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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고용허가제는 고용주 편의만을 위한 제도인가? 지난 8월 시행 5주년을 넘긴 외국인고용허가제 공과에 대한 논의가 한참인 가운데, 고용허가제 담당부서인 노동부에서 고용주 편의엔 지나치게 넙죽거리고, 노동자 권리는 쉽게 묵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베트남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가 사업주 폭행과 이를 무마하려는 공무원들로 인해 두 달 넘게 일을 하지 못하는 등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경기 광주에서 3개월간 작업이 없어 관할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화성 소재 업체로 근무처 변경을 했던 L(여, 36)씨는 근무처 변경을 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에, 직전 업체 고용주의 요청으로 재입사했다.

 

문제는 재입사 후 발생했다. L이 근무처 변경 직전에는 2인이 3대의 기계를 담당하였지만, 재입사 후에는 3대의 기계를 한 명이 담당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 L이 사건 당일인 지난 7월 3일(금) 오후 8시까지 근무한 후 야근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업체 사장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L의 복부와 이마를 구타하며, 당장 업무 복귀를 종용하였다. 하지만 L은 월요일부터 일을 하겠다고 답했고, 사장은 당장 복귀할 것을 계속적으로 요구하는 과정에서 겁을 먹고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업체 사장은 L 회사에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L의 남편을 찾아가 'L을 찾아오라'는 요구를 하며 쇠파이프를 들고 때리려고 하는 걸 주위사람들이 말리자, 이번에는 쇠망치를 던지며 L의 남편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한편 남편에 대한 위협 소식과 함께 사장으로부터 복부 구타를 당했던 L은 다음날 복부 통증으로 인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관할 광주경찰서에 업체 사장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이어 L이 고용지원센터에 근무처 변경을 요구하자. 담당 직원은 업체 사장과 통화한 후, "해당 외국인 근로자가 고소한 내용에 대해서 고소 취하를 원한다고 하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쪽지를 쓰고 L의 여권에 붙이며, 쪽지를 갖고 경찰서에 갔다 오면 변경신고를 해주겠다며 L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쪽지 내용이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L은, 황당하고 믿을 사람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남편의 기숙사로 가서 사건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기다렸다. 그런 L에게 고소 취하를 재차 요구한 사람은 남편 회사의 과장이라는 사람이었다.

 

이어 며칠이 지나도 가해자인 사장은 잘못했다는 사과 한 마디 없이 계속해서 고용지원센터 직원을 통해,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 고용지원센터 직원은 통역을 통해 "사장이 나를 때리지 않았고, 거짓말로 사장이 때렸다고 거짓 신고를 하였다고 진술하면 반드시 변경신고를 해 준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하지만 L은 자신이 사장에게 맞은 사실이 분명하기 때문에 고소취하를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8월 10일에 성남지방노동청에 사업장 내 폭행과 임금체불로 진정을 넣었다.

 

이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영 사무처장은 "고용지원센터 직원이 아무리 사장의 말을 전했다고 하지만, 통역을 통해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측면이 크다. 쪽지에 적어준 내용은 고소취하 하고 쉽게 근무처 변경 하든지, 고소를 진행하되 어렵게 근무처 변경 하든지 택하라고 말한 것과 같다. 설령 고용주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도, 만일 고소를 취하하면 무고죄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안내 없이 일방의 요구만을 전달한 부분은 피해자에게 지나친 심리적 압박을 줄 여지가 있었다"며 고용허가제 근무처변경 제한 조항이 철폐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한편 경기광주고용지원센터 운영지원팀장은 문제가 불거지자, 3일 오후 "일방의 입장을 두둔한 적이 없으나, 두 달간이나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L의 근무처 변경을 직권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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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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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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