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북악산을 빙도는 코스로 자전거를 타고 성북동으로 내려와, 대학로를 지나 용산역으로 달려갈 때 미대사관 앞에서 우연히 종로구청의 자전거 '전시' 현장을 목격한 바 있다.
당시 종로구청 인근에 새로 생긴 보관대에는 각 부서별로 공무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자전거를 비치해 놓았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않아 바구니에는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 안장과 핸들은 묵은 먼지로 수북했고, 자전거를 구입한 뒤 한 번도 타지 않았는지 포장도 풀지 않은 채 전시되고 있었다.
이후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운 정부가 '녹색자전거'를 하도 찬양하면서, 각 지자체별로 자전거 이용활성화 정책과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사업 등을 줄줄이 쏟아내며 생각없이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31일 서울 유일의 양천향교를 둘러보고, 허가바위를 찾아가던 길에 강서구청 가양동 별관에 들렀다 구청 업무용 자전거를 목격했다. 마치 종로구청의 '전시용' 자전거를 보는 듯했다.
서울시 강서구청(http://www.gangseo.seoul.kr)은, 지난해 3월 '2007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사업'에 따른 인센티브 지원비 총 2200만원으로 자전거 무인대여소를 설치하고 총 10대의 업무용 자전거를 구입해 운영을 시작했었다.
과별로 나눠준 카드를 대고 자전거 번호를 누르면 자전거 거치대가 열리며 자전거 이용 및 반납이 가능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며, 자전거 이용활성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업무용 자전거를 비치하고 운영한 지 1년이 넘어서자 다들 까맣게 잊었는지, 10대 중 한 대는 사라졌고 장마철 내내 비를 맞혔는지 자전거는 녹슬고 다른 이용객을 위해 제자리에 놓여야 할 자전거 한 대는 거치대에서 벗어나 있었다.
무인대여소 주차대 앞에는 민원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었고, 반대편 일반 자전거 주차대는 자전거를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
직원들이 타지 않더라도 기름칠이 필요한 업무용 자전거와 무인대여소로 비좁은 공간만 잡아먹을 바에야, 일반 민원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주차대로 활용하는 편이 더 나아 보였다. 시민들에게 '녹슨' 자전거를 이용하라고 말만 할 게 아니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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