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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월 6일) 오후 함게 일하는 후배 그리고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가다 참으로 어이없는 광경을 보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 사무실을 나와 식당으로 가면서 보도 가운데 노란 '점자블럭'을 따라 걷다보니 버스 승강장이 앞을 딱 가로막는 것입니다.

 한일 3차 아파트 앞 '양덕2동' 버스승강장
한일 3차 아파트 앞 '양덕2동' 버스승강장 ⓒ 이윤기

사진으로 보시는 곳은 마산공설운동장 방향에서 315아트센터를 거쳐 한일 3차 아파트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입니다. 315아트센터 앞에는 보도가 넓은데, 여기는 아파트 담장이 시작되면서 보도가 좁아지는 곳입니다.

원래 보도가 넓지 않은 곳인데, 좁은 보도의 2/3를 버스승강장이 차지하고 있고, 보행자들은 1/3밖에 남지 않은 좁은 보도를 지나다녀야 합니다. 만약 시각 장애인이 점자보도를 따라서 걸었다면, 반드시 버스 승강장과 정면으로 '꽝'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장애인에게는 위험한 시설이고, 보행자에게는 불편한 시설이 세금을 들여서 설치된 것입니다. 어째 이런 어이없는 일이 왜 자꾸 계속 될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나더군요.

마산시 교통행정과와 도로과 공무원들은 뭘 하였을까요?  버스 승강장 공사를 하는 동안, 혹은 공사 후에라도 현장을 한 번이라도 살펴보았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시민들 눈에는 보이는 것이 왜 그분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까요?

마산시는 지난해 대중교통기본계획, 교통약자 이용편의 증진방안 용역보고에서 F 학점을 받았습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시설 설치 기준에 적합한 비율이 이 39.2%에 불과하였다는 것이지요. 작년 4월에 F 학점 용역보고서를 받고 나서 지난 1년 동안 도대체 뭘 한 걸까요?

버스승강장이 설치된 장소도 문제더군요

시각장애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점자보도뿐만 아니라 보도가 좁은 곳에 버스승강장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비장애인들도 마주 걷는 사람들이 서로 비켜가야 할 만큼 보도가 좁아졌습니다.

현재 있는 버스승강장에서 5~10미터 정도만 옮기면 315아트센터 앞 넓은 보도에 버스정류장을 설치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시내를 걸어보면 보도가 좁은 곳과 보도가 넓은 곳의 차이가 굉장합니다. 겨우 사람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곳도 있고, 걷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로까지 함께 있는 넓은 보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도가 넓은 곳이나 보도가 좁은 곳이나 왜 다 같은 크기의 버스승강장을 만들었을까요?

보도가 좁은 곳에는 폭이 좁고 간단한 시설물만 설치된 버스승강장을 만들어야 보행공간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인데 말입니다.

 신호등 설치를 위한 기둥으로 보이는 철재구조물이 점자보도에 딱 맞춰 세워져있습니다.
신호등 설치를 위한 기둥으로 보이는 철재구조물이 점자보도에 딱 맞춰 세워져있습니다. ⓒ 이윤기

멀쩡한  점자블럭 위에 버스승강장을 세움으로써 버스승강장 설치 예산만 낭비한 것이 아니라 점자 블럭을 설치한 예산도 모두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멀지 않은 장소에 비슷한 위험시설이 또 설치되었더군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당을 향해 걷다가 식당 앞에서 또 다른 위험천만한 장애물을 발견하였습니다. 석전동 지하차도 공사를 위하여 신호등으로 생각되는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한 기둥을 세워놓았더군요. 그런데, 이 기둥이 점자보도가 있던 자리에 딱 세워져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 곳은 보도가 꽤 넓은 곳입니다. 현재 가로등이 설치된 오른쪽 보도 끝부분을 두고 왜 하필 이곳에 기둥을 세웠을까요?

여기도 시각장애인이 점자보도를 따라서 걷는다면 반드시 철재기둥에 부딪히도록 되어있는 것이지요? 도대체 이 공사를 하는 분들, 그리고 마산시 관련 공무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산시#점자보도#점자블럭#보행권#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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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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