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울타리에 아기자기한 풍경이 멋스럽습니다.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만난 '옛날팥죽'집입니다. 팥죽집 벽면 액자에 담긴 작품에 잠시 빠져들었습니다. 탁자는 달랑 셋, 구석에는 손풍금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밖에 두 개의 탁자가 더 있습니다.
"팥죽 드릴까요?"팥칼국수와 새알팥죽을 주문했습니다. 광양에서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아주머니가 "여기 잘해요"라며 이집이 팥죽을 잘한다고 합니다.
팥칼국수는 맛이 깔끔합니다. 팥의 껍질을 걸러내지 않아 다소 거친 느낌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새알팥죽은 쫀득하고 차집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팥칼국수가 더 좋았습니다.
대나무식탁에 놓인 열무김치는 시원함이 일품입니다. 홍고추 청고추를 갈아 넣어 옛날 열무김치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광양 아주머니는 '엄마김치'라고 표현했습니다. 배추김치는 양념을 많이 넣어 진득합니다.
팥죽이 정말 깔끔합니다. 남도 음식 맛입니다. 맛깔스런 음식 맛에 안주인의 고향이 궁금해 확인해보니 전남 강진이라고 했습니다. 어쩐지 고향 맛이 담겨있다 했습니다. 경상도 땅에서 맛본 전라도식 음식입니다. 끼니때도 아닌데 손님의 발길이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집니다.
팥칼국수는 노란냄비에 끓여냅니다. 솥단지가 아니어서인지 좀 색다른 느낌입니다. 사연을 물으니 주인장은 손님들의 성화에 못 이겨 빨리 팥죽을 끓여내기 위해서 냄비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빨리 안주면 난리여~"팥칼국수는 전라도 지방의 대표음식이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팥칼국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팥칼국수는 달달해야 제맛입니다. 그래서 설탕을 넣어 먹습니다. 하지만 경상도 지방은 팥칼국수에 소금 간을 한다고 합니다.
배부르니 세상 부러울 게 없습니다. 어디 우리 함께 화개장터 유람 한번 해볼까요.
'구경 한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횟집 수족관엔 은어가 여유롭게 유영을 하고 장터에는 구경나온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뜨입니다. 엿장수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는 간드러진 노래 가락도 흥겹습니다. 알밤 수세미 마른고추 햇과일 마른산나물 등 가을의 산물이 가득합니다.
장터구경에 마음의 근심이 사라집니다. 조영남의 화개장터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