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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신의 이름을 딴 <정원영 밴드2>를 발표한 밴드리더이자 교수님이시기도 한 뮤지션 정원영은, 조금 지겨운 수식어이긴 하지만 90년대 등장했던 소위 일컫는 버클리 1세대 중 한명이다.

그리고 그들 세대는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 '사랑과 평화', '동서남북'의 멤버로 한국 가요계의 음악적 습득을 마치고 각자의 노선을 정했으며, 곧이어 당시 가요계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과 세련된 편곡을 선보이며 한국 음악계에 혁신적인 세력으로서 나름의 세력을 구축했다.

그 중에서 정원영의 경우에는 동료인 김광민이나 한상원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어딘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도 진취적인 자신만의 음악세계로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는 그러한 각인의 진정한 출발은 바로 그의 솔로 2집인 <Mr. Moonlight>이었다고 감히 말한다.

음반의 재발견③: 정원영 2집 <Mr. Moonlight>

 정원영 2집 [Mr.Moonlight]
정원영 2집 [Mr.Moonlight] ⓒ DMR
1995년 댄스와 발라드가 한국의 가요시장 전체를 독식하던 그때에 소리 소문 없이 등장한 정원영 2집 <Mr. Moonlight>는 확실히 그때에 대중들이 국내에서 쉽게 들었던 소리를 담고 있는 음반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그러한 생경함은 곧 마니아들에게 '새로운 국내 음악'이라는 위치로서 자리를 잡아갔으며, 결국 그의 2집 <Mr. Moonlight>는 상대적으로 약간은 덜 정돈된 듯한 느낌의 93년 솔로 1집 <가버린 날들>보다 훨씬 더 대중들에게 귓속 깊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사실 정원영 2집 <Mr. Moonlight>에 담겨진 곡들을 천천히 듣고 있노라면 단순히 컨템퍼러리나 퓨전, 혹은 전형적인 가요라고도 딱히 말할 수 없는 묘하고도 각별한 소리들이 녹아져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리의 특이점들은 대체적으로 음반에 실린 연주곡들에서 잘 묻어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전체를 들어보지 못하고 타이틀곡이나 보컬 트랙으로만 이 음반을 기억하고 있는 대중들은 꽤 불행하다 할만하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시라. 이것은 이 음반전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조소가 아니다. 그만큼 이 <Mr. Moonlight>에 실린 음악들은 그토록 다양한 소리를 품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유로움의 우연적 결합

실제로 <Mr. Moonlight>를 듣는 대중들은 대체적으로 일본의 제이 퓨전과는 구분되는 '옐로우 자켓'(Yellowjackets)이나 '팻 매시니 그룹'(Pat Metheny Group)과 같은 퓨전 사운드를 느끼다가 갑자기 '강남 어린이' 같은 신성한 곡을 조우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은은한 패드와 피아노 그리고 기타가 서정적인 멜로디를 짚어가는 '예배당 가는 길'을 만나기도 한다. 

또한 정원영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남겨진 사람들'과 같은 완성도 있는 대중적인 가요를 듣기도 하고, '가버린 날들'과 같은 곡처럼 그만이 해내는 독창적이고도 고유한 편곡이 담겨있는 묘한 음악에 감탄하기도 한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부르기 쉬운 심플한 멜로디 위에 세련되고도 다양한 화성적인 변화를 더하여 꽉 채워진 곡을 만드는 그만의 편곡 방식은 누가 뭐래도 그때 그렇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사운드는 아니었다.

아울러 <Mr. Moonlight>를 아우르는 그 특유의 서정성은 그의 솔로 4집 <Are You Happy?>와 더불어 그의 음반 가운데 비교적 명확하게 주제를 말한다. 정원영의 음악세계를 관통하는 자유스러운 소리는 언제나 그것을 스스로 창조하는 데에 여념이 없지만, 그 소리들이 혼재 되어있지 아니하고 친절하게 융합되어 있는 음반 가운데 <Mr. Moonlight>은 꽤 중심에 서있는 것이다. 이는 그가 멤버로서 참여했던 슈퍼밴드 '긱스'(GIGS)나 현재의 정원영 밴드와는 확실히 구분되어지는 특이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일성은 단순히 창조의 범위에서, 즉 정원영의 직접적인 음악적 의도로써 이루어졌는가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4집 <Are You Happy?>의 경우에는 '재즈'라는 다분히 노골적인 주제가 음반전체를 감싸지만, 2집 <Mr. Moonlight>는 앞서 언급했듯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하기엔 그 소리들이 너무나 개별적이기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재밌는 조각 맞추기 그림놀이처럼 처음에는 서로 다른 모양으로 퍼져있다가 종국에는  다같이 합쳐져 거대한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

이는 장르로 대변되는 음악적 표현양식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저 그의 음악적 자유로움 속에 우연히 내재된 하나의 결합인 것이다.

즐겁지만 치열한 그의 음악세계

 자신의 목숨과 음악을 맞바꾸려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그토록 강렬하다.
자신의 목숨과 음악을 맞바꾸려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그토록 강렬하다. ⓒ EMI

물론 반대로 이러한 그의 천진한 음악적 접근을 얼핏 진지함이 배제돼있다거나 우연적인 예술성만으로 평가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고정되어 있지 않은 그의 음악적 표현력은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아는 사람은 그가 접근하는 음악적 방향은 사실 굉장히 치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생명과 음악을 맞바꿀 의지가 그의 음악에는 녹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결국 음악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며 그의 음악 자체가 곧 그의 정체성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원영 밴드에서 그가 얘기하는 부상을 딛고 재기한 5번 타자 '인간 류기남'은 정원영의 메타포라 말하기에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이 선수가 최초로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홈런을 치며 영광의 순간을 맞이한 그 지점에 바로 이 <Mr. Moonlight>가 있다.


#음반의 재발견#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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