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 관동(関東)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지 86년 되는 날이다. 이 지진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엄청난 재난을 당했다. 그래서 일본은 오늘을 기억하며 대대적인 재난방지훈련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일본의 재난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천재지변을 틈탄 재일동포대학살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923년 9월 1일 대지진이 발생하자 이 재난을 철저히 이용하여, 일본의 국가권력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새로운 집권체제의 안정을 도모하였다.
일본의 신 집권세력들은 당시 일본과 조선의 국제적인 민중연대의 맹아를 잘라버리고, 소위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블랙리스트들을 처단하며, 무엇보다 1919년 식민지조선의 강렬한 독립운동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그 불씨를 없애기 위하여, '조선인에 의해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이를 빌미로 계엄령을 선포하였던 것이다.
일본국가의 이러한 위법적 조치들로 인해 대부분 (비정규직)노동자 출신이었던 재일동포이주노동자들은 난데없이 일본인의 '敵'이 되어 일본도에 난자당하고 쇠갈쿠리로 찍혀 살해당하였으며, 여성노동자들은 성적 학대를 당한 뒤 살해 당했다. 또한 일본의 마을자경단들은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꺼내어 죽이는 등 그 잔인성과 야수성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다.
일본관헌에서는 학살한 조선인들을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지진으로 인해 사망한 일본인들 속에 섞어놓고 불에 태워버리는 등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살아남은 재일동포들은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에 떨며 며칠을 보내야만 했다. 이 때 무려 6661명(상해임시정부 조사기록)의 재일동포 이주노동자들이 집단학살 당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86년이 지나고, 대한민국은 해방 후 국가주권을 회복한 지 64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본정부는 증거인멸, 은폐와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이 엄청난 사건을 방치한 채 오늘을 보내고 있으며, 대한민국 교과서에는 몇 줄도 안되는 관동대진재사건의 기록마저 슬그머니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일본의 집권 민주당에게 바란다. 새로운 일본을 원한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로 나서고 싶다면, 아시아에서 저지른 침략전쟁의 죄과를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적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일본은 자국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을 집단학살한 유일한 사건인 관동대진재 조선인학살사건에 대한 명확한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학살당한 재일코리안의 신원과 관련된 모든 역사적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재일코리안에 대한 민족차별과 기본권 억압에 대한 야만적 행태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이제는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최소한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며, 그래서 이 사건에 대해 일본변호사연합회 인권옹호위원회가 2003년 당시 고이즈미 총리에게 한 아래의 권고를 일본 신임 하토야마 총리와 집권 민주당은 깊이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 인권옹호위원회가 고이즈미 총리에게 보낸 권고문> |
1. (일본)국가는 간토대진재 직후의 조선인, 중국인에 대한 학살사건과 관련하여 군대에 의한 학살의 피해자, 유족, 그리고 허위사실의 유포 등으로 국가의 행위에 유발된 자경단에 의한 학살의 피해자, 유족에 대하여 그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
2. (일본)국가는 조선인, 중국인 학살의 전모와 진상을 조사하여 그 원인을 밝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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