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군 부남리 금강 상류에 조성 중인 유평습지.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무주군이 약 6억5천만 원(1월 12일자 한국조경신문 개찰현황 보도)을 들여 하천생태계를 보전하고 주민 휴식공간과 생태학습장을 만들기 위해 추진되고 있으나 환경훼손, 과도한 조경식재,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예산낭비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지역은 상류에 용담다목적댐이 있으며, 하천 생태계 보존을 위하여 연간 일정량의 하천 방류수를 내려보내기 때문에 가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하천이다. 또한 곳곳에 여울과 소가 있어서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따로 인공습지를 만들지 않아도 자연적인 하천습지의 모습을 보이는 곳으로, 한국 중상류하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김인규 박사(조류생태학 전공)는 "사업구간 하천 주변에는 갯버들군락이 분포하고 있고, 사람들 접근이 어려워서 천연기념물 327호인 원앙을 비롯하여 물총새 등을 매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지역을 하천생태계 보전과 생태학습장 조성이란 명목으로, 이미 있던 자연 식물군락을 모두 밀어 없애고 다양한 시설물과 함께 새로운 식물을 식재하였다.
식재된 식물들, 말라죽거나 생육상태 극히 불량
지난 6월, 습지조성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현장방문을 한 결과 식재식물의 수종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추어가 보아도 식물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상명 국립중앙과학관 박사(식물전공)는 "원래 자생하던 달뿌리풀을 모두 제거하고 갈대를 심은 것은 잘못이다"라며 "갈대는 달뿌리풀보다 물기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 식물로서 수분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박사는 "현재 식재한 곳은 사질토로 물 빠짐이 좋아서 갈대가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식재 계획은) 누가 봐도 잘못된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재된 식물들이 말라죽거나 생육상태가 극히 불량한 것이 여러 곳에서 관찰되었다.
지난 8월 말에 현장을 방문하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7월 장마기간 중 범람에 의해 일부 식재된 식물들이 피해를 본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하천의 수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식재계획 도면과 실재 식재된 식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습지 안내판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K-water연구원 김아무개 박사(식물전공)는 "최소한 식물전공자의 검토를 받았다면 이러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식재된 식물도 이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종이 있는가 하면 식물 이름도 잘못 표기되어 있다"면서 생태학습장으로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기 전에 반드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런 공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사와 충분한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본 사업 시행부서인 무주군 환경산림과에 공식 질의한 결과 "환경정책기본법 제25조에 의거 전주지방 환경청에서 협의 후, 2009년 3월부터 공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생태계원칙에 근거하여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등의 생물서식처를 조성하여 습지생태계-초지생태계-산림생태계를 연결한 자연친화적인 생태계 순환이 이루어지는 유기적 생태네트워크 형성과 주민들의 정서적인 휴식 공간 및 조류관찰, 생태학습장 등 친환경적인 생태습지를 조성함으로써 수질개선은 물론 자연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며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습지조성사업"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또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완공 후 수생식물군락이 분포되면 유평지구에 아름다운 습지가 조성된다"고 하면서 자주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겠다고 하였으나, 주변에는 지역주민의 수익증대 사업에 관한 인프라 조성 등 사전 준비가 전혀 없었다. 또한 생태학습장은 누가 이용할지 의문이다.
지금이라고 늦지 않았다.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본 습지조성사업에 대하여 예산낭비와 사전계획 및 추진방향이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