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대포항에 온 지인을 만나고 외옹치항을 지나 속초 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안도로로 들어섰다.
피서가 끝난 철지난 바닷가에는 몇몇 낚시꾼만 눈에 띄었는데 상인들이 철수한 바닷가를 돌아 하수종말 처리장 쪽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차창 속으로 역겨운 악취가 들어왔다. "이게 무슨 냄새지?" 차를 세우고 이리저리 살펴봐도 냄새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해수욕장쪽에서 손수레를 끌고 오는 주민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이게 어디서 나는 냄새죠?""보면 모르오. 저기 하수종말처리장 하수구에서 내려오는 물에서 나는 냄새지. 지금은 덜한 것이라오. 여름에는 악취 때문에 지나다닐 수가 없어요.""아니. 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물들이 흐르는 거죠?""왜긴 왜겠소.하수종말처리장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을 넘었거나 아니면 처리장을 거치지 않은 물이거나 애당초 공사가 부실한 것이겠지요.""이런 건 왜 신고 안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보시오, 이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결국 해수욕장으로 흘러가는데 피서를 오는 사람들은 이것도 모르고 좋다고 해수욕을 합니다."
해수욕장 인근 텃밭에서 거둔 열무를 손수레에 싣고 가던 이 주민은 왼쪽 수풀이 냄새의 진원지라며, 멀리 보이는 하수종말처리장 아래 하수구를 지목하며 가 보라고 했다.
그곳으로 가 보니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아직 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는데 물위에 오물이 둥둥 떠 있었다.
초가을이라 선선한데 이 정도면 한여름에는 더 심한 악취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의 말처럼 처리장을 거치지 않은 오물이 그대로 방류된 것인지 아니면 처리장에서 흘러나온 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수구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수풀에 걸려 둥둥 떠 있는 물거품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왜 이런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악취가 나는 오물 속에서 새끼 오리가 자라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미는 보이지 않고 약 열 마리가량의 새끼 오리들이 수풀 사이로 오갔다. '이렇게 악취가 나는 곳에서 오리가 살고 있다니.'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널브러진 부표 사이로 오물들이 흘러가고 있고 나무에 가로막힌 거품이 둥둥 떠 있고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 해수욕장을 이어주는 철제 다리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해수욕장으로 나가보니 물이 바다로 흐르도록 작은 수로를 파놓았고 오수들이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하수구에 있던 오물들은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갈 것이다.
하수종말처리장 바로 옆에선 해양심층수 개발이 한창이다. 심층수 개발도 중요하지만, 오물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