난 1월 9일 새벽의 사찰메모다. 그런데 이 메모 아래에는 '뜨겁습니다'라는 메모가 추가돼 있다. '뜨겁습니다'는 '재일동포 책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인터넷 카페 이름이다.

 

"카페를 만들기 전에 일본을 여행하다가 조선학교 젊은 선생님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조선학교 선생님들 만나서 얘기한 것도 처음이고, 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선생님이 '같은 동포끼리 만나서 얘기를 나누니까 가슴이 뜨거워집니다'라고 했다. 거기에서 착안해 카페 이름을 '뜨겁습니다'라고 지었다." (최준혁 대표)

 

2005년부터 매년 수백권씩 전달... "왜 기무사가 우리를 사찰하나?"

 

일부 회원들이 기무사로부터 사찰을 당한 '뜨겁습니다(http://cafe.daum.net/feelsohot)는 지난 2003년 8월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개설했다. 이후 2005년부터 재일민족학교에 어린이책 보내주기 운동을 적극 펼쳐왔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在日本朝鮮人總聯合會, 약칭 조선총련)계 초급학교 10곳과 책 보내기 교류사업을 해온 것이다.

 

A단체도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명분으로 '재일민족학교 책·문화교류 사업'을 해왔지만, '뜨겁습니다'는 이와 별도로 해마다 어린이 그림책 등 수백권씩을 재일 민족학교에 보냈다. 현재까지 보낸 책만 3000~4000권에 이른다.  

 

최준혁 '뜨겁습니다' 대표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A단체와 2년간 같이 '재일민족학교 책보내기운동'을 펼친 적이 있지만 그곳과는 독자적으로 활동해왔다"며 "2003년에 카페를 개설하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보냈다"고 말했다.

 

"인터넷카페니까 주로 회사인이나 학생들이 많다. 1200여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낸 후원회비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회원 중에는 어린이도서관과 관련된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좋은 어린이 그림책을 선정하면 그 책들을 중심으로 보냈다. 민족학교를 직접 방문하거나 항공택배로 전달해왔다."

 

최 대표는 "우리는 군과 전혀 상관없는 인터넷 카페이고 사찰을 당한 회원들은 동화책 작가거나 출판사 관계자, 직장인"이라며 "왜 국정원도 아니고 기무사가 우리를 사찰했는지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마도 재일민족학교와 관련된 사업이라서 사찰을 한 것 같다. 특히 재일민족학교가 총련계 아닌가. 총련계가 북한과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총련계 중에서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상당하다. 조선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북한국적자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최 대표는 군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기무사로부터 사찰을 당했다는 데 크게 분노했다.

 

"국정원에서 사찰을 했다면 그 이유가 명확했을 것이다. 총련계 민족학교에 책을 보냈다는 것 때문에 사찰을 했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군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기무사가 사찰을 했다니까 웃기다.  뭔가 엮으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이유 없이 사찰을 하겠나?"

 

최 대표는 "A단체 때문에 우리를 사찰한 건지, 우리 때문에 A단체를 사찰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사찰을 한 건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싶다"고 말했다.

 

"최소한 1년 전부터 조사를 해오다 직접 사찰에 나선 듯"

 

 민간인 사찰 내용이 적힌 기무수 소속 신아무개 대위의 수첩.
민간인 사찰 내용이 적힌 기무수 소속 신아무개 대위의 수첩. ⓒ 이정희 의원실

이어 최 대표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인지도나 영향력이 높거나 저항적인 조직이나 단체가 아닌데도 이렇게 사찰했다면 우리 이상의 시민단체나 조직은 얼마나 더 심하겠나?"라고 '사찰확대'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찰수첩에 적힌 사람들은 동화책 작가거나 출판사와 관련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그 정도로 집요하게 사찰했다면 조금 더 정치적이거나 실천적인 단체들은 오죽하겠나? '막걸리 보안법'도 아니고…."

 

최 대표는 "내용을 보면 1~2년 전부터 사찰을 해온 게 아닌가 싶다"며 "직접 사찰은 언제부터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1년 전부터 조사를 해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최 대표를 비롯한 '뜨겁습니다' 운영진들은 현재 기무사 민간인 사찰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정식으로 사찰내용을 공개하면, 일반 카페회원에게도 관련사실을 알리고 대응과 관련된 의견을 물을 계획이다.     

 

한편 '뜨겁습니다'는 오는 9월 12일 오후 3시부터 성균관대 정문 앞 카페 '도마뱀'에서 '재일동포 민족학교 책 보내기'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한 '하루 술집'을 연다.  


#기무사#민간인사찰#뜨겁습니다#최준혁#재일민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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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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