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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애가 쓴 <도시 읽는 CEO>
김진애가 쓴 <도시 읽는 CEO> ⓒ 21세기북스
오늘날,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싶어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귀농 혹은 귀촌을 실행에 옮기고 있고, 아직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꿈도 농촌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도시의 각박함과 감옥같은 삶을 벗어나 더 많은 '자유'를 실현하기 위하여 도시를 떠나려고 한다. 조금 더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도시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를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비전문가인 도시민들은 대체로 '도시는 전문가가 만들고, 도시는 전문가가 망친다'고 믿어왔다.

사람들이 더 이상 살고 싶어하지 않는 도시는 행정가와 도시전문가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분명하고 간단하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이른바 도시계획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런 전문가들 결정은 시민들 삶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고, 결국 사람이 살기에 좋은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읽는 CEO>를 쓴 도시건축가 김진애는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고 정의하였다. 그녀는 도시는 전문가가 만들고 나는 그냥 그곳에 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한 도시의 시민으로서 당신이 하는 일상의 행위가 도시를 만든다. 어떤 집을 선택하느냐, 어떤 길을 걷느냐, 어떤 일을 하느냐, 어떤 물건을 사느냐,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노느냐, 이 모든 것이 도시를 만드는 행위다.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동기들에 의해 매일매일 움직이면서 오랜 시간 동안 만든다는 점에서, 사람이 만드는 것 중에 가장 복잡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도시는 전문가들이 만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행위가 바로 도시를 만드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의, 식, 주, 소비, 놀이와 같은 모든 문화 활동이 도시를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살고 싶은 도시나 살고 싶지 않은 도시나 모두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자업자득이라는 말이다.

결국, 한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결국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를 바라보는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 것이지 뛰어난 전문가의 설계만으로 살기 좋은 도시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살기 좋은 도시는 누가 만드는가?

김진애는 '도시전문가'이기 이전에 '도시팬'이고 '도시인'이며, 도시에 사는 게 좋고 도시가 흥미롭다고 말한다. 도시는 수많은 문제와 수많은 갈등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 한다. 말하자면, 도시건축가로 공부하고 살아 온 김진애는 도시를 통해 삶을 읽어내는 눈을 키워 온 것이다.

"도시를 통해서 나를 발견하고, 나 자신을 키우며,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복잡다단하고 오묘한 관계를 배운다. 또한 인간세계의 경영을 배우고, 인간세계의 운명을 깨닫기도 한다."(본문 중에서)

<도시 읽는 CEO>를 쓴 김진애는 도시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통찰력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도시를 읽으면 인간이 보인다"고 한다. 도시를 읽으면 사람과 사람사이가 보인다는 것이다.

도시전문가가 쓴 '도시 읽기'는 종로통, 전주, 진주, 서울, 제주올레와 인사동과 북촌 같은 국내도시와 보스턴, 바로셀로나, 밀라노, 런던, 파리, 뉴욕, 쿠리티바, 두바이 같은 외국 도시들을 두루 읽고 해석하고 성찰하는 책이다.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두 도시를 비교하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비슷한 도시를 찾아내기도 한다.

김진애는 <도시 읽는 CEO>를 통해 자신이 다녀온 세계 유수의 도시들을 나열하거나 소개하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지은이는 비전문가이면서도 사실은 한 도시를 만드는 주체인 시민들에게 도시를 읽는 법, 도시를 통찰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 감수성과 호기심을 끌림을 느끼기
▲ 자신의 방식으로 지도 그려보기
▲ 지적 감동에 주목하기

그녀는 감수성과 호기심 그리고 자연스런 끌림으로 느끼는 도시로 바로셀로나, 밀라노, 진주를 소개하고 있으며, MIT에서 공부할 당시 지적 감동을 통해 통찰하게 된 도시로 런던과 파리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비법 중 하나는 자신의 방식으로 지도를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마음 속에 펼쳐지는 지도를 실제로 그려보면 자신이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이 선명해지고, 서로 간의 관계가 눈에 들어오며, 무엇이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또는 유리되어 있는지, 전체의 구도가 보이게 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밀라노 트리엔날레 서울 전시'를 준비하면서 거대도시 서울을 그려 본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을 직접 그려보는 작업을 통해 서울을 통찰하여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직접 해보면 개념이 더 선명해진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의 차이라고 할까. 자신의 몸을 써서 무엇을 깨닫게 되는 것, '체득'이라는 말 그대로 몸을 써서 얻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즉, 그려보는 것, 직접 발로 밟아 보는 것은 모두 우리 몸을 사용하는 것이고, 이런 과정이 호기심을 키울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결국 그려보기는 결국 복잡하게 보이는 전체의 핵심을 파악하는 통찰력으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통찰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도시들을 분석한다. 쿠리티바와 두바이, 뉴욕의 변화 ,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워싱턴DC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서울과 평양,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비교하여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대표적 사례인 쿠리티바, 에너지와 소비문화로 지탱하는 두바이를 비교하고, 도시의 흥망성쇠와 권력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워싱턴 DC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권력 게임이라면,도시란 어쩔 수 없이 그 권력 게임이 벌어지느 핵심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상의 많은 도시들은 특정한 권력을 중심으로 세워졌고, 그 권력의 크기를 과시하고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새로 지어지고 모습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온 몸으로 도시를 통찰하는'걷기'

한편, 저자는 도시를 온 몸으로 통찰하는 방식으로 '걷기'를 제안 한다. 흠뻑 빠져보는 것, 몸으로 빠져보는 것으로는 걷기가 최고 이며,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열리고 정신도 깨이고 영혼이 맑아져서 통찰의 길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두 다리를 움직이고,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옴몸을 바로 세우며 걷고 걷고 또 걸으면 평소에 잠자고 있던 당신의 감각들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아주 단순한 비결이다. 비결은 단순함에 있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차를 타야만 다닐 수 있는 도시가 가장 나쁜 도시이고, 걷고 싶은 도시야 말로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그는 걷고 싶은 도시, 걷고 싶은 동네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 최소한 세 시간은 헤맬 수 있을 것
▲ 최소한 한 끼는 먹고 싶을 것
▲ 최소한 한 가지는 사고 싶어질 것

많은 도시들이 살고 싶은 도시, 살기 좋은 도시, 걷고 싶은 도시,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세 가지 기준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걷고 싶은 도시, 걷고 싶은 길의 대표적인 사례로 북촌과 인사동을 들고 있다.

북촌과 인사동이 걷고 싶은 동네가 된 것은 이야깃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만날거리, 사진찍을거리, 구경거리, 그냥 서성일거리가 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잎맥처럼 이어진 골목길과 오랜시간에대한 긍지와 명성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세계 어느 도시의 걷고 싶은 동네를 가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가 최고의 도시다

도시건축가인 지은이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시가 가장 좋으냐?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이 책에도 어느 시인에게 어느 도시가 가장 좋으냐는 질문을 받는 대목이 나온다. 이 질문에 지은이는 정말 의외의 대답을 한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가 최고의 도시다."

"갑자기 지팡이로 쿵 내려치는 것 "같은 이 대답을 지은이는 결코 특별한 대답이 아니라고 한다. 도시를 바라 볼 때도 긍정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꿈꾸면, 그들이 사는 도시를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 역사를 통해 지구상에는 수많은 도시가 생겼고, 또 수많은 도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지은이는 아주 단순한 교훈이 도시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사람이 살면 도시가 살아나고 사람이 떠나면 도시가 사라진다." 그렇지만, "모든 도시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만든다." 결국 도시는 인류 역사와 함께 생명을 이어가는 유기체와 같다는 것이다.

<도시 읽는 CEO>는 많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도시부터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지긋지긋해하는 도시에 이르기까지 도시를 '통찰'하는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도시 읽는 CEO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김진애 지음, 21세기북스(2009)


#도시#사람#인간#걷기#김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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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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