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날마다 저녁이면 산책 삼아 가던 곳이 바로 낙동강 둘레랍니다. 지난해부터 강가로 자전거 길이 새로 생겨나고 너른 터에는 철따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 있었지요.
오랜만에 찾아간 이곳에 허수아비 식구들이 알록달록 옷을 입고 서로 뽐내기를 하네요. 지난주만 해도 날씨가 너무 덥다고 투덜거리곤 했는데, 어느새 성큼성큼 가을이 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강 가엔 달맞이꽃도 예쁘게 피었습니다. 난 이 달맞이꽃만 보면 떠오르는 낱말 하나가 있답니다. 바로 '월견초月見草' 어릴 때, 달맞이꽃이란 이름 대신에 월견초란 이름을 먼저 알았지요.
한자를 쓰기 좋아하는 어떤 이가 이름을 붙였을 듯한데, 지금 생각하면 그저 코웃음이 납니다. 예쁘고 살가운 '우리 말'로는 이름도 정겨운 '달맞이꽃'이라고 하는데, 저걸 굳이 한자말로 바꾸어 '월견초'라고 하다니. 꽃 이름도 될 수 있으면 곱고 살가운 '우리 말'로 지으면 좋겠네요.
저 멀리 '구미대교'가 보입니다. 다리 밑 너른 터에는 메밀꽃이 활짝 피었네요. 허수아비도 팔 벌려 낙동강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단장하고 있어요.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덥다덥다 했는데, 어느새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골길을 따라 자전거를 달리다 보면, 반짝반짝 억새가 피어난 것도 자주 봅니다. 달콤하게 포도가 익어가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요. 들판에는 그 사이 누렇게 바뀌어 갑니다.
낱알을 채우며 튼실하게 살 찌우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낙동강 가에서 만난 가을도 무척 아름답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성큼 큰 발자국 소리를 내며 옵니다. 부디, 곡식을 거둘 때까지 큰 비 없고, 큰 바람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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