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꿈꾼 세상을 공부하고 싶다.'
10일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 첫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슴에 품은 주제다.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사장 이재정)이 공동 주최하는 이 강독회는 매주 목요일 전 11강에 걸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읽은 책들을 한 권씩 읽고 토론하는 자리다.
10일 저녁 7시 30분경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쓴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주제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첫 강좌에는 무려 100여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몇몇 참석자들은 천안과 기흥 등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직장을 조퇴하는 등 열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참석 시민의 연령층과 직업군도 매우 다양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회사원, 주부, 대학강사, 의사, 교사, 대학생, 공무원, 블로거, 언론인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노무현'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매주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할 것을 다짐했다.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어..."
첫 강좌 겸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이번 강독회에는 시민 100여명 하나하나의 자기소개가 있었다. 무려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자기소개 시간에 시민들은 단순히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밝히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강독회에 오게 된 이유, 강독회에 임하는 자세, 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 등을 자유롭게 펼쳐보였다.
시민 상당수를 강독회로 이끈 힘은 노 전 대통령이 살아생전 꿈꾼 세상을 공부하고, 또 그런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의지였다.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게 무엇인지 가르치고 싶다."(천안에서 온 주부)"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동화와 같아지는 그날까지 싸울 밑천을 만들겠다."(박찬주, 동화작가 지망생)"더 이상 방관자가 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왔다." (이성구, 회사원)"우리나라 진보의 미래가 어때야 하는지 논의하고 싶다."(박청화) "80년대에 학교를 다녔다. 그간 역사는 발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지 역사가 발전할 수 있겠다 생각한다." (김도민, 의사)"2002년 눈보라를 맞으면서 나누어준 희망돼지를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 노 대통령이 꿈꾼 세상은 원칙과 상식, 희망이 있는 사람사는 세상이다." (김명국, 경기도 용인)"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어 11주 후에는 깨어있는 시민이 됩시다."(박명희, 회사원)이날 강독회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는 시민들이 많았다. 몇몇 시민들은 감정에 북받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은희씨는 "그리워서 왔다"고 밝히며 눈물을 보였고, 한지은씨 역시 "제손으로 처음 뽑고 자랑스러워했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리워서 왔다"고 말했다.
'미안해서' 강독회에 참석했다는 시민들도 몇몇 있었다. 공무원 박아무개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한 만큼 행동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왔다"고 밝혔고, 모 언론사 윤아무개 기자는 "개혁당 활동을 하며 노 대통령 선거운동을 했었는데, 그때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강민아씨는 "희망을 찾고 싶어서", 원성범씨는 "앞으로 더 많이 살아야 할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노 대통령을 역사 앞에 다시 세우자"
참석자들의 자기소개 시간에 이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강연이 이어졌다. 오연호 대표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민, 진보, 보수 등을 주제로 끊임없이 연구하셨던 분"이라며 "서거 직전까지 책의 목차를 정해놓고 진보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언론인으로서 많이 반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의 최정점에 있으면서도 시민권력을 연구하신 분이었다"며 "그분의 말씀대로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하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재정 미래연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용기와 결단, 그리고 역사와의 만남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뛰어넘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독서의 힘"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이 나라 역사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들, 즉 깨어있는 시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역사 앞에 다시 세우고 역사 안에서 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이끌어내는 한 그분은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