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길 다녀 온 이야기를 읽은 분들 중 여러분들로부터 코스와 숙박 등에 대한 문의를 받았습니다. 그런 질문을 바탕으로 지리산길 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소개해 봅니다.
지리산길, 정해진 구간 따라 걷지 않아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길 안내센터에서 만든 구간과 지도에 지배(?) 당하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 만난 많은 사람들이 안내센터에서 만든 구간별 지도를 들고, 그 구간에 맞춰서 걷고 있었습니다. 지리산길 안내센터에서 만든 지도는 남원 주천 ~ 산철 수철에 이르는 70km 구간을 아래와 같이 5구간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주천 - 운봉(13.3km), 운봉 - 인월 ( 9.4km), 인월 - 금계(19.3km), 금계 - 동강(15.2km) 동강 - 수철(11.9km)
그런데, 제가 직접 걸어보니 인위적으로 나눠놓은 구간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걸으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다 다릅니다. 그냥, 자신이 걷고 싶은 구간을 잘라서 아무 곳에서나 출발하고 아무 곳에서나 멈춰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아침일찍 출발한다면 주천 ~ 운봉 구간만 걷고 끝내기에는 시간이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운봉 - 인월 구간의 중간에 있는 비전마을이나 대덕리조트, 흥부골 자연휴양림 같은 곳에서 숙박을 하여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날 인월을 거쳐서 금계까지 갈 수도 있고, 중간에 있는 창원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금계 - 동강 구간이 막혀있기 때문에 조금 무리하더라도 벽송사까지 갔다가 둘째날 일정을 마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셋째날 송전마을에서 출발하여 산청 수철까지 갈 수 있을테니까요?
운봉에서 출발하여 산청 수철을 향해 걷는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운봉 - 인월 구간은 한나절이면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인월 - 금계 구간의 중간에 있는 매동 마을에서 하룻 밤을 보내고 다음날 벽송사까지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에 맞춰서 혹은 자신 걷고 싶은 구간에 맞춰서 편하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전체 70km 구간이 모두 나오는 지도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능력과 체력에 맞춰 구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지도 보고 '고도'를 확인한 후 구간 계획을 확정하세요
모든 길이 마찬가지겠지만, 지리산길은 정해진 방향이 없습니다. 운봉에서 주천으로 걸을 수도 있고, 주천에서 운봉으로 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고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구간에는 해발 580미터인 구룡치 고개가 있습니다.
주천에서 출발하여 운봉 방향으로 걸으면, 해발 170미터인 주천에서 580미터인 구룡치를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운봉에서 출발하여 주천으로 걸으면 해발 460미터인 운봉에서 완만한 경사를 따라 해발 580미터 구룡치에 올랐다가 주천을 향해 고갯길을 내려가게 됩니다.
오르막길 걷기가 힘든 사람들은 운봉에서 주천으로 걷는 것이 좋겠지요. 반대로 산행 하는 기분으로 걷고 싶다면 주천에서 운봉으로 걷는 것이 재미있을 수도 있을겁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걷는 구간지도를 살펴보고, 고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걷는 사람들의 체력을 감안하여 출발과 도착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도는 지리산길 안내센터 인터넷 홈페이지 (http://trail.or.kr/)에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지리산길 안내센터 홈페이지에서는 '길동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 숙박, 식사, 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평기사를 쓴 이혜영이 쓴 <지리산 둘레기 걷기여행> 에는 교통, 숙박, 식사를 위한 여러 정보와 지리산길에 구간에 있는 마을, 사람, 역사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어 길동무로 삼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지리산길 걷기, 교통편 이용하기
대부분의 지리산길 안내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만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한 번에 시간을 내어 전 구간을 걷는 것이 아니라면, 대중교통 이용은 참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합니다.
특히, 지리산길 구간을 한 번에 운행하는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실제로 필자는 벽송사에서 남원 인월까지가는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하여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탔습니다. 버스를 기다리고 갈아 타느라 한 나절이 다 지나가더군요.
경상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지점이기 때문에 버스운행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지리산길 걷기 여행이 활성화 되려면, 전체 300km 전체 구간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순환버스 같은 대중교통 체계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 버스만 이용하는 경우
처음 출발부터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 지리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오로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지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지리산길 구간에 있는 여러 마을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마을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방법입니다.
▲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
승용차를 이용해서 지리산길 걷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남원 인월에 있는 지리산길 안내센터 마당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길을 나섭니다. 주말이 되면 지리산길 안내센터 앞 너른 주차장엔 자가용 승용차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인월로 돌아올 때는 대중교통(버스, 택시)을 이용해서 돌아옵니다.
"도착 지점에 주차하고 대중교통으로 출발점까지 이동하면 편리해..."
필자의 경험으로는 반대로 하는 것이 조금 더 편리한 듯 합니다. 어차피 편도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목적지까지 가서 차를 세워놓고 인월터미널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한 후에 인월에서 걷기를 시작하는 겁니다.
이 경우의 장점은 목적지 도착시간이 늦어도 걱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리산길 마을들은 시골마을이라서 버스가 빨리 끊어집니다. 따라서 목적지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돌아와서 출발하면 아무래도 마음편하고 느긋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또한 목적지에 도착하였을 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것보다는 아침에 출발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걷기 여행이 끝난 후에 집으로 자유롭게 돌아가기 위해서도 이 방법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길, 마산에서 편리하게 가는 법
우리나라는 모든 교통체계가 사람이 제일 많이 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되어있습니다. 적어도 대중교통은 지리산 가까이에 사는 저 보다 멀리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지리산에 대한 접근성이 더 좋습니다. 서울에서는 지리산 백무동으로 직접가는 시외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종주하는 사람들이 많은 구례까지 기차도 운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밤 기차를 타고 구례역에 도착하면 새벽에 버스를 타고 성삼재까지 갈 수 있도록 교통편이 연결되어 있다더군요.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대부분의 교통정보는 모두 서울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더군요. 마산에 사는 저는 마산에서 출발하여 인월을 거점으로 하는 지리산길 걷기 교통정보를 소개해 봅니다.
▲ 시외버스 이용
마산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전주, 남원 방면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오전 07:14, 07:37, 08:37에 마산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습니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버스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2시간 40분이면 인월까지, 3시간 20분이면 남원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 버스는 지리산길 남원 방면 뿐만 아니라 함양, 산청 구간을 걸을 때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남원으로 가면서 원지, 산청, 생초, 함양 등에서 모두 정차하기 때문입니다.
남원 주천에서 운봉이나 인월 방향으로 지리산길을 걷는 사람들은 남원까지 시외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인월을 중심으로 지리산길을 걷는다면 인월터미널에 내려서 지리산길 안내센터에 들렀다가 원하는 구간을 정해서 걸으도 좋습니다. 함양, 산청 구간을 걷는다면, 산청 터미널이나 함양 터미널에 내려서 버스를 바꿔타면 됩니다.
▲ 승용차 이용
자가용 이용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대중교통이 불편한 마산에서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아침 일찍 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입니다. 시외버스는 첫 차가 7시 14분이기 때문에 인월에 도착하면 오전 10시경이 됩니다. 그러나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남원 인월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현재 개통된 70km 구간 중에서 어느 길을 걷더라도 새벽 5시쯤 마산에서 출발하면 대략 아침 7시쯤에는 걷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도착예정지까지 승용차로 이동 한 후에 버스를 타고 출발점으로 가서 걷기를 시작하면 막차 걱정을 하지 않고 여유있게 걷기를 마치고 마산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입니다. 승용차를 이용해서 이런 방식으로 걷는다면, 당일 코스로 3~5번이면 현재 개통된 구간을 모두 걸을 수 있을겁니다.
어느새 가을 바람이 제법 선선합니다. 지리산길 한 번 걸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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