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 제도는 1402년(태종)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직접 해결하여 줄 목적으로 대궐 밖 문루 (門樓) 위에 달았던 북이다. 조선 초기에 상소, 고발하는 제도는 법제화되어 있었으나, 최후의 항고(抗告), 직접고발 시설의 하나로 신문고를 설치하여, 임금의 직속인 의금부당직청에서 이를 주관, 북이 울리는 소리를 임금이 직접 듣고 북을 친 자의 억울한 사연을 접수 처리하도록 하였다.
신문고는 본래 이런 것이다. 아마도 신문고란 단어를 역사에서 차용해 사용하는 것을 보면 현재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민신문고(http://www.epeople.go.kr)도 취지는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본다.
그런데 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절차를 한번 보자. 국민신문고, 청와대,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등 국민과 소통하는 창구는 참으로 많다. 하지만 어떤 곳에 민원이나 정책 제안을 제출해도 결국 국민신문고 한 곳으로 통합된다. 이렇게 모인 민원을 국민신문고에서는 분류를 하고 처리 부서를 배정해 업무를 그 곳으로 이관한다. 예를 들어 보복지관련 민원이나 제안이 접수되면 국민신문고에서는 보건복지가족부로 넘기고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담당 업무 실무자에게 넘겨 처리하게 만들고 민원인에게 결과 통보까지 하고 있다.
신문고 본래를 취지를 살려라
우리가 신문고를 이용하는 것은 백방으로 노력을 해보다 잘 안될 때 이용하는 것이다. 국민신문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절차대로 운영되는 국민신문고라면 차라리 예산낭비 말고 없애야 한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모든 사안을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 일일이 처리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반 절차로 진행되는 것하고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똑같은 실무자에게 업무를 이관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답은 똑 같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행 구조의 국민신문고는 무용지물
민원이나 제안, 제도개선 등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내용들은 대부분 해당부서나 실무자편에서 보면 자기들을 질책하거나, 자기들이 만든 법의 부당성을 따지거나, 자기들 생각과는 다른 제안을 하는 것들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민원을 그들에게 심사와 처리를 맡긴다면 답은 너무나 자명하지 않는가! 이들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독립 기구를 만들어라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접수된 모든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조선시대의 의금부당직청 같은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 여기서 접수된 민원을 분류하고, 검토하고, 심사하여 사안별로 대통령에게 아니면 국무총리에게 그도 아니면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고 따지고 업무를 지시해야 비로소 신문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신문고가 힘없는 민초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창구로, 부정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창구로, 그리고 건전한 제도개선과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창구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본다.
진정 국민의 편에 서서 가슴 시원하게 울려대는 국민신문고가 민초들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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