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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평창.

평창은 동계올림픽 후보라는 것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요즈음 떠오르는 웰빙
물결을 타고 메밀이 인기를 얻으면서 평창군 봉평면의 효석문화제도 각종 뉴스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것 같다.

봉평면 일원, 문화마을 일대에서 열리는 제11회 효석문화제를 둘러보았다.

미리내 섹소폰 합주단의 연주장면 모시옷을 입고 지휘봉을 흔들며 흥겹게 연주하던 미리내 섹소폰 합주단. 늦은 밤이었는데도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단원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미리내 섹소폰 합주단의 연주장면모시옷을 입고 지휘봉을 흔들며 흥겹게 연주하던 미리내 섹소폰 합주단. 늦은 밤이었는데도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단원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 강성구

조금 일찍 퇴근하고 서울에서 출발해서 부지런히 갔는데도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 되었다.

춘천에서 왔다는 미리내 색소폰 합주단의 연주를 들으면서 한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휘자가 여느 지휘자의 그것과 다르게 검은색 연미복이 아닌
하얀 모시적삼을 입고 지휘를 하였다는 점이다.

임시 가설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미리내 섹소폰 합주단 무대 여건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않았을텐데도 정말 열심히 연주를 해 주었던 합주단원들.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임시 가설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미리내 섹소폰 합주단무대 여건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않았을텐데도 정말 열심히 연주를 해 주었던 합주단원들.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강성구

고무신에 모시적삼. 그런 차림으로 열정적인 지휘를 하는 것에 대해 관람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을 했다. 제대로 된 음악당이 아닌 운동장에 마련한 무대와
천막으로 된 객석 전부였지만 귀에 익숙한 곡들을 한 곡 또 한 곡 열심히 연주하는
합주단의 단원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함께 연주를 감상한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불러댔다.

먹거리 장터 한켠에서 진행된 수타 짜장면 제조 장면 휘어지며 늘어나는 밀가루 덩어리가 점점 가늘고 길게 늘어나면서 짜장면 가락으로 변하는 것이 신기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맛있게 먹었던 수타 짜장면이었다.
먹거리 장터 한켠에서 진행된 수타 짜장면 제조 장면휘어지며 늘어나는 밀가루 덩어리가 점점 가늘고 길게 늘어나면서 짜장면 가락으로 변하는 것이 신기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맛있게 먹었던 수타 짜장면이었다. ⓒ 강성구

축제 행사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거리 장터다. 그 중에서도 자장면
전문가의 손놀림으로 직접 만들어지던 수타 자장면이 인기였다. 밀가루 반죽을 치댄
끝에 드디어 밀가루 덩어리로 자장면을 만들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조금씩 굵기가 가늘어지면서 점차 그 밀가루 덩어리가 길어지기 시작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가늘고 탄력있는 자장면의 면발이 완성되면 여기
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이런 장면을 보고나서 먹는 자장면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먹거리 장터에서 인기있는 녹두빈대떡, 감자전, 수수부꾸미 지글지글 부쳐내는 뜨거운 빈대떡과 수수부꾸미를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역시 장터에서는 먹거리가 빠지면 안되는 것 같았다.
먹거리 장터에서 인기있는 녹두빈대떡, 감자전, 수수부꾸미지글지글 부쳐내는 뜨거운 빈대떡과 수수부꾸미를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역시 장터에서는 먹거리가 빠지면 안되는 것 같았다. ⓒ 강성구

품바 공연 휴식 시간에 잠시 포즈를 잡아주던 단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연을 하던 품바 공연단의 역동적인 모습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출연자 한명의 사진을 촬영했다.
품바 공연 휴식 시간에 잠시 포즈를 잡아주던 단원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연을 하던 품바 공연단의 역동적인 모습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출연자 한명의 사진을 촬영했다. ⓒ 강성구

품바 라이브 공연이 열리던 오순도순길에는 입석 관람객들도 많았다 간이의자에 앉아서 보는 관객들 말고도 이렇게 서서 품바 공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품바 라이브 공연이 열리던 오순도순길에는 입석 관람객들도 많았다간이의자에 앉아서 보는 관객들 말고도 이렇게 서서 품바 공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 강성구

품바 공연이 열리던 무대 옆의 오순도순길 가에는 그냥 서서 공연 관람을 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굳이 간이의자에 앉아서 보지않아도 스피커의 음량이 워낙 커서
시원한 강바람을 등지고 편하게 관람을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적극적인 행사
참여자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공연을 대하는 것 같았다.

환하게 불을 밝힌 효석문화제 장터 풍경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장터 곳곳에는 환하게 불을 밝히고 손님들와 어우러지고 있었다.
환하게 불을 밝힌 효석문화제 장터 풍경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장터 곳곳에는 환하게 불을 밝히고 손님들와 어우러지고 있었다. ⓒ 강성구

장터 곳곳에는 평창군 봉평면의 특색을 보여주는 물건들부터 아주 다양한 상품들이
환한 불빛 아래 진열되어 있었고 여전히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장터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정말 자신들이 바라는
어떤 물건이나 상품을 우연히 만나게 되기를 희망하기라도 하듯이.

봉평면을 가로지르는 냇가의 섶다리 큰 기둥에 가로 세로의 굵은 나무들을 놓고 관솔을 촘촘하게 엮은 다음 흙으로 다져 만든 섶다리를 건너갔다. 흔들거리며 출렁출렁하는 것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예전 어릴 때 건너다녔던 고향 냇가의 섶다리를 추억할 수 있었다.
봉평면을 가로지르는 냇가의 섶다리큰 기둥에 가로 세로의 굵은 나무들을 놓고 관솔을 촘촘하게 엮은 다음 흙으로 다져 만든 섶다리를 건너갔다. 흔들거리며 출렁출렁하는 것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예전 어릴 때 건너다녔던 고향 냇가의 섶다리를 추억할 수 있었다. ⓒ 강성구

연주회도 보고 장터를 둘러본 다음 메밀밭 야경과 허 생원의 나귀 보러 가는 길에
놓여진 섶다리를 건넜다.

주로 경북의 북부 지역과 강원 지방에 놓였었다는 섶다리를 건너는 것은 옛날의
어릴적 추억을 찾아 건너는 기분이었다. 굵은 기둥을 세우고 가로 세로 나무들을
묶은 다음 잎과 가지들이 촘촘한 땔나무들을 튼튼하게 엮어서 장마철 지난 후에
수량이 줄어든 냇가를 건널 수 있게 만들었다던 섶다리에는 이웃 마을 간의 협력이
배어 있는 듯 했다. 비록 이듬해 장마철이 되면 큰 물이 넘치면서 떠내려 가게 되는
섶다리는 해마다 1년 만큼의 추억을 큰강으로 바다로 실어나르는 돛단배 같았다.

건너면서 마치 허생원과 동이가 나귀와 함께 이 다리를 건너는 것을 보기라도 한
것 같은 심정이었다.

메밀밭 앞에 서 있는 검은 나귀 머리에 빨간 꽃을 꼽고서 마치 허 생원과 동이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검은 나귀는 땅을 바라보며 밤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메밀밭 앞에 서 있는 검은 나귀머리에 빨간 꽃을 꼽고서 마치 허 생원과 동이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검은 나귀는 땅을 바라보며 밤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 강성구

섶다리를 건너가서 일행들은 홀로된 검은 나귀를 만날 수 있었다. 어둠이 깔린
봉평 메밀밭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표정의 나귀를 바라보았다.

평생을 이 장터에서 다른 장터로 떠돌아다니며 지낸 장돌뱅이 허생원이 조선달과
함께 봉평장에서 다음 장터로 이동할 때 같이 길을 갔던 그 나귀를 재현하려는 듯
머리에 붉은 꽃을 단장하고 있었다.

물레방아 앞에서 가신 손님들을 회고하는 나귀들 이미 해지고 어두운데 썬캡을 벗지못하고 마차와 함께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귀들의 표정이 꽤 지루해 보였다.
물레방아 앞에서 가신 손님들을 회고하는 나귀들이미 해지고 어두운데 썬캡을 벗지못하고 마차와 함께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귀들의 표정이 꽤 지루해 보였다. ⓒ 강성구

하얗게 피어있는 메밀꽃들이 다 지고나면 나귀들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게 될까?

뜨거운 가을볕 막아줄 썬캡을 쓰고 예쁜 마차를 끌면서 손님과 함께 할 때가 정말
좋았었는데 ... 하는 회상이라도 하게 될까?

마치 별가루를 흩뿌려 놓기라도 한듯 운치있던 메밀밭의 야경 뭉쳐서 날고 있던 한무리의 하루살이 같은 날벌레들이 메밀밭을 촬영하는 카메라에 잡혔다.
마치 별가루를 흩뿌려 놓기라도 한듯 운치있던 메밀밭의 야경뭉쳐서 날고 있던 한무리의 하루살이 같은 날벌레들이 메밀밭을 촬영하는 카메라에 잡혔다. ⓒ 강성구

카메라 플래쉬의 섬광에 반사된 날벌레들의 운무가 하얗게 핀 메밀꽃들과 어울려
봉평의 밤풍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메밀꽃 축제 "제11회 2009 평창 효석문화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2년 100산'의 멤버들과 함께 강원도의 태기산을 오르기로 했는데 태기산을 등산하는 전날 11일(금) 늦은 오후에 미리 평창에 도착해서 봉평의 "메밀꽃 축제" 현장을 둘러보았다. 가을의 날씨를 일찍 느낄 수 있는 고지대의 서늘한 기온이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마다 모여서 효석문화제를 즐기고 있었다.



#봉평#메밀꽃 필 무렵#평창#효석문화제#허 생원과 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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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들을 다닌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비슷한 삶의 느낌을 가지고 여행을 갈만한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이나 기분 좋은 풍경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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