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사진을 건졌다. 벌초하는 이를 쳐다보는 듯 잠자리가 지키는 모습이다. 벌초(伐草)하는 이와 나뭇가지에 앉은 잠자리 모습이 함께 나왔다. 잠자리가 벌초에 대해 알 리가 없지만 더운 날 벌초한 이에게 조금이라도 격려하고자 "잠자리도 '벌초하는 정성'에 감복(?)했나?"란 제목을 사용했다. 역술가들이 보는 '고추잠자리는 자신에게 호감을 갖거나 자신이 관심을 갖는 이성이나 유익한 인연 등을'의미한다고 보면 '벌초모습'과 '잠자리'의 '컨셉'도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극성스럽게 달려들던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난 8월23일이었고, 초가을이라는 백로(白露)가 7일이었다. 백로 때면 들녘의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히고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 들녘의 고추가 더욱 붉은 색을 띠기 시작한다. 이후 24절기 중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며, 밤의 길이가 길어져 백곡이 무성한 추수기인 추분(秋分)이 23일부터다.
바로 벌초할 때가 도래한 것. 중추절(仲秋節) 전에 조상의 묘를 가능한 한 단정하고 깨끗이 유지해야 하기에 후손들이 벌초에 신경써야 하는 시기가 됐다. 항상 이맘때면 형제들과 "언제 벌초할지?"를 상의해 날을 잡는 게 '연중행사'였다.
그러니까 일주일여 전에 '벌초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예초기 다루는 게 서툴고 사용 안 해보았기에 지나가는 말로 "김 원장 예초기 사용할 줄 알아?"하고 물어본 것이 적중(?)했다. 지난 일요일이었던 6일 아침에 이발을 하고자 '천근오거리'미용실에 있는데, 김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웬일이냐?"는 물음에 "전에 예초기에 대해 물어보기에 벌초가자는 줄 알았다"면서 "마침 자신도 어제 벌초했기에 전화했다"고 한다.
이에 "이발 거의 다했다"고 해 잠시 기다리게 해 놓고 김 원장 차를 타고 집에 와 예초기를 보여줬다. 몇 번 시동(?) 걸어보더니 "기름이 녹아 쩔어" 있단다. 예초기를 수리하고 매매하는 '원동'까지 가 수리하는 과정 등을 살펴보니 김 원장은 전문가(?)였다.
그날 가만히 있어도 엄청나게 더운 날, 작업복까지 준비한 전문가가 벌초하는 동안 기자는 갈고리로 깍아진 풀을 끌어 모아 버리는 역할을 했다. 갈고리로 깍아진 풀을 끌어 모아 버리는 역할을 한 기자가 땀으로 목욕할 정도였다면 김 원장의 수고는 말해 무엇하랴? 엄청 고생했다. 이 기사는 그날 고생한 김 원장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작성했다. 그날 미물인 잠자리조차도 김 원장의 노고에 감사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이비에스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