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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보고싶다. 중국인 언니 오빠들과 경남이 오빠 지강이, 그리고 동생들..

 

방학동안 순천대학교에서 하는 전라남도 한중청소년캠프에 다녀왔다. 중국 친구들과 함께 하는 한중캠프에는 200명 정도의 친구들이 왔다. 전라남도에서 전라남도에 사는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캠프라고 했다.

 

캠프는 방학한 지 얼마안된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건데 전부 무료라고 했다. 아, 전라남도에 사는 친구들만 말이다. 중국 친구들은 여행사를 통해서 왔는지 관광버스를 타고 함께 왔다. 우리들은 엄마아빠가 데려다줬지만 혼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온 친구도 있었다.

 

2박 3일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국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놀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중국인들을 만난 첫날, 한국인 친구들 8명과 중국인 친구 7명 총 15명이 한 조가 됐다. 나와 박지후, 박하은, 내 동생 남혁이. 강혁이, 키 크고 못생긴 고1 모경남 오빠, 만날 핸드폰게임만 하는 14살 전지강, 말 안 듣는 5학년 장지수. 이중에서 지후랑 하은이 남혁이는 8살 동갑내기들이다. 처음 만나는 한국친구들과의 사이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경남이오빠한테는 모모씨,  지강이한테는 게임보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

 

중국 친구들 중에서는 머리가 길고 예쁘게 생긴 22살 언니랑 열세살의 머리가 짧고 귀여운 여자아이들, 눈이 동그란 남자동생, 개구리를 닮은 귀여운 남자아이, 피부가 하얗고 유난히 우리에게 선물을 많이 준 또다른 남자아이, 우리에게 부채를 선물로 준 여자아이. 개구쟁이 8살 꼬맹이가 같은 조가 됐다.

 

사실 친구들 이름을 알아야 하지만 이름이 어렵고 캠프프로그램을 따라 다니느라 바빠서 기억하지 못하겠다. 너무 신나게 노느라 카메라도 사진도 찍지 못했다, 흑흑... 하지만 중국친구들의 생김새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중국친구도, 중국말을 아주 잘하는 한국친구도 없어서 우리는 만국공통어라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하지만 영어도 아직 서툰 친구들이 많아서 서로 말을 알아듣는데 많이 어려웠다. 하지만 손짓 발짓 해가면서 서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역시 손짓과 발짓은 영어보다 위대한 의사소통의 수단이었다.

 

첫날 저녁에는 환영의 밤 행사가 있었다. 비보이 댄스랑 우리나라 전통의 국악춤을 보았다. 조금 재미없고 지루했다. 남혁이는 피곤해서그런지 공연을 보다가 쿨쿨 잠이 들었다. 저녁에 숙소로 들어와서는 같은 조끼리 모여서 서로 인사도 하고 이름도 소개했다.

 

둘째날 아침을 먹고부터 본격적인 캠프가 시작됐다. 중국친구들은 모르는게 있으면 다 나에게 질문을 했다. 내가 제일 예뻐서 그랬나? 우리는 주로 영어로 대화했다. 하지만 몇몇 질문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캠프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다. 선생님들 중에는 중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한국어도 잘하는 3개 나라 말을 다 잘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정말 신기하고 부러웠다.

 

중국친구들과 같이 한 명랑운동회는 정말정말 재미있었다. 카드뒤집기랑 박터트리기, 풍선 불어 터트리기 등등 정말 신났다. 거울이랑 부채, 목걸이만들기 체험도 하고 중국의상도 한복도 입어보고, 택견이랑 쿵푸도 배웠다. 여러 가지 체험들을 같이하면서 중국친구들과 많이 친해졌다.

 

저녁에는 소원을 담은 열기구를 하늘로 날렸다. 열기구 같이 생겼는데 정말 열기구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의 소원을 하나씩 써서 담아 하늘로 날렸다. 우리들의 소원들이 모두 다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다음날에는 아침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어서 소원등불을 날린 후에는 조별로 모여 작별인사를 했다. 슬펐다. 친구들과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나 슬펐다. 중국친구들과 헤어져 다시 못 볼 수 있다는 것도, 한국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것도 슬퍼서 눈물이 막 났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했던 기억은 정말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아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날에는 아침을 먹은 후 친구들과 선물을 주고 받았다. 중국친구들은 우리들에게 기념으로 중국지폐와 동전, 부적, 귀여운 모양의 스티커를 선물로 줬다. 나도 중국친구들에게 우리나라 동전이랑 지폐, 중국 부적을 추억선물로 주었다.

 

선물을 주고 받다보니까 아 진짜 이제는 친구들과 마지막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왔다. 중국친구들을 배웅하는 시간에는 너무 슬퍼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중국친구들과 인사하기가 참 힘들었다. "Good bye"라고 말할 때마다 다시는 못볼 친구들 생각에  눈물이 계속 나왔다. 중국친구들은 며칠 더 한국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중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말이 안 통하는 중국친구들과 3일을 지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영어도 중국어도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로 마음을 통하려고 하면 그 나라의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안되는 거 같다. 우리가 그랬으니까.

 

짐을 다 챙기고 수료증을 받은 후 한국 친구들과도 작별인사를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가 무척 아쉬웠다.

 

내년에도 한중청소년캠프가 열린다고 한다. 그때도 꼭 참가해서 한국친구들이랑 중국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언젠가는 캠프를 함께 했던 경남이 오빠와 지수, 지후, 하은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꼭 만나고 싶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중국친구들과 '친구'로 함께 했던 3일간의 추억을 난 잊지 못할거다. 중국친구들도 내 생각을 하며 나를 그리워할까? 보고싶다, 친구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혜준, #한중청소년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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