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래형교육과정 논란이 뜨겁다. 2007년에 바꾼 교육과정을 시행도 하기 전에 또 바꾸는 것도 그렇고 교과서는 그대로 쓴다니 그것도 놀랍다. 초등학교 교과목을 보면 1,2학년에 통합교과가 조정되어서 4개 교과 교육과정을 만들고 교과서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다른 건 다 그대로 두고 고등학교 교과서만 바꾼다고 한다. 연구진이 고등학교 자율화만 관심이 있어서 그런가?

마침 15일에 교과서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교과서 선진화 정책 토론회라고 하더니 며칠 뒤 이름을 미래형 교과서 정책 토론회라고 바꾸었다. 제목만 바뀌었을 뿐 토론회 발제자는 그대로다.

교육과정이 바뀌니 교과서 제도도 손본다는 것인지, 아니면 전부터 기획된 것인지는 아직 보도자료도 나오지 않고, 발제문도 나오지 않아 알기 어렵다. 초등학교는 교과서가 사실 교육과정처럼 취급될 만큼 중요한 문제이다. 자세히 보면 교육과정에 있는 문구가 그대로 교과서로 옮겨온 것도 많다. 그래서 전부터 생각하던 것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교과서 내용과 제도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았다.

 교과부 홈에 가니 미래형 교과서 정책 토론회 안내가 팝업창으로 뜹니다
교과부 홈에 가니 미래형 교과서 정책 토론회 안내가 팝업창으로 뜹니다 ⓒ 신은희

초등학교 교과서가 국가기밀?

초등학교 교사들은 3월 담임을 맡고 나서야 교과서를 받아본다. 해마다 다른 학년을 맡기 때문이다. 그런데 3월에는 1년 중 학생 파악부터 학교, 학년, 학급 교육과정까지 만들어야 하므로 1년 중 행정업무가 가장 많이 집중되는 시기이다. 아이들 얼굴 외우기도 급급한 형편이다. 교재연구는 집에 싸가서 겨우 해야 한다.

올해부터 새 교육과정이 시행된다. 교육과정이 바뀌면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에다가 교과별 교육과정을 다 봐야 이해하기가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교육과정과 교과 연구를 하는 모임들이 미리 책을 보고 연구해서 도움을 주고 싶어도 실험본 교과서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교과서 구하는 데 2년 걸리고 실험학교 알아보려면 교과부에 민원을 내서 알아내야 한다. 명단을 받아도 교과부는 실험중이라 안된다, 실험학교(현장적합성 검토학교라고 이름을 바꾸었음)는 책이 부족해서 못준다 한다. 실험학교 수도 대폭 줄었다. 실험 학교에서는 지금 교과서 가르치랴, 실험본 가르치랴 검토도 부실하게 이루어지기 쉽다.

버려진 초등교육 - 책임자도 교과서 편수관도 없다?

교과부는 맨날 공사중이다. 초등 교육과정 심의회 담당자만도 2년간 4번째 바뀌었다. 여러 과목을 가르치고 교육과정 개편 과정이라 궁금한 게 많지만 수업과 업무에 쫓기는 현장교사는 개편때마다 바뀐 담당자 이름 찾고 연락처 찾기가 더 어렵다. 그나마 초등교육과정을 온전하게 책임지는 기구나 담당자가 없다. 초등학교는 공교육기간의 절반인 6년이나 해당되고, 학급담임이 전 교과를 가르치는데 정작 국가에서는 체계적으로 다루지를 못한다.

6차 교육과정까지는 초등교육과정 개발팀이 따로 있었는데, 7차교육과정 때부터 10개 교과에서 만든 것을 문서상으로 짜깁기 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학년별로 내용과 수준이 적절한지 검토하는 단위도 없고 운영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사전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 와도 교사들이 해마다 거의 학년이 바뀌므로 제대로 교육과정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중등은 교과별로 가르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덜하다. 결국 초등교육과정은 만드는 과정도 운영되는 과정에서도 사전검토가 제대로 안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와 사교육으로 이어진다.

개정 과정은 어떤가? 항상 중등 이야기만 치열하게 오가고 초등은 중등내용 압축판이다. 발달단계, 학년별 특성 낱말만 끼워넣고 교과별 토론회에 가도 토론자 하나 제대로 세우기 어렵다. 심지어 비전문가가 초등교육과정을 만든다. 국가는 관심도 없고 시도교육청에 책임을 떠넘긴다. 심지어는 평가의 핵심인 수행평가의 영역과 내용에 대한 원칙도 만들 사람이 없어 교사들이 학년협의회에서 알아서 하라고 떠넘긴다. 일제고사로 모든 게 결정되니 정작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수행평가는 관심 대상도 아닌 것이다. 전체 교육기간 중에 가장 중요하다는 기초교육이 부실하게 이루어지니 중등교육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교과별 편수관도 거의 없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교과서편수관도 거의 없어졌다. 몇 사람이 전공도 아닌 것까지 보고 심지어는 몇 백개의 교과서와 지도서를 검토하다 보니 교과서 행정 업무에 벅차서 현장과 연구진 소통은 꿈도 못꾼다. 궁금한 게 있어 몇 번 연락하는 쪽이 저절로 지쳐 쓰러지게 한다. 게다가 수시개정 체제에 맞춰 야심차게 준비한 교육과정․교과서 포털 서비스 주소(큐티스http://cutis.mest.go.kr/main.jsp?gCd=S02&siteCmsCd=CM0001)까지 맨날 바뀐다. 물어보면 묵묵부담이고 출판사나 겨우 대답해주는 수준이다. 계속된 교과부의 교육과정 업무 축소 결과로 국가교육과정이 해체 일보 직전이다.

 교과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정책 홍보 서비스 사이트입니다. 2007개정교육과정 자료와 교과서 관련 질의응답이 올라와서 도움이 되지만,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고, 교육과정 질문에 답변이 잘 되지 않습니다. 답을 들으려면 교과부 전자민원 게시판을 이용해야 합니다. 주소연결을 자주 바꾸는지 즐겨찾기 해 놓은 주소가 틀리다는 메세지가 자주 뜹니다.
교과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정책 홍보 서비스 사이트입니다. 2007개정교육과정 자료와 교과서 관련 질의응답이 올라와서 도움이 되지만,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고, 교육과정 질문에 답변이 잘 되지 않습니다. 답을 들으려면 교과부 전자민원 게시판을 이용해야 합니다. 주소연결을 자주 바꾸는지 즐겨찾기 해 놓은 주소가 틀리다는 메세지가 자주 뜹니다. ⓒ 신은희

누더기 교육과정에 사교육 안 받으면 어려운 교과서

2007개정 교육과정 얼마나 자주 바뀌었나?
2006년 8월 주5일제대비 수학, 영어교육과정 개정
2007년 2월 초중등교육과정 개정
2008년 9월 보건교육과정 신설(5, 6학년 재량활동 시간)
2008년 12월 초등영어교육과정 개정
2009년 1월 10학년(고1) 사회교육과정 개정
2009년 12월 2009개정 교육과정 개정 예정


전에는 교육과정이 한 번 만들어지면 교사 연수하고 교과서 만들고 자료 제작하고 준비기간이 길었다. 그래도 현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다. 왜냐하면 교육과정이 여러 번 바뀌지만 교과서는 여전히 어렵고 양만 많기 때문이다. 7차에서 교육내용 30% 줄인다더니 내용을 압축해서 더 어렵고 양이 많아졌지만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도시에서도 어려우니 시골에서는 배울 때마다 소외감을 느껴야 한다. 교육과정 문서가 바뀔 때마다 외국이론만 베껴올 뿐 초등학교 1학년이 아는 낱말 목록도 제대로 없어 선생님들이 교과서에 나온 낱말 이해시키는 데 힘들어 한다. 초등에 영어교육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외국어인 영어를 어떤 과정을 거쳐 배우게 되는지 과학적 이론 하나 없다. 놀이만 강조하느라고 파닉스(문철법)도 안가르쳐 사교육을 안받으면 부진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어부진아, 어떻게 해야 할까요?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04151) 이런 문제는 제대로 해결 못하고 부진아 골라낸다고 일제고사 보고, 학생들만 들볶고 있다.

게다가 교육과정이 1년에도 몇 번 바뀌고 교육과정 문서마다 내용이 달라지니 교과서 정책은 미래형 할아버지가 와도 방향 잡기 어렵게 생겼다. 교사들도 교육과정 재구성은커녕 바뀌는 내용을 따라잡기도 어렵다. 학교에서 교육과정 짜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또 바꾼다? 미래형교육과정이든 2009개정 교육과정이든 이런 현실을 전혀 모르고 교과교육과정 개편도 제대로 못하니 초등교육을 더욱 힘들게 하고 학습부담만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잦은 개정으로 학생들은 수업 결손, 교사들은 수업 부담

2007개정 교육과정으로 수학 결손 내용 지도자료가 나왔지만, 학교마다 따로 복사해서 써야 한다. 자료집 수준도 좋지 않고 참고자료도 전혀 없다. 게다가 이것도 공문 한 번으로 그치고 그 흔한 확인공문조차 실종되었다. 작년에 안배우고 중학교에 간 아이들이 더 많다(중학교 신입생 못배우는 내용 있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67480&PAGE_CD=)

올해 4학년 아이들은 내년에 사회교과서까지 2개라 복잡하다. 6학년도 어려운 역사를 5학년으로 내려놨는데, 이 학년은 연차적용으로 역사내용을 못배우고 중학교에 가야 한다. 그래서 지금도 어려운 낱말만 늘어놓은 5학년 사회교과서에 역사교재까지 배워야 한다. 6학년(2011년)에 사회만 7차교육과정으로 배우면 간단하다. 그런데 2007개정교육과정에 7차 교과서는 절대 못쓴단다. 그렇게 강조하던 유연성과 학습부담경감은 어디로 갔나? 초등학교 5학년 교육과정은 지금도 양이 많고 가장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에 수학, 사회 보충수업으로 내년에는 수업도 더 늘어 학생이나 교사 부담만 커진 셈이다.

미래형교육과정이 교과군으로 학기당 과목수를 축소한다는데, 어설프게 하면 이런 상황이 확대될 수 있다. 교과통합의 근거와 내용 연구, 현장 적합성 검토가 하나도 없이 점(사회․도덕 등) 하나 찍어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통합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 당장은 3권으로 분리된 국어교과서부터 합치는 것이 어떨까?

 1-3학년 국어교과서는 오래전부터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3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 학습부담이 크고 통합적인 국어교육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교육과정 개편 때마다 이걸 합쳐달라는 현장 요구가 많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3학년 국어교과서는 오래전부터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3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 학습부담이 크고 통합적인 국어교육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교육과정 개편 때마다 이걸 합쳐달라는 현장 요구가 많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신은희

교과서 공모제, 축적된 연구 성과조차 무너뜨려

교과부는 2007개정교육과정부터 초등에 교과서공모제를 채택했지만, 준비없는 시행으로 거의 단독공모 형식으로 그쳤다. 개발진구성도 제각각에 집필진은 1-2번 위크샵으로 끝나 교육과정과 일관성도 부족하고 단원마다 질이 천차만별이다. 아동발달단계를 무시한 교육과정으로 1, 2학년 교과서에 고학년에나 나올 소재와 악보가 버젓이 실린다. 수년간 국가에서 강조하고 전래동요처럼 아이들 감각발달에 맞게 놀이와 노래가 통합된 전래동요가 많이 사라졌다.
(초등교과서에 '일본노래'와 '일본풍노래'가?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62814)

국가인권위는 일기검사가 인권침해라는데 교과서는 일기쓰기지도가 학기마다 나온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이야기인가? 그동안 9번이나 교과서가 바뀌었는데 그런 내용부터 제대로 훑어보고 바람직한 교과서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지적․정의적․신체적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부터 제대로 해서 발달단계에 맞는 교과서가 나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초등학생 농락하는 교과서 대여제

올해부터 교과서 20%를 재활용한다고 교과서에 이름 쓰는 칸을 없애버렸다. 초등 교과서는 워크북 형태라서 각종 붙임딱지(스티커)와 학습 자료가 붙어 있어 한 번 쓰면 재활용을 못한다. 그런데 맨 앞장을 펼치면 교과서상태를 표시하라고 하고, 재활용률을 보고하라고 한다. 20% 학생들 공부 시키지 말고 교사는 검사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보고 만든 정책인가? (열심히 공부하면 '나쁨'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87659&PAGE_CD=)

그래 놓고 정작 내년도 교과서 신청하는 걸 보니 재활용 불가라서 100% 다 새 책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녹색정책 운운하면서 전국의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들만 갖고 논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아이들에게 교과서 앞 뒤로 이름 크게 쓰라고 하였다. 교과서 대여제 정책을 하려면 거기에 맞는 교과서부터 제대로 만들고, 그렇게 돈이 아까우면 교육과정이나 그만 손댔으면 좋겠다.

디지털 교과서? 아이들 눈 버리는 정책

교과부는 몇 년 전부터 산업계의 요구 때문인지 디지털교과서를 연구하고 앞으로는 종이교과서가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세계 유례가 없는 정책이다. 과연 디지털교과서가 모든 교과서를 대신할 수 있을까? 좋은 점도 있겠지만 현장 교사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는 유아부터 인터넷 사용으로 인터넷 중독, 시력 저하가 심각하다. 개정 교과서에는 컴퓨터 오래 하지 말라는 내용이 여러 교과에 나오고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는 각종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은 활동중심 내용이라 같은 내용도 지역과 교사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다르고 앉는 방식까지 다양하다. 만지고 느끼는 것 모두가 교육이다.

그런데 작년에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 수업 참관을 하고 너무 놀랐다. 타블릿pc에 눈을 고정하고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뜨끈뜨끈한 전열판 만지며 공부하느라 눈을 버릴 지경이다. 실제로 눈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이도 있다는 담임 교사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 학교는 10명도 안되는 소규모학급인데 교사와 학생들이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수업을 하고 있었다.

교과서는 교재의 하나일 뿐이다. 디지털 교과서정책은 라디오부터 컴퓨터로 이어진 교육산업의 일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실험과정이라고 하지만 실제 익숙할만 하면 시스템이 바뀌어서 그거 적응하기도 바쁘다고 하였다.

진짜로 현장에 도움을 주고 싶으면 지금 있는 에듀넷 사이트라도 충실하게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에듀넷에 가면 개정교과서 자료가 거의 없어서 교사들이 가보지도 않는다. 모든 교과를 가르쳐야 하니 교사들이 자기 돈 들여 사설사이트에서 자료를 찾고 수업에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 현재 연구하는 실험본 교과서부터 인터넷에 올려서 제대로 실험하고 검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5일에 하는 토론회에서 현장교육을 제대로 파악하고 바람직한 대안이 이야기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수년 간 교과부의 교육과정심의회에 참가하면서 초등교육과정과 초등교과서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교육문제가 다 그렇지만 초등교육은 너무 많은 문제가 엉켜서 하나하나 풀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이 개정되면 그간 쌓인 문제가 더 꼬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교과부에 초등교육 관련 담당자부터 제대로 세우고 제반 정책을 세워나갔으면 합니다.



#미래형교과서#미래형교육과정#초등교과서제도#디지털교과서#교과서공모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