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신종플루 같아요."
헉, 신종플루라니 뭐라 해야 할지…. 지난 주, 새벽에 일어나니 아내가 귀에 대고 속삭이더군요. 외지에 다녀 온 후라 바짝 긴장했습니다.
사연인 즉, 지난 수요일 저녁부터 설사로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시들시들하다 잠자리에 들었지요. 새벽에 일어나니 아내가 열을 재고 있었습니다. 땀에 젖어 있더군요.
"나는 당신 각시니 전염되어도 괜찮다!"
"당신 뭐하는 거야?"
"당신 몸에 열 있어요. 내가 신종플루를 좀 아는데, 당신 신종플루 같아요. 오전에 병원에 가요."
"그게 뭔 소리여. 이건 설사야. 뭘 잘못 먹어서 그래."
"당신은 내 남편이고, 나는 당신 각시니 전염되어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걱정이에요. 그러지 말고 병원에 가요."
아내의 말에 은근 걱정되데요. 자면서 땀을 쭉 뺀 상태라 몸은 개운했지만 신종플루면 어떡하지? 예방차원에서 손을 자주 씻어 별 탈은 없겠지만 안심할 순 없었습니다.
등교 준비 중이던 아이들에게 "애들아, 아빠가 쓰던 수건이나 물 컵은 사용하지 마라"며 경고(?)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식탁에 둘러앉아 이상 원인을 찾았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아빠가 뭘 잘못 먹었을까? 어제 저녁, 집에서 포도와 가래떡 외엔 안 먹었는데…."
"당신 가래떡 먹었어요?"
"응. 두 개 먹었어."
"어제 밤 가래떡 치우려고 봤더니 곰팡이가 피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버렸는데…."
"잘 한다 잘해. 상한 음식 먹게 하고선 신종플루라고? 나 원 참!"
"휴, 어쨌거나 다행이다."
혹시나 싶어 몸을 계속 살폈으나 아무렇지 않습니다. 이런 걸,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하나요? 신종플루에 신경이 너무 예민하나 봅니다. 그래도 자기 몸은 스스로 알아서 체크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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