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용산철거민 참사 공판에서 재판부는 방청객 소동이 우려된다며 방청객 수를 선착순 126명으로 제한했다. 유가족을 비롯한 방청객들이 번호표를 받은 뒤 검색대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용산철거민 참사 공판에서 재판부는 방청객 소동이 우려된다며 방청객 수를 선착순 126명으로 제한했다. 유가족을 비롯한 방청객들이 번호표를 받은 뒤 검색대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 권우성

 방청객수가 제한된 가운데 유가족을 비롯한 방청객들이 법원직원이 나눠주는 번호표를 받고 있다.
방청객수가 제한된 가운데 유가족을 비롯한 방청객들이 법원직원이 나눠주는 번호표를 받고 있다. ⓒ 권우성

 법원직원들이 재판정앞 검색대에서 방청객들의 소지품을 검사해서 물병, 카메라, 우산 등 물품을 빼놓고 들어가도록 했다. 법원 직원이 물병을 빼놓으려 하자 한 방청객이 "약으로 먹는 것까지 뺏어가면 어떡하냐"며 항의하고 있다.
법원직원들이 재판정앞 검색대에서 방청객들의 소지품을 검사해서 물병, 카메라, 우산 등 물품을 빼놓고 들어가도록 했다. 법원 직원이 물병을 빼놓으려 하자 한 방청객이 "약으로 먹는 것까지 뺏어가면 어떡하냐"며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그동안 재판을 거부해왔던 용산 참사 철거민들이 변호인들을 다시 선임해 새롭게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입장을 밝혔다.

1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용산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법정에 입장하지 않았고, 한양석 재판장은 "변호인단이 방어권을 남용하고 변론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 국선변호사를 통해 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민대책위원장은 피고인들을 대표해 "국선 변호사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변호할지 가족들과 논의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한 뒤 "새 변호사들을 구할 때까지 재판을 일주일만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철거민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도 "재판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재판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려는 것"이라면서 "몇몇 변호사들이 (변론에 대해) 의사를 밝혔고 기존 변호사들과도 이야기가 됐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검사 측 진술을 들었다. 검사는 피고인들과 피해 경찰관 유가족의 진술 조서 등을 읽었고 재판은 변론 없이 1시간만에 끝났다.

이날 피고인들은 재판연기를 거부당한 재판부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판사들을 등지고 방청석 쪽으로 돌아앉았다. 방청객 60여 명은 "이런 재판을 보고 있을 수가 없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검은 상복 차림의 고 이상림씨(이충연 위원장 아버지) 유가족도 함께 법정을 떠났다. 이 위원장의 부인 정영신씨는 여러번 피고인석에 앉은 남편을 돌아보며 퇴장했다. 그는 재판이 끝날 때 다시 들어왔지만 이미 피고인들이 법정을 나서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잘못된 재판'에는 이견 없지만...

 상복을 입은 유가족이 재판정앞 검색대에서 몸수색을 받고 있다.
상복을 입은 유가족이 재판정앞 검색대에서 몸수색을 받고 있다. ⓒ 권우성
그동안 변론을 맡아왔던 변호인단은 여전히 수사기록 3000쪽이 공개되지 않은 재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호인단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기본 권리를 보장할 수 없는 재판이 강행되고 있다,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 잘못된 재판에 협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불공정한 재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어쨌든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재판을 거부해봤자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개할 리가 없고, 첫 번째 재판 이후 사실상 변론을 하지 못해 피고인들의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정영신씨는 "검찰 수사기록 3000쪽이 없어서 너무 힘들지만 참사 당시 경찰특공대가 꼭 (남일당에) 들어왔어야 했는지 등 진압의 정당성을 놓고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단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만두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재판부가 연기신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싸워보겠다는 건데 기다려주지도 않냐"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범대위의 입장도 비슷하다. 한 활동가는 "변호인들의 충심은 이해하지만 부족한 한계 속에서도 법정에서 공방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선 변호사를 통해 재판을 하게 되면 1심에서 증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2심에서는 더 상황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자칫 검사 쪽의 일방적 주장대로 재판부가 철거민들의 특수공무방해치사상 혐의가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짧은 시간 내 새 변호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새로 선임해도 변론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다음 재판은 고작 일주일 뒤인 8일 오후 2시. 범대위 활동가는 "변호인단 선임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철거민 4명이 감치됐다. 한 철거민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변호사가 없어서 대신 질문하겠다,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고, 다른 철거민 3명은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재판 도중 일어나서 곧장 감치됐다.

법정에서는 법원 측 직원이 캠코더를 들고 방청석을 촬영했다. 그동안 유가족과 철거민들이 재판에 대해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갔던 상황을 감안해 '질서 유지' 차원에서 취한 조치다. 한양석 재판장은 "70일이 넘도록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고 법치주의 훼손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용산 재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