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서 작열하던 태양이 저물면 제법 선선함이 느껴지는 9월 어느 날 저녁시간 여수시 소호동 해안로에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가막만을 따라 형성된 선소에서 소호동까지 펼쳐진 해안가에는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붐비는 가운데 이따금씩 낚시하는 모습이 눈에 뛴다.
"참 한심한 사람들이네. 수심도 없는 바닷가에서 무슨 낚시가 된다고...(쯧쯧) 다 낚시점 좋은 일만 시키는 짓이야."
이곳에서 낚시를 하다가 잘못하면 세월을 낚던 한심한(?) 강태공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낚시에 조금이라도 조예가 있다면 이곳이 낚시 포인트가 아니라는 것은 눈 감고도 안다. 물론 가끔씩 낚아 올리는 문절구와 삐까리(감성돔 새끼)는 여기서 고기 취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낚싯줄에 묶여 밤바다에 펼쳐진 빨간 구멍치와 연둣빛 캐미라이트 불빛은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인다. 또한 수온 상승으로 바닷가 불빛을 따라 몰려든 때 아닌 새끼 해파리 떼는 군무를 이루었다. 수영을 하다 해파리의 습격에 놀래본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릴지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연뿌리를 닮아 보인다. 팔랑거리며 노대는 모습이 신기해 불빛따라 수없이 모여든 해파리는 다른 볼거리로 떠올랐다.
요즘 이곳은 때 아닌 농어와 깔다구가 몰려들고 있어 이것을 아는 몇몇 낚시꾼들은 재미가 쏠쏠하다.
하루 평균 40~50cm짜리 농어와 깔다구를 쿨러로 1박스씩 채우는 것은 기본이다. 2~3m이내 수심 연안에서 농어와 깔다구가 잡힐 거라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아직까지 관심 밖이다. 하지만 조깅을 위해 이곳을 지나다니는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곳 농어낚시가 장난이 아님을 알고 낚시채비를 챙기는 사람들이 하나씩 늘고 있다. 내심 소문이 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심정으로…….
이곳에서 낚시를 한 지 20여 일이 지났다는 박종수(개인택시)씨 부부는 개인택시를 하는 와중에 낚시사랑에 푹 빠졌다.
박씨는 "20여 일 전에는 (선소앞 벨라지오 관광호텔 건너편) 이곳에서 순식간에 쿨러로 1박스를 채웠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45cm 대어를 걸어 짜릿한 손맛을 봤다"고 털어 놓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물때에 따라 다르나 보통 8시 반에서 10시 사이에 물이 들 때와 빠져나갈 때 농어들이 막 퍼 무는데 이내 놀랍다"고 말했다. 미끼는 주로 청개비를 사용한다.
이곳 낚시꾼들 말에 의하면 "최근 몇 년 전부터 농어와 감성돔이 많이 붙는다"고 한다. 또 여수말로 올해는 유독 농어와 감성돔이 많이 질었다(고기가 많이 늘었음을 뜻함) 한다.
이날 다른 일행의 조과를 보기 위해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소호동 오션리조앞 뗏목에서 낚시를 즐기는 일행을 찾았다. 마침 취재를 가자마자 큰 대어를 걸어 올린 모습이 눈에 포착되었다. 농어인데 45cm짜리는 족히 넘어 보인다.
자신을 강프로라 소개한 그의 말에 의하면 "이제 가막만 바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해수면 상승도 원인이겠지만 예전에 풍성했던 고기들이 다시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는 몇 년 전 수백억을 들여 실시한 선소앞 바다준설작업 때 오염된 갯벌이 완전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월동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겨 오염원이 없다 보니 바닷물과 생태가 다시 살아나 고기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프로는 "내가 낚시를 좋아해 낚싯배가 있어 겨울 내내 낚시를 하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수온이 상승하다 보니 감성돔이 (남쪽)밑으로 안 빠진다"며 "이제 가막만 앞바다에는 언제든 감성돔을 잡을 수 있는 포인트가 되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곳 소호동 해안로와 양식장 일대에는 깔다구는 물로 농어가 4자(40cm), 5자, 6자, 7자까지 다양한 농어가 물리고 있어 이곳을 찾는 조사들은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질러댄다. 농어는 어린새끼는 봄에 연안이나 내만에 들어오며 여름에는 해수와 담수가 혼합되어 있는 곳의 염분이 적은 물을 찾고 가을이 되면 바다의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